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르미타시 박물관 展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
글 입력 2018.02.0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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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예르미타시 박물관 展


2017.12.19~2018.04.15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예르미타시박물관 겨울 궁전 전경.jpg
 

이번 전시는 예카테리나 2세가 수집한 프랑스 회화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이다. 예르미타시박물관은 300만 점의 소장품을 자랑하는 굉장한 규모의 박물관인데 그 중에서도 유럽미술 컬렉션이 가장 유명하다.

예르미타시 박물관은 예카테리나 2세를 비롯해 로마노프 왕조 시대의 황제들과 귀족, 기업가들이 열정적으로 유럽 미술품을 수집한 덕분에 큰 규모를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프랑스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프랑스 미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니 그 규모를 감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예카테리나는 프랑스 사람이 아닌 러시아 사람이다.

사실 의아하다는 생각을 했다. 러시아 사람이 어떻게 프랑스 회화나 조각을 수집할 생각을 한 것일까? 심지어 작품에 대한 설명을 보면 거금의 돈을 들여 어렵사리 구한 작품들이 많았다. 아마도 귀족들과 왕족, 기업가들의 이런 수집 열정과 노력 덕분에 오늘 날 우리가 아름다운 미술 작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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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고전주의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 니콜라 푸생, 클로드 로랭 등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프랑스 미술의 독자적인 화풍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이 시기에 이탈리아에서 공부하던 젊은 프랑스 화가들이 돌아와 왕실 주도의 화단에 활력을 불어 넣었는데, 보편적인 원리와 질서, 안정과 통일성을 중시하는 '고전주의' 양식이 17세기 프랑스 화단을 주도했다. 이 당시, 풍속화가 큰 인기를 얻었는데, 서민들의 모습을 이상적으로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사실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에 그 당시의 서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니콜라 푸생의 <십자가에서 내림> 이라는 작품이다.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을 묘사하며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마리아가 인상깊었다. 어두운 분위기의 풍속화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어둡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어둡고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그들의 빛나는 삶의 의지를 드러내는 듯 생기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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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는 로코코와 계몽의 시대로 남녀 간의 사랑과 유희 장면을 그린 작품들과 계몽주의 사상의 확산에 따른 새로운 감각의 풍속화와 풍경화를 만날 수 있다. 루이 14세가 사명한 이후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경제적으로 침체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화려하고 우아한 연회장면을 담은 그림들이 인기였다고 한다. 풍부한 색채와 사랑이야기가 인기를 끌었던 시기가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암울한 시대였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아마도 사람들은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그림으로서 도피하고 싶어하며 그림으로부터 마음의 위안을 얻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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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계몽주의 사상이 확산되면서 풍속화나 정물화 초상화가 유행했고 새롭게 풍경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미술품을 관람하면서 굉장히 놀랐던 것은, 사실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지금의 카메라를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그런 이유로 요즘 시대에 정물화는 인기를 얻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작품을 보던 중, 그림에 웬 벌레가 앉아있는 것 같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려져있는 벌레였다.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놀랐다. 사실적인 묘사 뿐만 아니라 입체적으로 보이기까지 한 작품들로 마치 내가 그림 속으로 들어가 있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당시에는 사냥 전리품을 그리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하는데 본 그림에는 사냥으로 잡은 토끼와 과일들이 놓여져 있다. 그 과일 위에 앉은 벌레가 과일의 당도를 예상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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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3부는 혁명과 낭만주의 시대의 미술로 구성되어 있다. 나폴레옹의 통치와 일련의 혁명으로 프랑스 미술에 여러 변화가 나타난다. 영웅적 초상화나 신화, 동방의 문물에서 영감을 얻었던 화가들의 작품이 선보이며 야외 사생으로 인상주의를 예고했던 화가들도 눈길을 끈다. 영웅적인 초상화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장오귀스트도미니크 앵그르의 <니콜라이 구리예프 백작의 초상>이다. 굉장한 위엄이 느껴지고 인물이 거대하다고 느껴진다. 카리스마와 그가 풍기는 장엄한 분위기에 압도당하며 작품을 바라본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당시의 화가들은 변화하는 빛과 대기에 관심을 두어 인상주의의 출현을 예고했는데, 순간적인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 특히 굉장하다고 느껴졌다.

장바티스트 카미유 코로의 <소에게 여물을 먹이는 소녀>는 숲길을 거닐며 나오는 소녀가 뒤를 돌아보는 찰나의 순간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평화롭고 자연 속에 사람이 녹아든 듯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빛과 대기의 세밀한 변화를 잡아내 표현했다. 이런 야외 사생이 굉장히 마음에 안정감을 준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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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마지막인 4부는 3부에서 예고하듯 출현한 인상주의와 그 이후 작품들이 모여있다. 고전적인 예술 양식을 탈피한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를 조명한다. 우리는 이름을 들으면 알 수 있는 클로드 모네와 앙리 루소 등 근대 거장들의 작품은 20세기 미술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여준다. 인상주의는 혁신적인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특히 클로드 모네는 대상의 형태보다 빛에 따른 순간의 색채 변화에 집중했다. 그의 그림은 이런 이유로 화려한 색채와 색감을 자랑하고 빛이 변화하는 모든 순간을 그림에 담아낸 화가로 인정받는다. 야수파인 화가 앙리 마티스는 인상주의 이후의 혁신을 이어나갔고 이들은 20세기 미술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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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2년 즉위한 예카테리나 2세는 1775년 겨울 궁전 가까이에 '은자의 집'으로 불린 작은 별궁을 만들고 이곳에 그녀가 수집한 예술품들을 보관했다. 그 별궁을 많은 프랑스 미술품으로 장식했기 때문에 이러한 황실과 개인 소장품들을 기반으로 다채로운 프랑스 컬렉션을 지니게 되었다. 이번 전시는 예카테리나 2세의 소장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녀의 미술품 수집 열정은 동시대의 귀족들과 기업가들에게도 전해져 많은 프랑스 작품들이 러시아의 공공건물과 상류층 저택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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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작품들이 20세기 초에 국유화되면서 다채로운 프랑스 미술 소장품을 예르미타시 박물관에서 즐길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러 수집가들의 작품 수집의 역사와 함께 러시아와 프랑스의 문화적 맥락을 깊이 이해할 수있는 기회가 된다. 프랑스 미술에 깃든 러시아의 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니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유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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