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타샤 할머니 안녕하세요, 타샤의 말

글 입력 2018.01.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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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타샤 할머니 안녕하세요
타샤의 말


기대받는 것은 행복하다. 선생님이건, 선배건, 가족이건 누군가에게 기대받는 것은 정말 큰 행복을 찾아다 준다. 개인적으로 '기대'라는 단어에 떠오르는 심리학자가 있다. 바로 개인심리학자 아들러다. 최근 국내에서는 <미움받을 용기>로 유명세를 치르게 된 아들러는 인간의 우월감 추구와 열등감에 주목했다. 공부를 할 때마다 심리학 이론들은 그 이론가의 얼굴들을 조금씩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유난히 아들러의 이론을 볼 때마다 그의 얼굴이 생생히 느껴진다. 아들러는 첫째 형과 둘째인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라왔다. 그가 후에 출생순위를 하나의 성격이론처럼 이야기한 것도 그가 늘 기대받길 바란 둘째였기 때문이다.

아들러는 '우월감'이라는 단어로 표현했지만, 그의 이론을 읽을 때마다 '기대'라는 단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기대는 어린 시절 우리가 부모님에게 보여주기 위해 늦은 밤 아파트 가로등 아래에서 춤을 추게 만들었다. 그의 출생순위가 개개인의 모습에 들어맞고 틀리고를 떠나 우리는 한때 모두 기대받길 바란 아이였다. 그 모습은 몸이 자라고 정신이 복잡해지면서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안에 존재한다. 최소한 지금 이 글을 쓰는 내가 그렇다.

나는 기대받는 것을 좋아한다. 많은 사람이 '능력 있는 나'를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 사실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이런 마음 자체가 한때는 부끄러운 것이었다. 동양 문화권에 사는 우리는 늘 이런 욕구를 숨기고 겸손하게 살아가는 것을 배웠다. 하지만 있는 것을 없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내가 하는 많은 것들이 모두 단순히 '인정'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그런 모습을 취하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때때로 부끄럽게 여기고, 이제 더 부모님의 관심을 받기 위해 노골적으로 애교를 부리진 않지만, 이 모든 것이 인간이라는 사회적 동물이 가지는 당연한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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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편으로 기대는 무거운 짐이다. 그것은 어떤 책임을 부여한다. 기대가 달콤할수록 책임은 무겁고, 그것을 어기는 마음은 공포에 가까워진다. 생산과 효율이 강조되는 현대사회에서 기대는 사람을 높이 띄우기도, 추락시키기도 한다. 나는 초조하게 스펙을 따지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그 사실을 몇 번이고 되뇐다. 화려함이 너무 쉬워진 만큼 절망도 쉬워진 세계에서 우리는 어떤 기준에 맞춰 살려고 노력한다. 기대를 충족하길 바라고, 타인의 기대에 충족되지 못한 자신을 이기적이라고 부른다. 아무렇지 않게 소중한 자신의 세계를 축소한다. 그게 성숙한 거고, '이기적이지 않은' 삶이니까. 멀리 갈 것 없이 당장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이 가장 울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증거다.

이 책의 주인공, 타샤할머니는 '이기적'이어도 된다고 말한다. 그녀가 도로에서 움직이지 않는 차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거나, 길거리를 다니면서 담뱃재를 퉤퉤 뱉어댄 것은 아니다. 그녀가 말하는 '이기성'은 타인의 기대에 과도하게 구애받지 않는 삶을 말한다. 그녀는 자신의 공간을 지키는데 능숙한 사람이다. 그녀는 자신의 가정, 정원, 동물, 날씨를 돌볼 줄 알고,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상업적인' 그림을 그린다. 그녀에게 무언가 빛나는 이상이나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그냥 자신의 자리를 찾아 지킬 줄 알 뿐이다. 현대 사회에서 어쩌면 그녀와 같은 생활은 옹졸하고 이상이 없어 보인다. 그녀에게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화려함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행복이다.

인간은 행복하길 바라고, 행복하기 위해서 태어났다. 이 비참한 세계에서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목표는 행복뿐이다.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지만, 어떤 형태가 되었건 행복의 핵심에는 자아가 있다. 자아를 사랑하는 것은 나라는 작은 정원을 돌보는 것과 같다. 많은 노동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영영 잊어버리면 메마른 땅이 된다. 타샤 할머니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수많은 가면 속에서 그만 자신을 잊어버린 군중 속에 섞인 우리들은 이제 타샤 할머니가 자신의 마음에 물주는 방법을 주목해야 한다. 기대를 내려놓자, 엄격히 말하자면 자아를 사랑하는 것은 이기심과 다르다. 타샤는 현대인들이 너무 많은 것들을 '이기적'이라 말하는 것을 포착했다. 저기 부엌에서 잼을 만들다 우리를 발견하고 다가온 할머니의 인사를 받아줄 때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타샤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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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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