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국의 정신이 깃들다, 불후의 명작 展 [전시]

기억으로 새겨지는 작품의 무게
글 입력 2018.01.26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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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지만 한국 미술에 각별한 애정은 없었던 내가,
평소답지 않은 기대를 품고 서울미술관에 방문했다.
<불후의 명작> 展을 보기 위함이었다.
 
전시 자체에 대해 통틀어 말하자면 굉장히 실망이 컸다.
지난 내부공사 이후,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전시장이 축소되었음을 알아차렸고,
실제로 작품의 수도 미리 들었던 것보다 현저히 적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지만, 이쯤 접어두고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주 짧은 시간에 감상을 끝내고 돌아왔지만, 그 여운이 상당히 길었다.
보통 전시회에 가서 마음이 동요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 어쩌면 한 개나 있을까 말까 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왠지 모를 감동이 느껴졌다.
언어적인 면에서, 문화적인 면에서 나와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서일까,
'모국의 작품'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다가왔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본가는 산 속 아주 작은 마을에 있다.
과거가 부서지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있는 공간들이 곳곳에 있는, 새 소리와 물 소리가 들리는 마을이다.
때문에 90년대 끝자락에 태어난 내가 이 전시에서 향수를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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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길이 가는 작품은 이대원의 <사과나무> 그림이었다.
고등학생 때 우연히 그의 작품을 몇 점 보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친숙한 풍경을 참 다채롭고 아름답게 그려냈다고 생각했었다.
그뿐이었으나 몇 년이 흘러 지금 바라보는 그의 농원 정경은,
추억과 그리움으로 다가와 빠져들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온통 빨갛게 물든 모습이나,
반듯한 가로수와 달리 제멋대로 가지를 뻗친 사과나무들이 마음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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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로 추상화된 작품만 알고있던 김환기의 <섬 스케치>와 <산>도 굉장히 좋았다.
푸른 색으로 얽힌 산등성이와 물동이를 이고 가는 여인들을
김환기 화백 특유의 독특한 시각으로 창조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원형이 반복되는 <섬 스케치>를 감상하며,
그 둥근 모양을 따라 머리가 빠져 듬성듬성한 우리 할머니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국 미술의 저력'이 진심으로 느껴지는 작품들이었다.
근현대라는 고통과 혼란의 시기, 그 속에서 민족의 의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는 힘은 바로 이 곳에 있었다.
이중섭의 <소>에서, 천경자의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에서,
예술혼으로 고난을 극복해낸 모든 작가들의 '한국적' 정신에서 말이다.

아픔을 잊고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고픈 마음들이 전시장 곳곳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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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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