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만의 킨포크 테이블로 초대합니다

글 입력 2018.01.18 22:1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받게 된 ‘킨포크 테이블’ 책을 보고 나는 그저 요리 레시피 책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첫 장을 넘기는 순간, 내가 오해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킨포크 테이블’ 책을 읽기 전 ‘킨포크’ 잡지 에디터가 출간한 ‘와비사비 라이프’를 읽은 적이 있다. ‘와비사비’는 완벽하지 않은 것을 귀하게 여기는 삶의 방식에 관련된 이야기였는데 ‘킨포크 테이블’ 역시 완벽하지는 않지만 친한 사람들과 소소한 행복을 보내는 이야기가 담긴 책이었다.

책입체_킨포크테이블 띠지.jpg


킨포크 테이블의 시작

 ‘킨포크’ 잡지를 누가 처음 생각해냈을까 궁금했었는데 ‘킨포크 테이블’ 첫 장에 창간자 네이선 윌리엄스와 그의 아내 케이티 윌리엄스의 이야기가 바로 등장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킨포크’ 잡지를 왜 출간했는지에 대한 이유였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홈 쿠킹’ 이나 ‘손님접대’는 겉으로 보여주는 것이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한다.

 네이선 윌리엄스는 이틀에 한 번 작은 아파트에서 친한 친구들과 모여 함께 라자냐를 만들고 재즈를 틀어놓기도 하며 일회용 접시도 쓰고 메인 디쉬를 먹던 포크로 디저트도 먹었던 그 시간을 그 어떤 단어로도 설명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손님 접대를 어렵게 만드는 상업적인 요소를 없애고 집에 초대하는 이유들, 예를 들면 인간관계, 전통, 대화 등을 앞세우고 화려한 레시피는 뒤에 놔두기 위해 ‘킨포크’ 잡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손님접대’가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다는 점 그리고 관계를 중점으로 만든 책이라는 점에서 나의 호기심을 유발했고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방문했던 집들에서 나는
'손님 접대'란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내 믿음을 확인했다.

아주 거창하고 시끌벅적할 수도 있고,
또는 우리끼리 즐기는,
 조용하고 개인적이고 떠들썩하지 않은
거의 명상적인 모임이 될 수도 있다.

계획하고 구성해서
아주 멋지게 할 수도 있지만,
막판에, 즉흥적으로,
여럿이 도와서 멋지게
불완전한 자리를 만들 수도 있다.

- 네이선 윌리엄스 (본문 중)




사람을 초대하는 것은 내 인생에 초대하는 것

 책은 뉴욕 브루클린, 덴마크, 영국, 포틀랜드와 이외의 기타 지역 순서로 흘러간다. 각자 스타일도 다르고 대접하는 접시도 다르다. 네이선 윌리엄스는 책을 시작하기에 앞서 ‘요리를 해서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는 것이 경험을 나누고 대화를 하고 음식을 함께 먹는 것에 대한 진정한 관심에서 시작된다면 잘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부터 아예 시작도 못할 음식이 있는가 하면 내가 쉽게 할 수 있는 땅콩버터와 베이컨 샌드위치 고구마 비스킷 같은 음식도 있었다.

 책을 읽으며 기억이 오래 남는 사람은 윌리엄 히어포드와 알리사 파가노 그리고 세이어 리처즈였다. 윌리엄 히어포드는 음식을 만들 때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만들기 위해 어떤 노동이 이루어졌는지 항상 생각한다고 한다. 지역에서 자라는 재료를 사용하고 구하기 힘들 때는 최대한 있는 재료로 사용해서 음식을 만든다고 하는데 초대나 인간관계를 다 떠나서 좋은 마음가짐인 것 같다. 어느 나라를 여행갈 때 음식을 가리지 않는 나는 그 지역 특산물을 도전해 보는 걸 좋아하는데 윌리엄 히어포드처럼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서 요리로 만든다면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면서 그 문화에 완전히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image6.jpg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는 것은
내 인생 속으로 초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마음을 열어 그들이 가진 마음을 열어
그들이 가진 놀라운 면들에
영감을 받을 준비를 하는 거지요.

우리 집에 온 사람들에게
전 항상 무언가를 대접해요.
차, 커피, 케이크, 저녁 식사, 또는 무엇이라도!

이런 초대는
그저 즐기고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일부가 돼요.

그들은 나에게 좋은 일을 하도록 자극하고,
나 또한 그들에게 같은 일을 하게 되지요.

- 세이어 리처즈 (본문 중)


 세이어 리처즈가 한 말로 두꺼운 책을 읽으며 내내 머리에 맴돌았던 문구다. 생각해보니 나도 딱 한 번 친구들을 내 자취방에 초대한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 친구들이었는데 내가 처음 자취방으로 옮기자 신기해서 놀러온 날이었다. 그때는 요리를 잘 하지 못해서 엄마가 깡깡 얼려준 불고기와 국을 데우고 밑반찬을 꺼내서 아주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게다가 탁자 같은 것도 없어서 롤 휴지 박스를 테이블로 썼다.

 다들 이 상황이 웃겼지만 모두 오랜만에 만난 덕에 즐겁게 수다를 떨며 좋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친구들이 집에 왔을 때 모든지 다 해주고 싶었다. 특별한 건 없었지만 술을 준비했고 안주도 사왔으며 이 순간들은 모두 모여 내 인생의 특별한 한 부분이 되었다. 아직까지도 그때 일을 회상하며 우리끼리 웃고는 하는데 이런 추억이 있다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덴마크의 휘게 (hygee) 문화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주는 아늑한 분위기, 좋은 음식을 먹고, 탁탁 소리를 내며 타들어가는 벽난로가 있는 그런 느낌) 도 '와비사비 라이프' 책에 이어 다시 볼 수 있었고 한국음식도 볼 수 있었다. (특히 대구찜과 회덮밥이 나왔을 땐 너무 반가웠다) 또한 핀란드의 빵 폴라를 만들어가는 등 전통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주어진 음식에 따라 레시피를 조정하는 간단한 요리도 있었다. 중요한 건, 레시피가 중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각자 살아가는 문화, 스타일, 관계 그리고 부엌에서 이루어지는 대화가 바로 메인 디쉬였다.

 네이선스 윌리엄의 마지막 말처럼 이 책은 요리책이기도 하면서 사람들에 관한 책이고 삶의 스타일에 관한 책이었다. 의식주에서 ‘식’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부분이 되었으며 문명을 이루게 해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음식을 만드는 부엌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누고 음식을 만들고 함께 먹는 경험을 하는 것은 ‘킨포크 테이블’의 목표이자 지향점이다. ‘킨포크 테이블’을 읽으면서 하고 싶은 요리 페이지들을 다 표시해 놓았다. 언젠가 나만의 ‘킨포크 테이블’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namecard.jpg

 
[김민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