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감정은 나의 몫, < 아들러의 감정수업 > [문학]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스스로 일어서기
글 입력 2018.01.1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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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론서라기보다는 실용서에 가깝다. 아들러의 심리학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딱 한마디로 정리된다.


자기 감정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므로,
감정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아들러를 연구한 두 저자는 이 한 가지 컨셉을 가지고 감정에 대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에게 친근한 프로이트가 '인간의 감정은 과거 사건과 환경에 의해 우리가 수동적으로 겪게 되는 것'이라고 보는 원인론을 주장했다면, 아들러는 '인간의 모든 행동과 감정에는 저마다 고유한 목적이 있다'고 보는 목적론을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감정은 '겪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그것을 선택한 결과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가 우울감을 느끼거나 화를 내는 것도 필요에 의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원치 않는 감정 문제 때문에 힘들다면 그 감정의 목적을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고 행동해야 자신에게 이로운 지를 생각해서 능동적으로 자기 감정을 선택하라는 것이 아들러 감정수업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이다.



자기 감정을 스스로 제어하는 것이 가능할까?


아들러의 심리학은 빨리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굉장히 실용적이다. 하지만 내용을 따라가다 보니 왠지 넘어져 울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울지 말고 스스로 일어서라고 말하는 냉정한 부모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물론 넘어진 데에는 아이의 책임이 있지만, 그런 아이를 달래주지 않고 '너의 아픔은 스스로 책임져라' 라고 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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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 미생 >


"시련은 셀프"라는 미생의 대사가 떠올랐다. 자기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는 일과 감정에 대한 미련을 버릴 것을 촉구하는 것. 그러나 이런 종류의 방법론은 우울과 좌절에 빠져있는 사람에게 그 괴로움이 당신의 탓이라며 책망하게 될 여지가 있어 위험해보이기도 하다. 부정적인 감정을 본인이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고 봤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 회복하지 않으면 너만 손해야'의 맥락으로 읽혀 냉정하게 느껴졌다.

슬픈 사실 하나는, 아들러가 제안하는 '감정 선택'이 내가 아는 한 최선의 방법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시련은 셀프'라는 말,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자신의 시련을 해결해줄 수는 없다는 말에는 도무지 반박을 할 수가 없다. 이는 자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으므로, 언제까지고 스스로를 피해자로 몰아가서 좋을 것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내 문제는 그 어떤 것도 남이 해결해줄 수 없다니, 결국 흙을 털고 자신을 일으켜세워줄 사람은 자기자신 뿐이라니, 인간은 결국 혼자구나 싶어 잠시 서글퍼졌다.

정말 자기 감정을 스스로 제어하는 것이 가능할까? 아들러에 의하면 가능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자신이 맞닥뜨린 우울감, 분노, 상실감과 같은 감정들을 마냥 부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자기가 어떤 감정에 놓여있는지 스스로 점검하고 파악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한 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감정을 선택할 것인지 고려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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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러의 감정수업 > 에는 매 챕터마다 스스로의 감정을 점검해보라는 취지로 연습장이 마련되어있다. 스스로 감정을 점검해보고 쉽게 회복하는 단단한 마음을 만들자는 맥락에서 모든 내용이 전개된다. 하지만 나는 책을 읽는 기간 동안에도, 그리고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여러가지 일로 우울감과 스트레스에 빠져있다. 아무리 쉬운 일인 것처럼 묘사해놨어도 자기 감정을 컨트롤 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외적으로 사람을 대할 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가장'하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속에서부터 진짜 그렇게 감정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남에게 기대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직시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감정을 다루는 연기와 관련하여


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외적으로 흉내내고 어떤 감정을 가장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스스로가 느끼는 감정을 진짜로 바꾸지 않는다면 관객은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자신이 맡은 배역의 인물로서 솔직할 수 있는 사람이 실력있는 배우이다. 왠지 남을 잘 따라하고 잘 흉내내고, 거짓말도 능청스럽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연기를 잘할 것 같았지만, 대학 연극 동아리에 햇수로만 4년 째 있으면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인간에 대한 관찰력은 연기를 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배우들은 텍스트로부터 그들이 마주하게 될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일반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기에, 인간의 일반적 감정은 배우가 반드시 이해하고 숙지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모방은 한계를 지닌다. 우리 동아리에서는 과장되고, 상투적이고, 어디선가 본 듯한 전형적인 인물을 따라하듯이 하는 연기를 우스갯소리로 '인스턴트' 연기라고 부른다. 이런 연기는 말을 하기 위한 말, 감정 표현을 하기 위한 감정표현에 불과하다. 거짓된 마음은 관객을 속일 수 없다. 연극은 인간의 삶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관객은 배우로부터 진실된 말과 행동을 전달받았을 때 비로소 감동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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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긍정적인 감정을 느꼈던 상황과 감정을 떠올려보기'와 같은 책의 제안들은 연기의 정서기억법과 흡사하다. 정서기억법이란 특정 정서를 연기해야할 때 그 인물이 처한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과 유사한 감정을 느꼈던 때를 떠올리고 그 감정을 촉발시켰던 대상을 기억 속에 불러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동기가 자신의 특정 감정을 유발하는지를 잘 알아야한다. 다시 말해, 자신이 맡은 배역 이전에 스스로를 잘 알아야한다. 자기를 잘 이해해야 무대 위에서의 일반적인 감정 속에서도 개인의 특수성이 드러난다. 바로 거기에서 일반적인 감정은 그 상투성을 벗고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그 배우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을 전달받게 하는 지점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늘 스스로를 잘 알아야 하며 매사에 솔직해야 한다는 것이 배우의 덕목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직업 배우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공감을 끌어내는 방식으로 늘 소통해야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배우의 특성을 공유한다. 우리는 서로 간의 장벽을 부수기 위해 언어를 만들었고 미약하게나마 이해와 공감을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모든 것의 출발점은 자신을 아는 데서부터 나온다. 자신을 잘 알기 위해서는 때때로 다른 사람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결국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다.


[주유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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