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2018년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 미리보기

글 입력 2018.01.2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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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되었다. 모두가 새로운 마음으로 계획을 세우는 가운데 각종 예술단체들도 한 해 일정을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2018년 1월 17일,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 발표 기자간담회에 다녀왔다.

올해 남산예술센터 프로그램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는 '성찰'과 '되짚기'이다. 지난 몇 년 간 우리는 사회적으로 굵직한 사건들을 함께 경험했다. 역사의 변곡점을 지나온 2018년의 초입에서 예술가는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까? 쉼 없이 달려온 우리는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그 모든 것을 다시 되돌아보는 시기이다.

더불어 올해는 이전까지의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들과는 조금 결이 다른 작품들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라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처의 감각>부터 <나와 세일러문의 지하철 여행(가제)>에 이르기까지 2018년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될 작품 여덟 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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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의 감각


▶2017.4.5(목)-4.15(일)
작 고연욱, 연출 김정 / 프로젝트 내친김에

삼국유사의 웅녀 신화를 모티프로 하는 <처의 감각>은 이번 시즌의 문을 여는 작품이다. 약자에게 공감하는 게 점점 불가능해지고 강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에서 복원해야 할 것은 ‘곰의 감각’, 즉 약자의 감각이다. 작품은 비극의 끝에서 인간의 억눌려 있는 본성, 근원을 다시 감각함으로써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건져 올릴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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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의 감각>은 2016년 <곰의 아내>라는 제목으로 이미 한 번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올라간 적이 있다. 원작 희곡을 두고 작가와 연출가의 해석이 달랐기 때문에 연출가의 각색 버전으로 무대에 오른 것이 <곰의 아내>이다. 당시 원작인 <처의 감각>은 희곡집으로 발간되었다. 2017년 초, 극작가와 원작에 대한 존중으로 <서치라이트(Searchwright)> 프로그램을 통해 낭독공연으로 관객에게 선보인 후 올해 시즌 프로그램에도 포함되었다.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경험을 관객 및 평론계와 공유하고 토론하고 싶다는 남산예술센터의 바람이 보이는 지점이다. 더불어 <처의 감각>은 기획 단계에서 독일 하이델베르크 극장 'Heidelberger Stückemarkt' 축제에 공식 초청되어 4월 말 독일어로 낭독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손 없는 색시


▶2018.4.26(목)-5.7(월)
작 경민선, 연출 조현산 / 예술무대 산

<손 없는 색시>는 전 아시아, 유럽에 퍼져 있는 민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연극이다.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슬픈 가슴을 늘 쓸어내리던 색시의 손이 어느 날 더 이상 아픈 가슴을 만지기 싫다며 스스로 떨어져 나와 떠난다. 색시가 슬픔 속에서 낳은 아들은 늙은 채로 태어나고, 노인인 아들의 수의를 만들어 주기 위해 색시는 손을 찾는 여행을 떠난다. 색시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우리는 회복이 본래 상태로의 복귀가 아니라 문제를 인정하고 곁에 두는 것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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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술센터에 시즌 프로그램에서 '인형극'이라는 장르는 꽤 이레적이다. 하지만 남산예술센터는 지난 2016년부터 기존 서사구조를 벗어나 동시대 현대연극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낯선 작업들-'아방가르드 신파극', '변칙 판타지', '천사-유보된 제목', '십년만 부탁합니다'-을 해 왔다. <손 없는 색시>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왜 인형극이냐'는 질문에 조현산 연출가는 '시처럼 상징성이 강하고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장르인 인형극과 역시 상징적인 요소가 많은 민담 <손 없는 색시>는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다소 낯선 협업일지라도 <손 없는 색시>를 통해 우리는 동시대 현대연극에 대한 사고를 뒤바꿔 줄 새로운 시선과 독특한 상상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에어콘 없는 방


▶2018.5.17(목)-6.3(일)
작 고영범, 연출 이성열 / 극단 백수광부

그동안 남산예술센터는 민간극단과의 공동제작 파트너십을 통해 좋은 창작 연극을 발견하고, 레퍼토리 작품으로 발굴하고자 꾸준히 노력해왔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푸르른 날에>, 2016년 <햇빛샤워>, 2017년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와 <파란나라>가 그 예이다. 올해는 <에어콘 없는 방>이 그 주인공이다. 2017년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던 <에어콘 업는 방>은 작년에 미진했던 부분을 다듬어 2018년 5월, 다시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른다. 

<에어콘 없는 방>은 하룻밤 동안 1930년대, 1945년 해방, 1973년 유신 직후 라는 세 가지 시간과 공간이 뒤섞이며 진행된다. 1906년 하와이에서 태어나 한국, 상해, 미국을 떠돌며 역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겪었던 실존인물 '피터 현'이 주인공이다. 관객은 '하룻밤'이라는 한정된 시간과 '유신호텔 503호'라는 제한된 공간 내에서 압축적으로 펼쳐지는 한국의 근현대사와 그 가운데서 성실하게 살아가려던 젊은이가 어떻게 굴절되고 무너지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이 작품은 지역문예회관 투어협력으로 성남아트센터 '시리즈-연극만원滿員'에 초청되어 4월 20일부터 22일까지 공연될 예정이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2018.9.4(화)-9.16(일)
원작 장강명, 각색 정진세, 연출 강량원 / 극단 동

2015년 제 20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한 동명소설이 원작인 <그뭄,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작년 권여선 작가의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이후 남산예술센터에서 다시 한 번 소설을 무대화하는 작업이다. 연극은 살인을 저지른 남자, 남자와 서로 사랑한 여자, 남자에게 자식을 잃은 어머니 세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기억과 고통, 속죄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다룬다. 소설과 마찬가지로 연극 역시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이야기가 진행된다. 뒤엉킨 시간 속에는 그믐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기억 속에 선명히 존재하는 한 사람의 인생이 있다. 관객은 현재 시점에서 재구성한 기억의 재현이 아닌, 과거 당시의 현재에서 인물을 만남으로써 인물들을 풍부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이야기의 方式, 춤의 方式–공옥진의 병신춤 편


▶2018.10.4(목)–10.14(일)
작 그린피그 공동창작, 연출 윤한솔 / 그린피그

<‘이야기의 方式, 춤의 方式–공옥진의 병신춤 편’>은 공모 선정 당시 착상의 신선함으로 많은 지지를 얻었던 작품이다. 작품은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한국전쟁과 창극단 시절, 공간소극장 ‘공간사랑’에서의 공연 이후의 공옥진에 대해 주목한다. 이는 다만 시대별 에피소드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공옥진의 경험을 뿌리로 두고 있는 ‘공옥진의 춤사위’를 찾아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 공연은 키네틱센서를 활용해 병신춤의 동작을 복제하고, 게임 프로그램의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 작업을 통해, 공옥진의 병신춤은 지루하지 않게, 어렵지 않게 관객에게 다가갈 것이며, ‘현재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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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솔 연출은 ‘전통이란 장르 안에 분명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으며, 지루해하고 재미없어 했던 것에 공감할 수 있는 지점들을 포착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연출의 포부처럼, 극단이 추구해온 수행적인 연극 방법론과 리서치 작업이, 전통적 요소, 그 중에서도 공옥진의 개성적인 ‘병신춤’ 속에서 어떤 다면적인 만남을 이룰 것인지, 또 어떤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


▶2018.10.25(목)-11.4(일)
작, 연출 최치언 / 창작집단 상상두목

2018년 공모제작 공모를 통해 선정된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는 시, 소설, 희곡 분야에서 모두 등단한 작가 최치언의 작품으로, 최치언이 작,연출을 모두 맡은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이 여지없이 펼쳐질 예정이다. 그의 전작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에선 80년 광주 시민들의 삶을 통해 인간의 윤리 문제를 다뤘다면, 이번 신작에선 80년대를 배경으로 ‘용기’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억울하게 강도 누명을 쓰고 감방에 들어간 남자가 자신을 잡아 용감한 시민상을 받은 남자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에게 딱 한 번만 칼로 배를 찌르게 해달라고 하면서 작품은 시작한다.

시대는 늘 질문을 던지고, 그 모든 질문 속엔 딜레마가 있다. 한국사회의 특수성에서 기인한 질문은 그 자체가 딜레마이며, 최후엔 용기의 문제가 된다. 개개인의 인간들이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내는가는 블랙 코미디의 방식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관객은 극 중 인물들이 발휘하는 최후의 용기에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를 연발하게 될 것이며, 종국에는 별반 다르지 않은 자신 앞의 질문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시간


▶2018.11.15(목)–11.25(일)
작 이보람, 연출 김수희 / 극단 미인

거침없는 필력과 참신한 소재로 주목을 받아온 극작가 이보람은 실제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품의 주제와 문제의식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의 신작 <두 번째 시간>은, 2016년 남산예술센터 상시투고시스템 ‘초고를 부탁해’에서 처음 발굴되어, 2017년 <서치라이트(Searchwright)> 프로그램에서 낭독공연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인 바 있다. <소년B가 사는 집>으로 이보람 작가와 호흡을 맞췄던 김수희 연출이 <두 번째 시간>의 연출을 맡았는데, 이 작품에서도 사회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면서도 균형감을 잃지 않는 탄탄한 연출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특히 작가와 연출 모두 남산예술센터에서 시즌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두 사람의 의기투합이 어떤 첫 인상을 남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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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간>은 역사적 팩트를 추적하기보다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쪽으로 나아간다. 독재 정권 시절 의문사로 죽은 남편을 둔 부인의 삶을 통해 기록된 역사에서 빗겨난 평범한 사람들의 역사가 무대화된다. 남편은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위인임에도, 임대아파트에서 근근한 삶을 이어오고 있는 여자의 이야기는, 역사에 기록되지도, 기억되지도 않는, 그러나 역사적 순간을 일평생 간직하며 살아내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과 독재가 끝났음에도 여전히 답답한 지금의 역사를 이해하고, 올바른 한 걸음을 어떻게 내딛을 수 있는지, 그 힘은 어떻게 발휘될 수 있는지, 시대에 대한 엄숙한 질문과 고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나와 세일러문의 지하철 여행(가제)


▶2018.12.5(수)–12.7(금)
한국, 일본, 홍콩 국제공동제작 프리-프로덕션
크리에이티브 VaQi ‘이경성’(한국), 극단Q ‘사토코 이치하라’(일본), Artocrite ‘웡 칭 얀 버디’(홍콩)

시즌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한국, 일본, 홍콩의 공동제작 작품인 <나와 세일러문의 지하철 여행(가제)>의 쇼케이스가 장식한다. 아직 프로덕션 과정에 있는 작품으로, 12월의 쇼케이스를 통해 진행과정을 공유할 기회를 가질 것이다. 한국의 연출가 이경성, 일본의 연출가 사토코 이치하라, 홍콩의 웡 칭 얀 버디는 모두 80년대생 창작자로, 80년대생 연출들이 시대, 세대를 바라보는 관점이 작품의 주된 소스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촛불집회∙맞불집회 속에서 드러난 세대 간의 갈등, 홍콩에서는 노란 우산 집회를 이끈 노란 리본과 파란 리본 간의 갈등, 일본에서는 재난과 경제 침체 이후 경제 구조 안에서의 세대 갈등 등. 아시아의 각 국가(또는 도시) 내에서의 세대 간의 경험은 유사하면서도 도시의 역사성을 내포한 차이를 드러낸다. 세 연출이 각 나라의 정치, 사회, 문화적 이슈를 공유하고, 연극적 방법론을 모색한 결과는 12월 쇼케이스에서 선보여질 것이다. 특히 한국의 이경성 연출가는 ‘제작이 긴 호흡으로 가기 위해선, 응원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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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소개한 여덟 개의 시즌 프로그램은 역시나 한국사회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현상을 담은 동시대성 작품들로 추려졌다. 올해는 지난 세월을 성찰하고 되돌아보며, ‘시대의 파고를 넘은 개인의 내면’에 천착하는 시선들이 두드러지는데, 이런 시선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어떤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할지, 기대해 봄직하다.

시즌 프로그램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남산예술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2월 1일(목) 오후 2시 상반기 공연 패키지 티켓이 오픈된다. 대상 공연은 ‘처의 감각’, ‘손 없는 색시’, ‘에어콘 없는 방’까지 3편으로, 남산예술센터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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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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