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르미타시박물관展 |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

한국에서 경험하는 러시아의 프랑스 미술
글 입력 2018.01.31 00:3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예르미타시박물관展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


2017-12-30 23;45;34.jpg
 


 관람시간: 월/화/목/금 10:00-18:00, 수/토 10:00-21:00, 일/공휴일 10:00-19:00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입장료​: 성인(만24세 이상) 6,000원 / 학생 5,500원 / 초등학생 5,000원
          유아 (만48개월 이상) 및 65세 이상 4,000원
          *20인 이상 단체 500원 할인
 주최: 국립중앙박물관, 예르미타시박물관, KBS
 협력: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예매: 인터파크 티켓
 전시문의: 1688-0361
 누리집: museum.go.kr / russia2017.modoo.at

 -큐레이터와의 대화: 매주 수요일 19:00-19:30 / 기획전시실
 -전시 해설: 평일(3회) 오전 10시30분, 11시30분, 오후 3시
               토/일요일, 공휴일(1회): 오전 10시30분






entrance.jpg
 

한파가 절정을 달한 추운 겨울 날이었다. 페테르부르크 간접경험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서운 날씨였다. 지하철 역에서부터 냉한 공기를 느끼며 국립박물관으로 향했다.

대학교에서 러시아에 대한 강의로 학점을 일부 채웠다. 관심이 먼저였는지, 수업에서 생긴 흥미가 먼저였는지 모르겠지만, 졸업을 앞두고 러시아 문학 수업을 들었으니 시작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문학 수업을 통해 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배웠다. '우리는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의 그 고골과 그 말을 한 도스토옙스키를 배웠다. 라스콜리니코프 지나가던 센나야 광장에서 넵스키 대로, 네바 강. 책을 통해, 강의를 통해 그리고 개인적인 관심으로 300년 전 건설된 계획도시 페테르부르크를 배웠다. 전시를 보러 가게 된 것도 그런 관심의 연장선이었다.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페테르부르크, 그 페테르부르크의 예르미타시 박물관. 전시작들이 프랑스 작품이라고 하지만, 타이틀에 '예르미타시'가 붙은 이상 지나칠 수 없었다.


창2.jpg

창.jpg

 
"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가 유럽을 보는 창이다."

이탈리아 철학자의 말이 한쪽 벽에 적혀있었고, 그 반대는 창 너머 페테르부르크를 보는 듯한 구성이었다. 이곳을 지나면 예르미타시의 주인이었던 예카테리나 2세의 초상이 보인다. 

전시는 우리에게 익숙한 17세기~20세기 초의 프랑스 미술로 구성되어있다. 푸생이나 로랭, 부셰의 이름이 낯설 수도 있지만 성화나 콜로세움 등 익숙한 주제가 있으며, 후반에는 모네와 루소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고전주의, 로코코, 낭만주의, 인상주의 등으로 흐름을 보기 쉽게 구성되어 있었는데 관람 동선이 다소 아쉬웠다. 작품 설명 옆에 숫자가 있어 대략적인 동선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지만, 설명 옆 숫자를 보지 않거나 작품 위주로 감상을 하는 관람객도 많기 때문에 관람하다 보면 관람객들끼리 동선이 엉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작품이 여유 있게 배치된 편이므로 큰 불편을 초래하지는 않았지만 관람하기 편한 동선은 아니었다. 

동선에 대한 아쉬움은 상세한 작품 설명으로 상쇄되었다. 어떤 작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인지, 당시 어떤 주제가 유행이었는지, 작가의 특징이 어떠한지 간략하게 설명이 되어있어 작품과 작가를 파악하고 당시 시대상을 알고 작품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하면 가이드에 의존하여 작품을 감상하게 되어 가급적 대여하지 않지만, 어려운 작품을 만났을 때 별다른 설명이 없으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아쉬움이 생긴다. 이번 전시는 오디오 가이드 없이도 작품을 이해하는데 충분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어 만족스러웠다.


체험.jpg


전시 중간에는 휴식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체험 공간이 있었다. 겨울궁전에 대한 영상이 반복되어 재생되었으며, 겨울궁전과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도서, 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한 서적도 비치되어 있었으며 사진과 같이 미디어 체험 코너가 있었다. 러시아의 겨울궁전이지만 포커스가 프랑스 미술로 쏠릴 수 있는데 그 부분을 잡아주는 느낌이 있었고, 쉬어가는 느낌으로 여유로운 관람 분위기를 형성했다. 전시 마지막에는 여행 티켓을 연상케하는 종이에 겨울궁전과 마트료쉬카, 피의 구원 사원 스탬프를 찍어 여행 분위기를 내는 코너가 있었다. 러시아와 페테르부르크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다양하게 마련하여 프랑스 미술과 러시아(페테르부르크)를 한 번에 경험하는, 겨울궁전의 장점을 옮겨오려 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성 체칠리아 (2).jpg
자크 블랑샤르, 성 체칠리아, 17세기 전반, 캔버스에 유채


성 체칠리아는 로마 제국에서 기독교 신앙으로 죽임을 당한 순교자로, 음악을 연주하는 천사들에 둘러싸여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종교적 주체의 그림이지만 우아하고 세련된 여인의 모습으로 그려진 성 체칠리아는 세속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평온하면서도 안정적인 구도는 블랑샤르의 작품이 바로크 양식을 벗어나 점차 고전주의적 경향으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세와 타는 덤불 (2).jpg
세바스티앵 부르동, 모세와 타는 덤불, 1642-1645, 캔버스에 유채


부르동의 고향인 남프랑스의 몽펠리에는 신교도인 위그노들의 요새였다. 로마에서 활동하던 그는 카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배경을 숨기기 위해 종교적 주제를 즐겨 그렸다. 모세가, 타는 덤불에 다가가 신의 호명을 듣는 장면은 깊은 신앙심을 보여주기에 맞춤한 소재였다. 부드럽고 섬세한 인물 표현은 당시 그가 심취했던 라파엘로의 영향이다.


술집의 농부들2.jpg
르 냉 형제들, 술집의 농부들, 1640년대, 캔버스에 유채


17세기 프랑스 미술에서는 일상적인 장면을 그린 풍속화가 큰 인기를 얻었다. 작은 캔버스 안에서 프랑스 농민들의 삶과 일상을 찬미했던 르 냉 형제는 이러한 풍속화 장르가 생겨나고 유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농부들은 비록 허름한 옷을 입고 있지만 이들의 여유 있는 자세와 위엄 가득한 얼굴에서 내면의 고결함도 드러난다. 


이탈리아의 풍경2.jpg
클로드 로랭, 이탈리아 풍경, 1642, 캔버스에 유채


로랭은 이탈리아의 캄파니아 지역 풍경을 여러 차례 그렸다. 목초지에서 돌아오다 강을 건너는 소들의 모습은 로랭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석양이 질 무렵의 부드럽고 따뜻한 빛이 화면 전체를 비추고 있으며, 평온한 저녁의 고요함이 가득하다. 로랭은 주로 화실에서 작업을 했지만, 야외에서 그린 스케치들을 적극 활용했다.


요셉과 보디발의 아내.jpg
장바티스트 나티에, 요셉과 보디발의 아내, 1711, 캔버스에 유채


이집트 장군 보디발의 아내가 요셉을 유혹하는, '모세서'의 이야기는 18세기 초 화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소재였다. 특히 침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많은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나티에는 옷을 벗은 젊은 부인의 밝게 빛나는 몸을 강조하고, 그림자에 잠겨있는 요셉을 대조적인 모습으로 표현했다. 나티에는 이 작품을 왕립회화 조각아카데미에 제출하여 회원 자격을 얻었다.


프랑스 황태자 루이의 초상1.jpg
루이 토케, 프랑스 황태자 루이의 초상, 1739 캔버스에 유채


황태자 루이(1729-1765)는 프랑스 왕 루이 15세의 아들이다. 그는 왕위 계승자였지만 왕좌의 올라서지 못했고, 왕위는 아들인 루이 16세가 이어받았다. 이 초상화는 큰 크기의 공식 초상화를 제작하기 위한 사전 습작 중 하나이다. 선명한 색조와 우아한 자세에서 로코코 양식의 영향이 드러난다.

 
무대 의상을 입은 젊은 여성2.jpg
알렉시 그리무, 무대 의상을 입은 젊은 여성, 1730년대, 캔버스에 유채


그리무의 작품은 엄숙함보다 즐거운 분위기를 풍긴다. 무대의상을 입고 있는 이 아름답고, 애교스러운 소녀는 그리무의 여러 작품에서 등장한다.
 

인형을 안고 있는 소녀2.jpg
장바티스트 그뢰즈, 인형을 안고 있는 소녀, 1758, 캔버스에 유채


18세기 중엽에 프랑스 화가들은 서민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파리의 빈민가 출신이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심각한 표정을 한 채 인형과 컵을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다. 어색한 자세로 앉아 자신의 소중한 보물들을 지키고 있는 소녀의 토실토실하고 매끈한 손이 주변 사물들과 대비되어 더욱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난파2.jpg
피에르 자크 볼레르, 난파, 1765, 캔버스에 유채


볼레르는 베르네의 화실에 머물며 바다 풍경을 즐겨 그렸다. 이 작품은 전적으로 화가의 상상으로 그린 것이다. 생존자를 구조하는 모습과 익사자들, 특히 물에 빠진 아이와 죽은 어머니를 건져 올리는 장면이 지극히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가혹한 느낌마저 준다.

 
당구시합2.jpg
루이레오폴드 부알리, 당구 시합, 1807, 캔버스에 유채


이 작품은 프랑스 사회가 격변한 1789년 이후 시기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 제1제정기에 당구장은 사람들이 모여 게임을 즐기고 담소를 나누는 장소였다. 또한 정치·사회 문제의 토론장이기도 했다. 그림의 주인공은 중앙에서 당구를 치고 있는 여성이다. 이전에는 남자만 당구 시합에 참가할 수 있었던 사실을 미루어 볼 때, 나폴레옹 1세 시대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성가대석 내부2.jpg
프랑수아마리우스 그라네, 로마 바르베리니 광장의 카푸친 교회 성가대석 내부, 1818, 캔버스에 유채


그라네는 카푸친 교회 성가대석을 주제로 한 그림을 최소 15번 그려 '카푸친의 화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라네는 그림 중앙의 창에서 쏟아지는 빛이 관람자를 향하고, 교회 내부의 벽, 바닥, 의자는 창으로 향하는 상반된 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장치는 이 작품을 몽환적으로 만들며, 작품 속 명암 대비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은 동굴 속의 마리아 막달라2.jpg
쥘 조제프 르페브르, 작은 동굴 속의 막달라 마리아, 1876년경, 캔버스에 유채


쥘 르페브르는 로마 프랑스아카데미에서 수학하면서 고전주의 조각상들을 연구했고, 이후 주로 신화와 종교를 주제로 작품을 제작했다. 1876년에 이 작품이 완성되자 동시대 비평가들은 작품의 인물이 성경에 나오는 막달라 마리아가 아닌 경박한 여인을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빠져죽은 기독교 순교자 (2).JPG
이폴리트 (폴) 들라로슈, 디오클레티아누스 통치기 티베르 강에 빠져 죽은 기독교 순교자, 1853, 캔버스에 유채


이 작품의 주제는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기독교인 박해이다. 진홍빛 석양과 청록빛을 띠는 차가운 물이 대조를 이루며 손이 묶인 채 티베르 강에 던져진 순교자의 얼굴을 비추는 신비한 빛은 낭만적인 느낌을 준다.

 
숲에서 소에게 여물을 먹이는 소녀2.JPG
장 바티스트 카미유 코로, 숲에서 소에게 여물을 주는 소녀, 1865-1870, 캔버스에 유채


19세기 위대한 풍경화가였던 코로는 자연과 인간의 삶이 어우러지는 한 순간을 포착했다는 점에서 인상주의자들의 선구자였다. <아침>이라는 제목으로도 불렸던 이 작품은 목가적 풍경을 배경으로 걸음을 멈춘 목동의 보일 듯 말 듯한 움직임을 섬세하게 표현하였다. 

 
겨울궁전 (2).JPG
베르나르 뷔페, 겨울 궁전, 1992, 캔버스에 유채


베르나르 뷔페는 뚜렷한 윤곽선과 검은색이 주를 이루는 그래피즘 회화를 제작했던 화가이다. 이 작품은 뷔페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에서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그린 것으로, 원색에 대한 관심이 나타나는 그의 후기 경향을 보여준다. 뷔페는 또한 수직선을 활용하여 바로크 양식의 겨울 궁전을 뷔페 특유의 고딕 양식으로 변형 시켰다. 그는 1993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개인전을 끝낸 뒤 이미 판매가 된 '겨울 궁전'을 다시 그려 예르미타시 박물관에 기증했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