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원리 속 감상, 다르면 다를수록

글 입력 2018.01.2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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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원리 속 감상
다르면 다를수록


 책을 읽으면서 리처드 도킨스가 생각났다. 그의 저서에 관해서는 독자의 수많은 관점과 의견이 있지만, 필자는 뭐가 되었건 그를 인본주의자라고 생각한다. 물론 필자는 도킨스의 모든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고, 책의 저자는 도킨스와 전혀 다른 색채를 띄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굳이 도킨스가 생각난 것은, 저자가 그의 이름을 언급해서도 그렇지만, 도킨스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때로 과학적 원리에 따른 존재다'라는 사실에 압도되지 않는다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 사실을 들이밀고 냉소에만 머물러서는 성찰이 존재할 수 없다. 과학적 사실이 우리의 실존을 위협할 수 없고, 심지어 성찰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과학자들이 말하는 철학이란 종종 이 미묘한 부분에서 탄생한다. '과학자'가 될줄 몰랐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틀림없이 자연의 시인이었다.

 책 <다르면 다를수록>은 리처드 도킨스보다 친근하고 따뜻한 어조로 접근한다. 책은 짧은 소제목 아래에 가벼운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책은 과학자로서의 발견과 그에 따른 성찰로 가득차 있다.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은 독자로 하여금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한다. 그 중에는 '개미는 부지런하다'와 같은 상식을 깨는 것도 있었다. 필자는 그런 과학적 사실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과정이 되었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런 모든 상황에서 '인간 사회'를 고찰한다는 사실이다. 성찰은 개인이 아닌 사회와 세계로까지 뻗어져 있다.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필자는 그 무엇보다 자연과학과 확장된 대상이 공공의 선을 향하게 된다는 것이 가장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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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는 내내, 그 내용의 흥미로움 보다 저자의 마음씨에 큰 감동을 받았다. 자연과학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설명이 이토록 '인간적'일 수 있는 이유는, 저자가 그만큼 따뜻한 시선으로 자연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가 과학적 사실에 기대 서술되는데도 불구하고, 동성애와 여성문제, 정상과 비정상의 문제를 하나로 재단하지 않는 것도 저자가 자연의 원리를 고정된 법칙이 아닌 지혜의 메시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전 필자는 다소 과학을 고정적인 관념을 가진 것으로 생각했었지만, 책을 덮은 순간 그 믿음을 철회했다. 자연이야말로 사실 무한한 포용력을 가진 거대한 세계와 같다. 인간의 모습이 그토록 다채롭게 느껴지는 것도, 우리가 존재하는 이 세계가 그렇기 때문이다. 결국 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세계에 대한 믿음은 자연스럽게 자연보호와 생명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진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책을 읽었다는 느낌보다, 저자와 즐거운 산책을 한 기분이 든다. 산책의 끝에서 되돌아보니, 과학적인 것이 가장 따뜻한 것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이든다. 사실 방식과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조금씩 이 세계의 진실을 감정적으로나 이성적으로나 느끼기도 하니까 말이다. 저자는 그것을 좀 더 자세하고 폭넓은 지식으로 속삭였을 뿐이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규준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큰 위안을 받은 기분이 든다. 우리가 옭아매어지는 자잘한 죄책감과 불행들은 대부분 어떤 것을 지키지 못해서 파생되는 경우가 많다. 자연은 그 모든 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포용할 수 있으며, 그 세계의 법칙을 우리는 조심스럽게 들여다 보아야 한다. 책 자체도 수많은 아이디어가 가득하지만, 그것보다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 좋았다. 자주 들여다 볼 책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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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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