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장난감을 넘어 예술 작품으로 : 디 아트 오브 더 브릭 [시각예술]

글 입력 2018.01.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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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일요일은 '노는 날'이었다. 일요일마다 나는 동생과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인형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었고, 그림을 그리며 독특한 캐릭터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여러 가지 '노는' 활동 중,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레고 놀이였다. 레고 뭉텅이는 공룡이 되기도, 자동차가 되기도, 세상에 없을 창의적인 집이 되기도 했다. 레고는 나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꿈과 현실의 징검다리였다. 그래서, 아마 레고 없이는 나의 어린 시절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현재까지도 레고에 대한 나의 관심은 대단해서 종종 미니 블록을 사서 만들곤 한다. 몇몇 상품은 단순 재미로 소비하기엔 너무도 비싸서 결국 구매하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참 좋아하는 장난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디 아트 오브 더 브릭'이라는 전시를 알게 됐다. 모든 작품이 레고로 이뤄진 전시라니. 어린 시절 레고로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도 나고, 레고로 표현된 작품들이 너무도 궁금해 다녀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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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llow'



단순 장난감을 넘어 예술작품으로


 많은 기대를 하고 갔던 전시이지만, 어린 시절 속 장난감 '레고'의 이미지 때문일까. 사실 이 전시 속 모든 작품은 가볍게 다가왔다. 사전에 봤던 리뷰도 평은 좋았지만 대체로 어린아이들이 좋아했다는 글들 위주였다. 그래서 전시를 통해 무엇을 배우기보단 재미로 다녀올 수 있는 전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시는 의외로 묵직한 감동을 준다. 오직 표준 레고 조각으로만 만들어진 작품들은 세밀하고 독특하며, 아름다우면서도 재미가 있다. 또한 팝아트와 초현실주의를 결합한 작품들은 유쾌함을 통해 닫혀있던 우리의 상상력을 활짝 열어준다. 단순 장난감이었던 레고들은 그렇게 예술 작품으로 변화하여 현대 미술의 한 부분이 된다.

 이 작품들의 매력은 작품 설명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작가 '네이선 사와야'는 뉴욕의 법인 변호사였는데 어느 날 회의실에서 일을 하기보단 예술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레고 아티스트의 길을 걷게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본인의 신념이 뚜렷해서였을까, 모든 작품에는 그의 철학이 선명히 담겨있다. 이러한 그의 철학을 작품 설명을 통해 바로 볼 수 있고 작품 감상에 바로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보통 관객들은 작가의 생각을 들어볼 기회가 부족해 도슨트의 설명을 듣거나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작가의 작업 의도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 전시에서는 모든 작품마다 작가가 말하는 듯한 어투의 글로 설명이 쓰여 있어 작가와 소통한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배울 수 있는 전시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전시는 모든 것이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 레고를 통해 어른, 아이 모두에게 가르쳐준다. 그래서 이 전시는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에게는 동심을, 아이들에게는 용기를 선사하는 디즈니의 철학과 그의 철학이 닮아있기 때문이다. 이 전시는 모두의 감정을 중시해서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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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ue'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 즐겁지 아니한가


 사실 이 전시는 명화나 자신만의 세계를 다룬 다른 작품과는 달리 접근하기가 쉬워서 '교양 있는 전시'를 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작품성보다는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전시라 정말 가볍게 볼 수 있다. 혹자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전시의 등장으로 예술이 누구에게나 경계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전시도 충분히 배울 것이 많다. 생각해보면 내가 어렸을 때 다녀온 전시는 대체로 명화 위주의, 조금은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전시들이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전시들은 내가 교양을 쌓고, 전시에 눈 뜨게 해주는 데 도움을 줬지만 어린 마음에 전시는 지루하고 어렵게만 다가왔었다. 작가의 말대로, 예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에서 이렇게 "예술은 재미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전시도 필요하다. 아이들이, 전시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단계를 거치며 예술을 즐길 수 있게 된다면 가볍고 재밌는 전시들도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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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ision'


 예술에는 답이 없다. 예술은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다. 이 전시의 끝은 레고가 가득한 체험 공간이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상상력을 물씬 발휘하여 자신만의 작품을 만든다. 작가는 이러한 공간을 통해 자신이 만드는 무언가도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네이선 사와야'는 레고를 사용했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페트병, 휴지, 펜 등등 모든 것이 예술 작품에 사용될 수 있다. 예술은 이렇게 가까이 있다. 하지만 아직 와 닿지 않는다면, 아직 예술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디 아트 오브 더 브릭’을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예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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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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