[#4분쉼표] 새해 그리고 시작

새해를 맞이하며 찍은 4분쉼표
글 입력 2018.01.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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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쉼표.jpg

 
#4분쉼표

내 인생에서 2017년이라는 오선지는 빼곡히 채워져 있다. 한 해 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화음을 이루어 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한음 한음 쉬운 것은 결코 없었다.

듣기 좋은 소리라도 쉴새 없이 계속되는 건 소음에 불과하고 그 아무리 훌륭한 곡이라도 쉼표와 숨표 없이 진행될 수 없다. 나 또한 몇 번이고 쉬어가고 싶은 마음이 용솟음쳤지만, 오선지를 벗어나서 숨표를 그리면 한없이 숨표만 찍을 것 같았다. 그저 소박하게, 4분쉼표를 그려 놓고 한숨 쉬고 싶었다.

그렇게 2017년을 버티고, 살아내었고, 곡절 끝에 떠나보냈다. 그리고 다가온 1월, 쉼표를 찍고 이 쉼표들을 기록하리라 다짐했다.

3분이면 카레가 데워지고, 5분이면 단편 영화 한 편을 보는데 4분은 무엇을 하기에 애매한 시간이다. 그래도 어때, 이 4분 동안 누군가는 내 쉼표를 보고 잠깐 일상의 쉼표를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최소한 쉬는 동안 만큼은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겨울이 되면 좋겠다.


#sky_gallery.jpg
 

#새해

파타야에 있는 sky gallery라는 레스토랑에서 찍은 건데, sky gallery라는 상호처럼 어느 테이블에 있든지 푸르른 하늘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예술 작품을 보려 전시장을 방문하는 것 같이 이곳에 방문한 이들은 저마다에게 편하다고 느끼는 자리에서 자연이라는 거장이 만들어낸 파도와 하늘이라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작품을 바라보며 휴식을 즐겼다.

이곳에서 흘러나온 캐럴은 그 어떤 캐럴보다 따뜻했다. 12월에도 20도를 웃돌았던 파타야의 기온도 한몫했지만, 추위를 피하려고 몸을 웅크리고 들었던 캐럴이 아니라 따스한 햇볕을 온몸으로 맞았기 때문에 낯설면서도 따뜻했다. 낯선 것으로부터 느끼는 혐오는 종종 경험했지만 낯선 것으로부터 느끼는 안정감은 참 오랜만이다.  

파타야에서 들은 캐럴처럼 아직도 마냥 낯설기만 한 새해도 따뜻하면, 반가우면, 이상하리만치 안정감을 준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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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10년 전, 내가 꿈꾸었던 삶은 '평범하게' 사는 것이었다. 돌이켜 보건대, 대한민국에서 제도권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온 내가 생각했던 평범한 삶은 고등학교에서 - 대학입시를 치르고 - 취업을 하고 - 결혼을 하고 - 가정을 꾸리고 - 서서히 늙어가는 일련의 생애주기에 따라 게임 퀘스트를 깨듯이 한 단계씩 나아가며 사는 것이었다.

지극히 단순한 이 흐름에 물음표 하나를 던지게 되었다. '평범하다 것은 왜 이것 하나뿐일까?' 곧 연못에 돌멩이 하나를 던지면 생기는 파동처럼 물음표 주위로 자잘한 물음들이 이어졌다. 평범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삐딱하게 바라보며 내가 살아온 사회와 어떻게 교차적으로 작용했는지 알아보았다. 평범, 정상, 보편이라고 규정지어진 것들에 대한 물음을 통해 그와 반대되는 것들도 마주했고,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니 '인생은 결코 평범하게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사이의 C(Choice)라는 사르트르의 말마따나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선택들로 삶은 다채롭게 구성된다. 지금의 내가 수많은 선택의 징검다리를 밟고 서 있듯이 앞으로 하게 될 선택들로 나의 인생이 꾸려질 것이다. 그 누구도 인생의 무수한 선택을 피할 수 없듯이, 인생에서 마주한 선택의 결과에 대해 판단할 권리는 없다.

10년 전과 달리, 새해의 내가 꿈꾸는 삶은 삐딱하게 사는 것이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평범'이라는 기준으로 나누고 그런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묶으려는 것에 반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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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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