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깊이 아래로 가라앉는 기분이 들 때 [문화전반]

글 입력 2018.02.0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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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우울하고 지칠 때가 있다. 나에게는 지겨울만큼 익숙한 단어인 '자존감',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결국은 답 없는 무기력함으로 도달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온다. 정해진 공부, 입시준비만 생각하면 되었던 열아홉이 끝나고 성인이 된 후 오히려 더 자주 흔들렸던 감정과 숱하게 생겨나는 고민들로 괴로웠고 그러면서도 나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조금 덜 힘들게, 더 빨리 무기력에서 빠져나올순 없을까 항상 생각했다. 깨달았던 방법들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쉽게 기분이 오르내리는 '프로기복러' 5년 차로써 어디까지나 작은 조언이고 참고용이니 '이런 사람도 있구나'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1.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사실 글을 쓰면서 가장 고민이 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는 말이 과연 도움이 될까? 하지만 무기력함을 온 몸과 마음으로 체감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써 무기력할 때는 어찌됐든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하지 않게 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괴롭고 불안하지만 무기력을 벗어날 의지와 힘이 없다는 점이다. 문제를 아는데, 그 문제가 원인이 되어 해결을 막고 있는 상황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마음만 힘들어진다.

 이럴 때 나는 그냥 무기력함에 몸을 맡긴다.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을 땐 내가 하고싶은 대로 하고, '삼시세끼'를 찍고 있다는 기분으로 밥이나 잘 챙겨먹고 최소한의 생활만 하다보면 조금씩 그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채워지는 에너지가 생기는 기분이 든다. 마치 핸드폰 배터리가 10프로 이내일 때 다른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하기보다는 만지지 않고 충전기에 꽂게되는 것처럼 말이다.



2. 아무것도 안 하면 변하는 것은 없다

 이렇게 바로 극과 극인 문장이 나와 조금 의아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건 1번의 반대되는 문장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좋지 않다'가 아니라, '다만 변하는 것은 없다'라는 의미에서 쓴 것이다. 우울하거나 무기력한 순간에는 대부분 좋은 생각이 들기 힘들다. 부정적이거나 어두운 생각을 더 많이 하게되고 걱정, 불안, 안좋은 상상이 비어있는 시간을 무섭게 채우고 들어온다. 어딘가에서 읽은 글인데, 사람들이 하는 걱정의 8-90%는 하지 않아도 되는 걱정이거나 걱정해봤자 해결할 수 없는 분야라고 한다.

 물론 걱정이 드는 걸 막을 도리는 없지만 에너지가 조금이라도 생겼다면 자신이 쓸 수 있는 만큼의 에너지로 사소한 일이어도 실행에 옮겨보는 게 좋다. 중요한 점은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이렇게 사소한 일을 누가 알아줄까'라는 불필요한 생각들 없이, 순수하게 내가 하고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 때부터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하고 싶은 것을 하자!



3. 밖으로 나가고 보기

 최근에 깨달은 것 중 하나는 필자는 무조건 하루에 일정 시간 이상 바깥 활동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어마무시한 집순이이기도 하지만 산책이나 바깥 구경이 기분 전환에 무척 도움이 되고 없던 감정을 얻어올 수 있기 때문에 이유없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 때면 꼭 밖으로 나간다. 갈 곳이 바로 떠오르지 않을 경우를 고려해 미리 추천하는 장소로는 도서관이나 서점, 영화관, 여러가지 물건을 파는 잡화점 등이 있다.

 요새는 날씨가 추워서 어렵겠지만 등산이나 바다구경처럼 자연물을 보러 가는 것도 정말 좋다. 어디든 좋아하는 곳을 가면 기분과 마음이 변화하고 예기치 못한 새로운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신체를 움직이는 것은 단순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무척 중요한 포인트다. 하염없이 걷는 것만으로도 움직이지 않을 때 정체되기 쉬운 몸과 마음이 활기를 띨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된다.


 
4. 글로 묵은 감정을 뱉어내기

 글은 참 신기한 힘을 가졌다. 말로는 내가 가진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기 어려울 때, 참을 수 없는 무기력과 슬픔이 찾아올 때,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나를 이해시키고 누군가를 이해해야 할 때면 어김없이 글을 쓰게 되었다. 꼭 거창한 글이 아니어도, 그날 하루가 어땠는지 끄적끄적 적어내려가는 일기도 좋고 바로바로 떠오르는 단어만 써봐도 좋다. 머릿속에 든 복잡한 것들을 끄집어내고 정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면 시집이나 노래 가사를 필사하는 것도 매우 추천한다. 요새는 서점에 좋은 필사책들도 많이 나와있다. 필사를 하다보면 뭔가 뒤엉킨 생각이나 묵혀둔 감정이 삭 빠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글의 좋은 점은 그 자체로 기록이 되어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다시 꺼내보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나만의 지침이 되어준다는 점이다.



5. 시선 바꾸기. (무언가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느끼기)
 
 우울할 때는 왜 그렇게 '혼자'임이 선명하게 느껴져서 힘든지 모르겠다. 내 곁에 아무도 없이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만 같다. 나한테 실제로 아무도 없는 게 아니더라도 여기 내가 지금, 이렇게 힘이 든다고 말할 수 없고 상대방도 들을 수 없는 상황일 때가 꽤나 많다. 이처럼 사람의 부재로 마음이 힘들 때면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필자가 썼던 방법은 영화나 예능 같은 영상물 시청, 노래 듣기, 사진첩의 사진 보기, 다른 사람의 경험을 공유하기 등이 있다. 혼자 있다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스스로의 시선을 돌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실 필자의 경우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날에는 아무리 걱정이 많아도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이처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없는 공간에서 주기적으로 일을 하는 방법도 좋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타인이 창작한 영상이나 글, 조언을 접하는 것도 큰 도움이다. 그게 꼭 전문가의 것이 아니더라도 분명 간접적인 도움을 발견할 수 있다.


*

 이렇게 글로 쓰고 보니 대단한 조언이나 혁신적인 방법은 딱히 없는 것 같지만, 실제로 우울과 무기력을 겪으며 터득한 소소한 방법들이다. 최근에는 혼자라는 것이 미친듯이 두려워졌을 때 내 기억 속 너무도 당연하게 스스럼없이 혼자였던 시간을 떠올렸다. 가장 최근의 기억 중에서는 작년 10월의 제주에 있던 내가 그랬던 것 같다. 철저히 혼자 떠난 여행이었지만 어떤 광경을 눈에 담을 때, 태어나 처음 가 보는 공간에 들어섰을 때 왠지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느껴졌고 따뜻하고, 씩씩한 기분이었다. 황급히 그 때의 사진을 꺼내보았다. 내가 그곳에 있었고, 그곳에 있던 나는 행복했고 그 사람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는 나라고 생각하니 망망대해에 뜬 배같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라앉는 것 같았다.


[최은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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