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비가 사라진 시대에 자비를 찾다 [문학]

글 입력 2018.01.3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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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문화대혁명은 아마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1966년부터 이후 10년간 지속되었던 문화대혁명은 사람들을 굶어죽이게 하고, 반공으로 몰려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게 했다. 전통은 파괴되었으며 오직 사회주의와 프롤레타리아만이 중시되었다. 소설 ‘자비’는, 그러나, 많은 작가들과 영화감독들이 다루었던 이 시대를 넣지 않았다. 문화대혁명이 살짝 등장하기는 하지만 주인공들은 인민공사 (1958~1978년)와 대약진운동 (1958~1962년 초) 시대와 문화대혁명이 교차하는 시대를 겪었던 부모 시대였다.

 쉬성, 위성, 건성은 부모 시대를 논하는 가장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쉬성은 어렸을 적 인민공사와 대약진운동으로 아사하기 전 가족과 함께 마을을 몰래 달아났다. 갈림길에서 쉬성과 아버지는 헤어지게 되고 삼촌의 도움으로 공업학교를 졸업하게 된다. 위성의 아버지 밑에서 일을 시작했던 그는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기술직 간부가 되고 공장의 여론몰이를 하는 인물로 성장하게 된다. 그의 동료 건성은 쉬성과 비슷한 처지였지만 자신이 저지른 일들로 인해 스스로 비극에 빠지게 되는 인물이며 위성은 쉬성의 아내로 시대 흐름에 따라 쉬성의 내조를 현명하게 한다.
 
 쉬성은 좋은 인물도, 그렇다고 나쁜 인물도 아니다. 일상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회주의 시대의 소시민으로 자비를 베풀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 위성, 건성 모두 쉬성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특출하지 않은 인물들이지만 이들이 소설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국가사상 아래에 놓인 노동자들이였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노동자의 생활은 국가가 책임지지 않았다. 이들의 장비와 옷은 그들이 스스로 부담해야 했고 과실이 있을 경우 모두 개인 책임으로 돌아갔다. 같은 계급이고 밑바닥이지만 생존을 위한 움직임은 처절했다. 가난, 장애, 질병 심지어 부부관계 등의 사유를 대며 노조에서 보조금을 타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들은 더 간절하고 힘들게 살아가고자 했다. 아픔과 짐들을 혼자 짊어가며 국가의 사회부속으로 그렇게 '자비'를 잊고 살아간다.

 ‘자비’란 남을 깊이 사랑하고 가엾게 여김. 또는 그렇게 여겨서 베푸는 혜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페놀 공장에서는 그 ‘자비’가 발견되지 않는다. 작은 마을이 대도시가 될 때까지의 수십 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작가는 마치 영상을 천천히 흘러가듯이 찍듯 담담하게 그 당시 시대를 보여주었다. 역사적 사건을 깊이 들어가지도 않고 독자들에게 그 시대를 이해해달라고 강요하지도 않았지만 사회주의의 풍자와 쓴웃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사상은 단속할 수 있어도 총은 단속할 수 없다.’ 언제나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법이다. 격변하는 중국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소설에서만 진행되지 않는다. 현시대 우리사회에는 과연 ‘자비’가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우리는 대체 누구에게 자비를 구해야하는 걸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그런 소설이었다.

* 작가 루네이에 관한 글이 재미있다. 루네이는 인터넷에서 작가로 활동할 때 썼던 아이디라고 한다. 소설 끝에 루네이와 관련된 글이 있으니 꼭 읽을 것을 추천한다!


[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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