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런 걸 원한 건 아니었는데요.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1.1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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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막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을 무렵, 일본의 광고들을 소개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광고와 달리 일본 광고는 코믹, 서사, 동물 등 비교적 다양한 요소들을 활용하고 있고, 그래서 나는 월별로, 또 브랜드별로 일본의 광고를 모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내가 얼마 전 케이블 채널을 보다 눈과 귀를 의심한 일이 있었다.


'응? 저거 일본 광고랑 똑같잖아?'




위의 영상은 2017년 4월 방영된 일본 통신사 UQ의 광고다. 영상 속에서 세 여성은 각기 다른 곳을 응시하며 대화를 나누고, 동시에 정면을 응시하며 'UQ'를 외친다. 이때의 UQ는 브랜드 명인 UQ와 일본어로 '유급'의 발음이 같은 것을 이용한 언어유희이다.




해당 영상은 2017년 8월부터 최근까지 송신되고 있는 한국의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네모'의 광고다.

영상 속에서 여성들은 UQ의 광고와 마찬가지로 각기 다른 곳을 응시하며 이어지는 말을 하다 동시에 정면을 응시하며 '네모라구요'를 외치는데, 이때 '네모라구요'는 광고의 첫 시작에서 나온 '네 모라구요?(네 뭐라구요?)'와 같은 발음을 언어유희로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네모'광고는 일본의 'UQ'광고와 상황 연출, 언어유희 사용이 유사함은 물론 영상의 톤과 화면 앵글마저 겹쳐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각각 상품의 기능을 소개한 이후 모델이 다시 한번 브랜드명을 강조하는 부분 역시 겹쳐 어떻게 봐도 유사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이 광고는 일본에서 2016년에 방영된 KINCHO의 진드기약 'タンスにゴンゴン(탄스니 곤곤)'의 CM이다. 영상 속에서 쌍둥이가 진드기약 박스와 탁자, 손을 이용해 노래에 맞춰 안무 하고 있고, 이 광고는 우리나라에서도 중독성 강한 노래로 주목을 받았었다.




2017년 4월에 나온 종국이 두마리 치킨의 광고는 해당 CM과 상당히 유사하다. 쌍둥이가 노래에 맞춰 제품을 비롯한 여러 사물, 배경을 이용해 안무를 하고 있고, 특히 치킨 박스를 이용해 안무는 탄스니 곤곤의 안무를 그대로 갖다 쓴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같아 보인다.

해당 한국 광고들 모두 일본의 광고들보다 뒤늦게 만들어진 점을 보아, 이는 단순한 우연으로 인한 해프닝이라기보다 '표절'에 가깝다. 독특하고 재밌는 광고를 원했으나, 표절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해당 광고들의 표절은 저작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광고를 시청하는 자국의 시청자들이 일본의 오리지널 광고를 모를 것이라고 생각해 사용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화가 났다. 물밑에서 은근슬쩍 타국의 것을 베끼기보다 차라리 뻔하더라도 자신만의 것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물론 해당 광고를 각 브랜드의 홍보팀에서 만들었는지, 외주 업체를 통해 만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느 쪽이라 하더라도 해당 브랜드들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는 점은 변하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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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광고뿐만 아니다. SBS의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은 일본 후지TV에서 방영 중인 'VS아라시'의 게임 포맷을 표절했음을 시인하고 이를 사과했다. 그러나 이미 십수 년 전부터 마치 하나의 관행인 양 여러 프로그램이 일본의 포맷을 알음알음 표절해 오고 있었고, 비록 소수일지라도 시청자들은 이를 알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원하고, 방송을 만드는 제작자들이 그로 인해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안다. 그렇지만 올해부터는 더이상 이처럼 TV를 보다 얼굴을 붉히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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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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