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알음알음 알아가는 자연의 재미, '다르면 다를수록'

글 입력 2018.01.2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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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서 자연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 이렇게 깊게 고민해본 적이 있었던가?’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이었다. 뭐랄까, 생태와 에세이가 결합된 낯선 어감이 주는 느낌처럼 <다르면 다를수록>은 새로운 것들 투성이었다. 이름조차 낯선 생물을 알게 되고 더 나아가 그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고샅고샅 알게 되면서, 전혀 알지 못했던 분야의 것들을 알아가는 묘한 기쁨을 맛봤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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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종에 이르는 다양한 생물을 연구해온 학자가 쓴 책인 만큼, <다르면 다를수록>은 벚나무를 시작으로 (블루길‧ 보노보와 같은) 책으로 접하지 못했다면 알지 못했을 생물까지 넓은 범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혹은 지루하다고 쉽게 치부했던 자연은 사실 흥미로운 일의 연속이었다. 책이 아니었다면 가슴에 난 깃털로 우열을 정하는 참새의 세계를, 그리고 연극 <엠 버터플라이>처럼 여장남자를 한 물고기를 쉽게 상상조차 할 수 있었으랴. 다양한 일상이 겹쳐지는 사람의 삶처럼, 동식물의 세계에서도 수많은 일이 일어난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저마다의 방식으로 권력을 잡고, 사랑을 하고, 궁극적으로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경이로운 과정을 겪는다. 저자가 언급한 대로 자연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접근은 잘못되었지만,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앎이 하나씩 쌓일수록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자명한 진리를 알음알음 깨닫게 된다.
 
(매 모든 장을 넘기면서 깨닫게 되는 새로운 사실에 흥미로웠지만,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침팬지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이전에 SNS에서 완전히 사람처럼 행동하는 침팬지를 보며 신기하다고 생각하긴 했었지만, 몸짓의 한계를 느낄 땐 그들도 도구를 사용하고, 일부는 컴퓨터 게임까지 하며, 아예 인간과 조상이 같았다던 사실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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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과학이 발달하여 곧 인간의 유전자도 마음대로 치환하고 조작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 우리의 유전적 다양성도 비슷한 비극의 길을 걸을 것이다. 좋은 유전자가 있다는데 바꾸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으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신의 고유한 유전자를 남들이 다 좋다는 유전자로 바꾸기 시작하면 우리 스스로를 가축이나 농작물처럼 만드는 셈이다. 모두가 똑같은 구두를 신어야 하고, 모두가 똑같은 춤을 춰야 하는 우리나라는 특별히 큰 재앙을 맞이할 것 같아 걱정이다.

 

미국의 어느 인디언 보호 구역 안에 있는 학교의 백인 선생님이 겪었다는 이야기다. 아이들이 시험을 보는 날이었다. 서로 보고 쓰지 못하도록 여느 때처럼 책상들을 뚝뚝 떼어 놓은 다음 시험지를 나눠주며 선생님은 “오늘 시험은 좀 어려운 편이니 모두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모두 책상을 가까이 붙이곤 빙 둘러앉았다. 이게 무슨 짓들이냐며 역정을 내시는 선생님들에게 이들은 어려운 문제라면 모두 힘을 합해 함께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알고 나니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새롭다. 얼마나 새로운가 하면, ‘개미는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한다’던 애니메이션 노래에 모든 개미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며 우스갯소리를 할 수 있고, 이전에는 예쁘게만 보였던 꽃이 지금은 예쁜데다가 신비로워 보이기까지 한 정도. 교수의 관점에서 바라본 이성적인 접근과 시인의 감성적인 표현법에 ‘자연과학’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던 사람도 쉽고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라 확신이 든다. 여기에 독특한 들여쓰기 방식과 푸름으로 가득 찬 귀여운 일러스트는 덤이다.

 


 
다르면 다를수록
- 최재천 생태 에세이 -
 
 
저자 : 최재천
 
펴낸곳 : 아르테(arte)
 
분야 : 에세이
 
규격
130*192
 
쪽 수 : 252쪽
 
발행일
2017년 11월 15일
 
정가 : 15,000원
      

 
[나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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