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보는 것의 ‘즐거움’ – 전시 ‘알렉산드 지라드 디자이너의 세계 展’ [전시]

글 입력 2018.01.1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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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 내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내부의 사진은 주최측으로부터 제공 받은 사진임을 알립니다.)
 

나는 귀여운 것을 좋아한다. 귀여운 동물, 사람, 물건 등.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날이더라도, 아기자기한 것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난다. 나를 웃게 해준 귀엽고 아기자기한 것들이 가득한 전시를 보고 왔다. 디자이너의 세계 전을 소개한다.

 
알렉산더 지라드 디자이너의 세계 공식 포스터.jpg
 



[인테리어 디자인 Interior Design]
 
various types of fabrics.jpg
 
AHG college drawing AA School of Arcitecture, 1925-1926, 77 x 105 x 3 cm.jpg
[ Alexander Girard , AHG college drawing AA School of Arcitecture, 1925-1926 ]
 

첫 번째 섹션에서는 지라드가 피렌체에서 건축을 공부하던 시절의 다양한 드로잉과 수집품들을 보여준다. 그가 유학 시절에 모은 수집품들과 직접 스케치한 드로잉들은 그의 창작활동의 시작에 놓여있는 것들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가 구상했다는 ‘파이프 공화국’이다. 학창시절 그는 상상의 나라인 ‘파이프 공화국’의 모든 것을 구현했다. 지도를 시작으로, 문양, 국기, 스탬프 같은 상징물, 독자적인 문자와 수 체계, 화폐와 같은 제도들에 이르기까지. 표현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한 세계를 온전히 상상하여 구현해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알 것이다. 지라드의 이런 상상력과 실행력은 그의 예술 활동의 모태가 되었을 것이다.
 

 

[색, 패턴, 텍스타일, Color, Pattern, Textile]
 
전시장 전경-1.jpg
 
 
두 번째 섹션에서는 허만 밀러(Herman Miller)사의 텍스타일 디자인 디렉터로 근무하며 지라드가 남긴 작품들을 소개한다. 구상적이고 유기적인 디자인에서 기하학적 추상패턴까지 다양하게 선보인 그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텍스타일’은 공예미술의 한 종류로, 수공예나 공업을 이용하여 천을 짜고 엮고 염색하거나 수를 놓는 것을 포함하는 분야다.(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익히 알고 있는 여러 도형들은 물론 추상적인 표현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패턴들이 수 놓인 지라드 만의 감각이 전시장 전체에 퍼져있었다. 그는 하트 모양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았다. ‘사랑’이라는 뜻의 여러 나라의 단어를 하트 모양 안에 묶은 작품이 기억에 가장 남는다.


 

[기업에서 토털디자인으로 Corporate to Total Design]
 
전시장 전경-3.jpg
 
전시장 전경-4.jpg
 
 
세 번째 섹션에서는 ‘브래니프 항공사’와 워싱턴 거리의 디자인을 진행했던 당시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특히, ‘브래니프 항공사’의 디자인은 비행기의 외관과 내부를 포함해 항공사의 토탈디자인을 진행했는데, 전시장에 비치된 당시의 광고에서 세련된 스튜어디스가 시간 마다 독특한 의상으로 갈아 입던 광고가 기억에 남는다. 또한 그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은 레스토랑의 성냥갑 디자인을 위해 태양에서 영감을 받아 80개에 달하는 디자인을 상상하기도 한다. 얼마나 치열하게 생각했기에 80개나 다른 디자인을 그려낼 수 있었을까. 또 이 섹션에서는 공개된 지라드의 거실 일부가 재현되어 있다. 감각 있는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한 공간에서 사람들은 잠깐 쉴 수도 있고, 그 곳에도 남아있는 디자이너의 감각을 확인할 수 있다.


 

[수집과 설치 Collecting Displaying]
 
전시장 전경-2.jpg
 

마지막 섹션에서는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포크아트 수집에 열을 올린 그의 수집품들을 볼 수 있다. 그는 다양한 나라에서 10만 점 이상의 포크아트 수집품을 모았다. 얼핏 보면 장난감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작품들이 유리관에 빼곡히 진열되어 있었다. 아니, 장난감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지 모르겠다. 포크아트가 이름 그대로 ‘민속 예술’이라면, 백성들이 함께 놀고, 즐긴 그 작품들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장난감일지 모르겠다. 그 작품들 속에는 대중들의 삶, 축제, 죽음의 현장이 녹아있었다. 그런 현장을 발견하기 위해, 잊지 않기 위해 디자이너는 그토록 수집에 열을 올렸던 게 아닐까?
 

우리는 감성적인 재현이 아닌 오늘날의 창조 정신을 위한 자양분으로써 과거의 흔적을 보존 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동등한 가치의 물건을 제작하고, 관습을 발전시킬 수 있다.

 
전시를 보며 내내 느꼈던 것은 보는 행위 자체가 참으로 즐겁다는 것이다. 형형색색의 패턴들과 아기자기하게 모여있는 다양한 소품들은 한 공간에 머물거나, 작품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싶은 디자이너의 마음을 엿보게 한다. 인간의 아름다움과 사랑에 대한 표현에 한계가 없을 거라고 믿은 디자이너답게 그의 작품에는 세상에 대한 긍정이 가득했다. 그 긍정을 보는 이들과 함께 느끼고 싶다는 마음도.
 

seeing how each people, and each individual artist, depicts the same theme is an education in itself, one which cannot help but lead to greater understanding of the world
 
(각 사람이, 각 예술가들이 같은 주제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보는 것은 그 자체로 교육이다. 이것은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 수밖에 없다.)
* ()는 필자의 번역입니다.


KakaoTalk_20180111_210120293.jpg
 

'알렉산더 지라드 디자이너의 세계 展'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3월 4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휴관하는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성인 기준 13,000원의 가격으로 보는 것의 즐거움을 한껏 느끼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린다.


[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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