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예르미타시 박물관 展: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에 다녀왔습니다. 미세먼지도 심하고 비까지 억수같이 내렸던 한겨울의 월요일이었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전시장을 찾았었고,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자 하는 관람객들의 열정이 가득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러시아 예르미타시 박물관 소장의 프랑스 작품들에 대한 전시입니다. 러시아의 프랑스와의 문화교류는 1717년에 있었던 표트르 1세의 프랑스 방문으로 부터 본격화되었습니다. 북방전쟁을 위한 정치적 의도의 방문으로 시작되었지만, 표트르 1세는 프랑스의 과학, 인문, 예술에 매료되었고, 이후 프랑스의 많은 건축가와 예술가, 과학자들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계몽군주를 자처한 예카테리나 2세는 유럽 각지의 저명한 개인 소장가들의 소장품을 모으기 시작했고, 특히 프랑스 미술에 애착을 가졌습니다. 이후에도 수집은 러시아 귀족들에 의해 이어지고, 예르미타시 컬렉션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잘 알려진, 인기있는 작품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덕분에 모든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각 화가들의 대표 작품들이 아닌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감상하며 화가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도 있고, 러시아만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독특한 작품들도 만나게 될 수 있습니다. '은자의 집'(Hermitage)에서 숨어있는 보석같은 작품들을 많이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두번째 섹션 "로코코와 계몽의 시대"에서 흥미로운 작품 배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 중 하나인 장바티스트 그뢰즈의 <인형을 안고 있는 소녀>. 로코코와 사실주의가 공존하는 이 시기의 작품들을 설명하면서 전시 도슨트는 관람객들에게 이 그림의 주인공인 소녀의 신분과 표정, 눈빛에 주목하도록 유도하였습니다. 그 당시 이런 평민출신을 작품의 소재로 정한 것도 혁명적이었을 뿐더러, 이름 없는 이 사람의 상황과 감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는 점에서 주요 작품으로 여겨진다고 합니다.

더욱 아이러니한 점은 이 작품이 장루이 부아이유의 <어린 시절의 옐레나 파블로브나 여대공의 초상>과 나란히 전시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이와 생김새가 전 작품의 소녀와 비슷해보이지만, 이 그림의 주인공은 황제의 둘째 딸로, 작품의 제목도 너무나 대조적이게 구체적인 이름으로 지어져있습니다. 더불어 장루이 부아이유는 프랑스출신의 러시아왕실 초상화가로, 작품에 인물의 어두운 면을 담지 않고 부드럽고 아름답게 인물을 묘사했던 화가로 유명합니다. 비슷하면서도 너무나 다른 두 작품의 온도차가 극명하게 느껴지는 인상적인 작품 배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작품은 이 전시의 가장 마지막에 걸려있는 베르나르 뷔페의 <겨울 궁전>이었습니다. 다른 작품들과는 시대가 많이 떨어져있는 이 작품은 뷔페가 예르미타시의 겨울 궁전을 그린 그림으로, 뷔페만의 개성이 드러나면서도 겨울 궁전을 잘 표현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크 양식의 겨울 궁전을 뷔페 특유의 고딕 양식으로 그려냄으로써 삭막하고 어두우면서도 늠름하고 압도적인 궁전을 완성했습니다. 이 전시의 작품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면서 겨울 궁전에 대해 다각적인 인상을 갖고 전시장을 나설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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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 2017년 12월 19일 ~ 2018년 4월 15일

시간 : 월화목금 10:00 ~ 18:00

수토 10:00 ~ 21:00

일 및 공휴일 10:00 ~ 19:00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주최 : 국립중앙박물관, 예르미타시박물관, KBS

협력 :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가격 : 성인 6000원 / 학생 5500원

초등학생 5000원 / 유아 및 65세 이상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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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1688-0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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