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르미타시박물관展, ‘오길 참 잘 했다’

올해 초, 이촌의 작은 공간에서 옛 프랑스와 러시아 사람들의 삶을 살짝 들여다 보는 건 어떨까.
글 입력 2018.01.29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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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르미타시박물관展, ‘오길 참 잘 했다’


날씨 궂은 월요일 날 가장 좋은 선택지는 무엇일까? 아마도 집에서 편안하게 여유를 만끽하는 것이 아닐까? 지난 주 월요일 하늘은 진눈깨비로 인해 하루 종일 희뿌연 상태였다. 내일부터 들이 닥칠 것이란 한파 탓인지 바람이 살을 에는 듯 꽤 매서웠다. 박물관은 한산할 거라는 필자의 예측과 달리, 국립중앙박물관은 예르미타시박물관展을 감상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큐레이터의 전시해설이 약속된 오후 세 시가 되자, 2~3 전시실에 있었던 인파 또한 모여들어 큰 무리를 이뤘다. 관람 후, ‘오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추천하는 이유 세 가지를 말해보고자 한다.


171106_예르미타시박물관전 포스터2 최종.jpg


 
1. 직관적인 전시장


전시장 내부.jpg
 

예르미타시전 전시장은 사전 정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와 전시장을 빠르게 훑는 관람객과, 작품 하나하나를 천천히 감상하러 온 관람객 모두에게 호소력이 있다. 전시회는 ‘고전주의’, ‘로코코와 계몽주의’, ‘낭만주의’, ‘인상주의 및 그 이후’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방마다 다른 색으로 꾸며져 있기에 서양미술사를 잘 알지 못해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특정 화풍의 영향을 받았는지를 손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로코코와 계몽주의는 하늘 색, 낭만주의는 노란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장에서 들리는 무소그르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전시 관람에 몰입할 수 있도록 관람객을 돕느다.

한편, 전시를 자세히 보는 사람들을 위해 꾸며진 작은 장치 또한 인상적이다. 작품을 살피다 보면, ‘사진 속의 인물이라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거울 속 내 모습은 어떤가요?’ 등 질문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치 꼼꼼히 감상한 대가로 보물을 찾은 것만 같다.



2. 친절한 설명


예르미타시전은 박학다식하고 재치있는 큐레이터의 전시해설을 제공한다. 전시 해설은 평일은 3회 이루어지는데, 각각 오전 10시 30분, 11시 30분, 오후 3시에 시작한다. 주말과 공휴일은 단 1회로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이다. 50여분간의 전시장 네 곳을 모두 훑으면서 예카테리나 2세와 박물관에 얽힌 사연, 한 시대의 인상적인 화풍과 그에 맞서는 화풍,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작품들, 화가와 작품 속 대상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 당대 평론가의 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좀 더 생동감 있고 풍성한 전시를 즐길 수 있다.

전시 해설에 대한 두 가지 팁을 말하자면, 첫째 계몽 군주 예카테리나 2세의 초상화 앞, 혹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전경을 보여주는 스크린 앞에서 시작한다. 둘째, 해설을 시작하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몰리므로, 해설 시작 전 미리 전시장을 한 번 쓱 돌고 어떤 느낌의 작품들이 있는지를 봐 두는 게 해설 이해에 더 도움이 된다.



3. 수많은 작품과 그 속에 녹아 든 삶


장 바티스트600.jpg
 

액자 속에 박제되어 일정 거리 밖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그림 속 인물들은, 우리와 심리적으로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 같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옷의 질감, 피부톤만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러 사례 중 하나를 풀어 본다.

위 작품은 장 바티스트 그뢰즈의 <인형을 안고 있는 소녀>이다. 사진 속의 아이는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작고 통통한 손을 보아하니 열 살, 열한 살밖에 안 되는 보인다. 많이 쳐 줘야 십대 초인 아이에게 오랜 시간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당연히 심심해 할 것이다. 캔버스 너머로 ‘언제 끝나지? 괜히 그림 그린다고 했다. 움직여도 되나? 빨리 좀 그려주지.’라는 원망의 눈빛이 느껴진다.

필자는 한겨울에 겨울궁전을 관람하고 왔지만, 예르미타시박물관展은 날씨가 풀리는 4월 1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계속된다. 다둥이카드 소지자, 장애인 4~6급 본인과 그 동반자, 예술인 패스 본인과 그 동반자에게는 할인 혜택이 있으며 48개월 미만, 영유아 단체 인솔자 1인, 장애인 1~3급 본인과 그 동반자, 군인, 경찰, 소방관, 법정 차상위계층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올해 초, 이촌의 작은 공간에서 옛 프랑스와 러시아 사람들의 삶을 살짝 들여다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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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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