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미술 놀이터, 예르미타시 박물관전 [전시]

글 입력 2018.01.13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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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겨울이다. 머리를 다 안 말리고 나갔는데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이럴수록 러시아가 생각난다. 모스크바보다 서울이 더 춥긴 하지만 ‘추운 나라’하면 러시아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비수기를 노린 것도 있고 그 계절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 ‘추울 땐 추운 나라, 더울 땐 더운 나라’가 여행의 모토가 된지 오래이다. 그러던 중 미술에 관심이 생겼고, 여행가는 나라의 미술관을 꼭 들리게 됐다. 여러 사정 상 결국 취소됐지만 러시아 여행을 계획했던 적이 있다. 이전부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러시아의 미술에 대해 막연한 관심이 있었다. 모스크바의 성의 외관과 (소문으로는) 불친절한 사람들의 내면에 대한 호기심, 예술가들과 함께였을 보드카가 내 환상에 불을 지핀 듯하다.

 러시아를 얼마나 시간이 흐른 후 여행할지 몰라 이런 호기심을 덮어두고 있었는데 조금이나마 해소해줄 전시가 있다. 러시아 작가들의 그림은 아니지만, 프랑스 문화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관심을 살필 수 있다. 로마노프 왕조시대에 황제들과 귀족, 기업가들이 수집한 프랑스 미술 컬렉션을 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로운데, 시대별로, 사가별로 있다니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나폴레옹과의 전투로 사이가 좋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프랑스 화가들의 작품들로 세계적인 규모로 명성을 떨치다니! 이번 전시에서는 상대적으로 대중의 관심이 많지 않던 러시아와 프랑스의 문화적 맥락에 대해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 매우 기대가 된다.

 이번 전시는 17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의 프랑스 미술을 4부로 구성한다. 전시의 첫 머리인 “고전주의, 위대한 세기의 미술”은 프랑스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보편적인 원리와 질서, 안정과 통일성을 중시하는 독자적 화풍을 형성해 유럽미술의 흐름을 주도하기 시작했고, '태양왕' 루이 14세의 통치 아래 강력한 국가로 성장하던 17세기의 프랑스 미술을 소개한다. 대표작으로는 니콜라 푸생의 < 십자가에서 내림 >, 클로드 로랭의 < 이탈리아 풍경 >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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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푸생, < 십자가에서 내림 >
1628~1629, 캔버스에 유채 


 제2부인 “로코코와 계몽의 시대”에서는 18세기로 접어들어 남녀 간의 사랑과 유희 장면을 즐겨 그렸던 로코코 화가들의 작품과 계몽주의 사상의 확산에 따라 부르주아 계급의 가치를 담아 새로운 감각으로 제작된 풍속화, 풍경화를 만날 수 있다. 루이 14세의 사망 이후 정치적 불안과 경제적 침체 속에서 야외에서의 화려하고 우아한 연회 장면을 담은 그림들이 인기였다. 대표 화가로는 프랑수아 부셰, 위베르 로베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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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부셰 < 다리 건너기 >
1730년대 말, 캔버스에 유채


 전시의 3부인 “혁명과 낭만주의 시대의 미술”은 나폴레옹의 통치와 일련의 혁명을 겪으며 프랑스 미술계에 일어났던 여러 변화를 소개한다. 신고전주의의 대표적 화가 장오귀스트도미니크 앵그르의 영웅적 초상화를 비롯하여 문학이나 신화, 동방의 문물에서 영감을 얻었던 낭만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선보이며, 사실주의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와 카미유 코로, 외젠 부댕과 같이 야외 사생으로 인상주의를 예고했던 화가들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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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 니콜라이 구리예프 백작의 초상>
1821, 캔버스에 유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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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브 쿠르베 < 죽은 말이 있는 풍경 >
1730년대 말, 캔버스에 유채


 전시의 마지막인 “인상주의와 그 이후”는 고전적인 예술 양식과 결별한 혁신적인 화가들이 인상주의와 후기인상주의를 조명한다.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화풍이니 빠질 수 없겠다. 클로드 모네는 대상의 형태보다 빛에 따라 순간적으로 변하는 색채의 표현에 더 집중했다. 폴 세잔은 자연을 본질적인 기하학적 형태로 환원하는 방식을 탐구했다. 상징주의 화가 모리스 드니, 독학으로 그림을 배운 윈시주의 화가 앙리 루소, 야수주의 화가 앙리 마티스 등 인상주의 이후 근대 거장들의 작품은 20세기 미술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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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 지베르니의 건초더미>
1886, 캔버스에 유채 


 '미술 전시'하면 떠오르는 것이 '나는 잘몰라서..' '저게 왜 유명한지 모르겠네.' 등의 생각들이 보통이다. 나도 불과 이전 가을까지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예쁜 거 본다 생각하고 자꾸 찾아서 보니까 눈에 익은 작가들이 생기고, 어디선가 이름을 들어본 듯한 작가들도 많아졌다. 막 화풍에 따라 작가들 이름을 줄줄 꾀고 있는 강사분들이나 큐레이터 분들께 조언을 구하면 무작정 많이 보라는 이유가 이 때문인 듯 하다. 아직도 화풍에는 그닥 흥미가 없지만 일단 귀에 한번 들리고 눈에 익으니 지나가다도 들리거나 보이면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뭔지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대략적으로 어떤 화풍인지 정리가 되고 멀리서 그림을 보고 다가가는 동안 화가가 누구인지 맞추는 나만의 게임도 한다. 물론 아직 맞추는 게 1/10정도이긴 하지만 말이다. 고맙게도 이 전시가 좋은 게 화풍의 진행별로 구분해놔서 이 작업의 놀이터로는 매우 적절하다. 연장하여 2/4일까지 진행하는 소마미술관의 '테이트 누드전'이 그렇게 흥미로웠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더 재밌을 예정이다. 이제 재밌어질 방법을 알았으니 같이 흥미로워지자.





예르미타시박물관展
-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 -


일자 : 2017.12.19(화) ~ 2018.04.15(일)

*
1월1일, 설날 당일은 휴관

시간
월, 화, 목, 금 : 오전 10시 ~ 오후 6시
수, 토 : 오전 10시 ~ 오후 9시
일 : 오전 10시 ~ 오후 7시
(관람종료시간 30분전까지 입장가능합니다.)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티켓가격
성인(만24세 이상) 6,000원
대학생 및 중고등학생 5,500원
초등학생 5,000원
유아 4,000원
65세 이상 4,000원

주최
국립중앙박물관
예르미타시박물관, KBS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문의
국립박물관문화재단
1688-0361





171214_예르미타시 상세페이지_big.jpg
 

[유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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