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대가 기억하는 예술혼 - 불후의 명작; The Masterpiece @서울미술관

The Masterpiece
글 입력 2018.01.30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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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기억하는 예술혼"

불후의 명작; The Masterpiece
- The Masterpiece -


포스터_불후의명작.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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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내용에 앞서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거장의 작품이 전시된 이곳, 서울 석파정 미술관이다. 한국의 미술사에 길이 이름을 남길 만큼 대단한 거장들의 숭고함과 아픔, 하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그림을 그려낸 애환과 예술혼을 온몸으로 느껴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을 한가득 가지고 발걸음을 옮겼다. 전시명부터 그러지 않는가! '불후의 명작'이라니.. 차라리 띵작이라고 했으면 좀 더 친근했지 않았을까.(물론 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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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이번 전시에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고난을 독자적인 화풍으로 구축한 거장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작품 수가 많이 적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리고 우리나라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 작가의 '산'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를 오게끔 했다.

김환기 특유의 '환기블루', 즉 쪽빛과 추상적인 선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선으로 그린 겹겹이 쌓인 산의 울림, 넘실대는 파도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김환기 산, 나무, 달 등을 소재로 그리다가 점차 점, 선, 색의 조화로 이루어진 추상화를 많이 그렸는데 그림들이 한국적 소재를 부분적으로 추상화하며 근대회화로 재구성한 것을 볼 수 있다.


김환기어디서무엇이되어다시만나랴.jpeg
 

잠깐의 여담을 하자면, 특히 그의 작품 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6-IV-70 #166)'를 보았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작은 점에서 시작되지만, 그 점들이 모여 선이 되고 다시 선이 모여 하나의 면이 된다. 이 작품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는데, 시인 깅광섭과 친구였던 김환기는 '저녁에'라는 시에서 영감을 받아 뉴욕에 살면서 그리운 사람들을 수많은 점으로 표현하며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면화 위에 청회색 유화물감으로 점을 먼저 찍은 후 그 틀로서 사각형을 두르는 형태를 대형 캔버스 안에 가득 채워나간 특유의 '점화'를 꼭 한 번 보기를 바란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제 이렇게 많은 사람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 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저녁에 - 김광섭




여인의 한이 담긴 아프리카



현실이란 슬퍼도,
제아무리 한 맺힌 일이 있어도
그걸 삼켜 넘겨 웃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나는 그림 속에 담으려 한다


생전에 천경자 화백이 이야기한 말이다. 이번에 김환기 '산'(1958), 김기창 '만종의 기도'(1967)를 더불어 천경자 그림 중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1976)가 서울미술관에 소장된 이래 처음으로 공개된다. 1974년에 교수직을 그만두고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온 후 제작한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에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Kilimanjaro) 산을 배경으로 초원 위에 여러 동물들을 볼 수 있다. 제목인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는 이 해가 천경자 자신이 만 49세가 되는 해였고 아프리카 여행을 떠올리며 붙인 것이다.

원시적이고 토속적인 색감의 이 작품에서 알몸으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코끼리 위에 앉은 여인은 천 화백의 자화상처럼 보였다. 50대에 들어선 그녀는 왜 '슬픈'이라는 단어로 설명한 것일까. 반 백년의 삶을 회고하며 파란만장한 삶에서 온 한과 자유를 향한 갈망을 그림에 투영하며 한편으로는 피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에 대한 체념과 같은 자연 앞에서의 무기력함을 녹여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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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작 뒤에는 '불멸의 사랑'이 있다


<사랑의 묘약>을 보러 방문한 적이 있었던 석파정 서울미술관. 이번에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근현대 화가 7인을 선정하여 개최하는 <불후의 명작; The Masterpiece> 전시를 위해 오게 되었지만 티켓을 받고 나서야 알았는데, 이 티켓 하나로 <사랑의 묘약>전시도 볼 수 있었다.

다소 침착한, 조금은 무거운 분위기의 이번 전시를 다 보았다면 그보다는 조금 더 가볍고, 생기발랄한 <사랑의 묘약>전시도 관람해보는 것은 어떤가? 미술관에서 울려펴지는 오페라를 들으며 일상과 방황, 욕망과 공허, 집착과 신뢰에 이어 사랑의 묘약을 구하려는 주인공의 고독과 용기, 희생과 기쁨의 과정을 느껴보는 것도 추천하는 바이다.




장혜린_2.jpeg
 

[장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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