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읽기만 해도 매운 맛이 느껴지는 < 고추, 그 맵디매운 황홀 > [문학]

고추의 유래, 그리고 고추에 관련된 이야기
글 입력 2018.02.04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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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고추는 우리 삶에 가까이 있다고 생각했다. 시장이나 집에서 쉽게 볼 수 있었고, 고추가 들어간 요리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고추의 원산지를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고 한국이나 인도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고추는 볼리비아의 작물이었다. <고추, 그 맵디매운 황홀>을 읽으면서 고추의 맛과 특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작가는 처음부터 고추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어린 시절 연못과 코브라에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기 위한 고모의 말 “코브라는 고추 밑에 숨기를 잘해. 그래서 고추가 그렇게 독하게 매운거야” 라는 말을 듣고 고추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학업으로 아일랜드에 머무르면서 단조로운 음식에 질려 점점 고추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알싸한 고추의 매력은 무궁무진했다. 고추의 맛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며 이야기를 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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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리비아의 위치


고추는 볼리비아 중부지역에서 유래되었다. 고추가 점점 널리 퍼지면서 재배지역의 토양, 강우량, 기온에 따라 모양과 매운 정도를 달리하며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품종이 생겨났다. 오늘날에는 모양에 따라 칠리피퀸, 체리 고추, 할라페뇨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종류에 따라 맛도 다르다. 대개 고온의 기후에서 자란 고추가 더 맵고 가늘고 끝으로 내려갈수록 급격히 뾰족해지는 고추가 더 맵다. 그리고 고추를 매운맛으로 등급을 나누는 ‘스코필 단위’라는 것도 있다. 웨슬라코 농업연구소에서 매운 정도를 측정하고 표시할 때 이 단위를 사용한다고 한다. 고추에 대해 정밀한 측정법과 연구가 이렇게나 잘 발달 되어있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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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바네로


책 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바네로(Habanero)’이다. 이 고추는 크기와 모양이 호두와 비슷하고 가장 매운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모양이 정말 둥글고 귀엽게 생겼지만 맛은 생김새와 다르게 엄청나게 맵다는 것을 듣고 호기심이 생겼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멕시코의 마야족은 아바네로가 자신들의 품종이라고 주장하며 할라페뇨는 절대 먹지 않는다고 한다. 이 점이 매우 신기했는데, 멕시코에서 아바네로는 마야사람들의 강한 독립정신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할라페뇨는 유럽에서 온 멕시코 사람, 다시 말해 침입자들의 상징인 것이다. 역사가 녹아들어있는 작물이었다. 자그마한 고추에도 각 국가의 이미지가 담겨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그들의 자부심이 이해갔다. 역사를 읽으니 뭉툭하고 짧은 아바네로에 힘과 열정이 뭉쳐져 담겨있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아바네로를 즐겨 먹는 마야사람들의 음식문화가 궁금해졌다. 이곳의 아이들은 3세부터 아바네로를 즐겨먹기 시작하며 먹지 않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한다. 맵디매운 아바네로는 주로 구워서 음식에 곁들어져 나온다. 아바네로를 구우면 표면에서 매운 즙이 나오고, 고추는 더욱 맵고 향은 더욱 짙어진다. 정말 지독히 맵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맛일 것 같다. 맵지만 중독성 있는 맛. 작가는 이렇게 표현했다. “이제까지 먹어본 고추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맛을 내는 고추였다.” 다른 매운 고추와는 달리 아바네로의 맛은 지나치게 자극적이지도, 오랫동안 지속되지도 않으며 비단처럼 풍부하고 부드러운 맛이라고 한다. 매운맛을 즐기는 나는 아바네로의 매운맛을 느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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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에고 리베라의 모습


고추에 열광했던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또 한 가지는 물감에 고추씨를 섞어 벽화를 그렸다는 이야기이다. 멕시코의 대표적인 화가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의 벽화를 복원 하던 중 고추씨가 발견됐다고 한다. 그 벽화에서 기름기 도는 덩어리가 보였다. 그 덩어리를 조심스럽게 긁어내니 고추씨가 떨어졌다고 한다.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평소 고추가 들어간 음식을 자주 먹고 그것이 그림 속에 섞여 들어갔다니 디에고의 고추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멕시코 사람들의 음식에서 그만큼 고추가 자주 사용된다는 것이다. 많은 부분에서 고추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림에까지 우연찮게 등장한 것도 재미있다.

고추에 담긴 역사, 문화, 음식을 읽으니 작지만 얕볼 수 없는 작물인 것 같다. 매운맛으로 포장되지만 음미하면 셀 수 없는 풍부한 맛이 들어있다. 마치 고추에 담긴 이야기처럼 말이다. 고추의 맛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황홀했던 시간이었다. 책을 읽으며 그리고 글을 쓰는 지금, 매운 맛이 자꾸만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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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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