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대책소] Episode2.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Attila Marcel)

취향대책소의 두 번째 에피소드
글 입력 2018.02.03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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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대책소] Episode2.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Attila Marcel)


취향대책소
취향 ; 대상을 책임지고 소개함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N은 기억이라는 주제에 맞춰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을 추천한다. N은 이 영화를 특히 애정하여 종종 영화를 가만히 틀어놓곤 한다. 실은 N에게 이 영화는 정확한 단어와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고 막연한 분위기로, 뿌연 기억들로 회상되던 영화였다. 영화를 가만히 틀어놓으면 달콤하고 따뜻한 색들이 지나쳐갔다. 그저, 그런 시간들을 마련해주던 영화였다. N이 H에게 영화를 추천하는 일을 통해 N도 드디어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을 사랑해온 이유들을 알게 될지 모른다.

N 이번 영화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이야. 이 영화는 여러모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야. 최근에 다시 예술 영화관에서 개봉 하려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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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영화를 본 H의 소감은 어때?

H 나는 처음 네가 기억이라는 주제를 정하고 이 영화를 알려줘서, ‘기억’이라는 키워드에 입각해서 영화를 보게 됐어. 그래서 그런지 기억이란 무엇인가 많이 생각하게 되는 영화였어.

N 그런데 나는 사실 처음 이 영화를 볼 때, ‘기억’이라는 명확한 주제를 떠올리지 않고 봤고, 나중에 이 영화를 단어로 분류한다면 기억이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겠다고 생각 했어. 처음 영화 봤을 때는 어땠더라? 폴의 연한 푸른색 눈동자나, 비밀 정원이라고 불리는 그 공간에 대한 신비로움? 이런 것들로 영화의 인상이 남아있고, 나중에 그 영화를 다시 볼 때도 그런 분위기를 다시 체험하려고 봤던 거 같아.

H 그러니까 애초에 기억에 대한 영화로 시작하진 않았다는 거네? 근데 그럼에도 네가 이 영화를 기억을 주제로 한 영화로 추천하는 이유는 뭐야?

N 음, 이 영화를 내가 기억하는 방식이 어떤 주제나 단어가 아니라 막연한 분위기였는데, 그 분위기가 결국에는 내가 기억이라는 단어에 가지고 있는 분위기랑 비슷한 거 같아. 영화에서 느끼는 분위기랑, ‘기억’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의 분위기가 겹쳐서.

H 공감해. ‘기억’을 묘하게 영화로 잘 녹였다고 생각해. 우리의 기억 속 후회(후폭풍이라고 설명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은), 그리움, 그런 것들을 잘 담아낸 영화였어. 마담 프루스트가 살고 있는 공간 자체도 기억과 비슷해. 비밀정원이잖아. 내 자신도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 어딘가에서는 누구도 모르게 계속 자라고 있는 거지. 비밀 정원이라는 말 자체가 기억이라는 말과 닮아 있어.

N  결국 이 영화는 기억이라는 추상적인 것을 커다랗게 장면들과 대사들, 공간으로 구체화 해 놓은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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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나는 기억이라는 단어를 말하자면, 긍정 부정 중에 부정에 가까운 단어야.

H 그렇지(격한 공감 끄덕끄덕). 왜냐면!! (목소리가 높아짐) 어떤 기억으로 폴이 괴로워할 때 프루스트가 이런 말을 하잖아. ‘나쁜 추억은 행복의 홍수 아래 가라앉게 해’라고. 그러니까 많고 많은 행복한 기억 중에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정말 일부고, 결국 망각하지 않고 남게 되는 것은 대부분 나쁜 기억인 것 같아. 그래서 ‘행복의 홍수 아래 가라앉힐 수 있다’라는 말이 와닿았어. 나도 평소에 기억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부정에 가까웠거든.

N 영화 시작할 때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또는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고 하잖아. 나는 이 문장이 기억의 부정적인 측면? 그러니까 내가 기억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함축하고 있다고 봐. 나는 내가 무심코 내민 손끝에 뭐가 걸려올지 모르는데, 또 사실은 알고 있잖아. 결국은 내 기억이니까. 기억이라는 건 내가 평소 하는 모든 일들 중에서도 특히나 내 주관이 너무 많이 개입돼. 난 그게 싫어. 뭔가 객관적인 척, 사실인 척 하는 거짓말들…….

H 네 말대로 우리는 기억에게 있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되잖아. 부정적일 수밖에 없지. 근데 이 영화 속 마담 프루스트는 그것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한다고 봐. 영화 시작할 때 뜬 문장은 다른 말로,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기억을 현재 행복의 진정제로 만들 수 있다는 거잖아.  기억이라는 부정적 단어 속에 긍정적 의미를 끌어내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그런지 약간 성장영화 같은 느낌도 들어. 폴의 성장영화.

N 맞아. 그리고 마담 프루스트는 바로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지. 기억에 개입된 주관은 지우고, 잊혀져있던 사실은 꺼내주는 사람. 근데 그게 또 무서운 게 우리는 폴의 숨겨진 기억이 독약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영화를 보지만, 만약 독약이었다면 싶은 거야. 이 영화는 다행히 독약이 아니어서 행복하게, 적어도 폴이 행복하게 끝났지만, 사실 우리의 기억에는 마담 프루스트 같은 사람이 언제나 함께 해 줄 수도 없고, 설령 그녀가 있다고 해도 언제나 진정제를 꺼낼 거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H 맞아. 우리에게도 나쁜 기억을 망각하고,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에게는 마담 프루스트가 없어. 좋은 교훈을 주지만, 깊숙이 들어가 생각하면 말 그대로 판타지지.

N 매우 환상적이지. 기억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말하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안전한 기억으로 회귀했지.

H 하지만 희망을 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이 영화의 장점이야. 만약 폴이 잘못된 채로 끝났다면 이 영화는 굉장히 절망적이었을 거야.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어야만 하는 영화였다고 생각해.

N 맞아. 영화의 성격 자체가 누군가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데에 있는 거 같아. 마담 프루스트 같은 사람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거지. 애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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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H는 기억해내고 싶은 때가 있어?

H 음. 있긴 있는데. 딱히 쓸모 있는 순간이 아니라서. 난 되게 궁금한 순간이 있어. 가족들 마다 말이 다 다르고, 누구는 기억하고 누구는 아예 기억하지 못하고. 완전히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고. 거짓말이라기에는 너무 사실적이고……. 그걸 알아내고 싶어. N은?

N 나는 시기 마다 관전 포인트가 정해져 있는 거 같아. 그러니까. 요새 나의 초점은 관계에 놓여있어. 그러면 나는 관계에 있어서 일어난 일들은 되게 잘 기억해. 대신 그 외의 것들은 딱히 기억하지도 않고 기억해야겠다는 필요도 잘 못 느껴. 결국 기억해내고 싶을 만한 것들은 어쩌면 이미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봐. 그래서 뭔가를 이미 기억하고 복기하는 거에는 익숙한데, 기억해내는 것에 대해선 잘 모르겠어.
근데 기억 너무 이상해. 우리가 하는 태초의 기억들 그것도 다 이상하고, 누군가가 엄청 쓸모없는 것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도 이상하고, 겁나 중요한 건데 기억 못하는 것도 이상하고.

H 근데 그래서 자꾸 마담 프루스트 말대로 우리가 기억 못 하는 것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기억하고 싶은 때가 있나?” “기억하고 싶은 게 있나?”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파묻혀있는 어떤 것들이 있을 거라는 의심이 도처에 널리게 돼. (H는 종종 이런 이상한 말투를 쓴다. N은 H의 이런 독특한 말투에 대해 꼭 이미 적힌 생각을 읽는 거 같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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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파묻혀 있는 기억들을 나는 다시 꺼내보는 일을 사실 좀 자주 하고, 특히 내가 잘못했거나 아님 누군가가 나에게 상처를 줬거나 이런 때들 다시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조롱하거나, 누구를 원망할 때가 종종 있어. 근데 이 영화는 이런 식의, 그러니까 결국 남는 건 뻔하고 무딘 것들이고, 왠지 무모하고 무색한 방식으로 기억에 접근하는 게 아니라, 기억이라는 게 어떻게  한 사람의 삶 전부에 작용하는지, 어떤 식으로 슬프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 질문하며 ‘기억’(그  자체)을 다듬어나간 거 같아. 우리가 사소하게 스스로에게 자주 건네는 질문들, 가령 내가 기억하던 거, 기억하고 싶은 거, 기억 못 하는 거. 그런 질문들에 현명하고 다정하게 대답하는 영화라고 생각해.
 

N이 H에게 영화를 추천하는 일에서 N에게는 많은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그동안 뿌옇게 흩뿌려져있던 감정들이, 가장 즐겨 꺼내보던 장면들이, 다시 또 다시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을 꺼내보았던 이유들이 조금은 차곡차곡 포개졌다.

H에게 N의 생각은, N에게 H의 생각은 언제나 익숙하면서도 뜻밖의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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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나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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