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Eternal sunshine,소네트 18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2.0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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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Eternal sunshine
소네트 18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8번을 먼저 소개하려고 한다.


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 

Thou art more lovely and more temperate: 

Rough winds do shake the darling buds of May

And summer's lease hath all too short a date:

Sometime too hot the eye of heaven shines 
And often is his gold complexion dimmed; 

And every fair from fair sometimes declines,

By chance or nature's changing course untrimmed;

But thy eternal summer shall not fade,

Nor lose possession of that fair thou ow'st;

Nor shall death brag thou wander'st in his shade,

When in eternal lines to time thou grow'st:

  So long as men can breathe, or eyes can see,

  So long lives this, and this gives life to thee.

내 그대를 한여름 날에 비할 수 있을까?
그대는 여름보다 더 아름답고 부드러워라.
거친 바람이 5월의 고운 꽃봉오리를 흔들고
여름의 빌려온 기간은 너무 짧아라.
때로 태양은 너무 뜨겁게 내리쬐고
그의 금빛 얼굴은 흐려지기도 하여라.
어떤 아름다운 것도 언젠가는 그 아름다움이 쇠퇴하고
우연이나 자연의 변화로 고운 치장을 빼앗긴다.
그러나 그대의 영원한 여름은 퇴색하지 않고
그대가 지닌 미는 잃어지지 않으리라.
죽음도 자랑스레 그대를 그늘의 지하세계로 끌어들여 방황하게 하지 못하리.
불멸의 시구 형태로 시간 속에서 자라게 되나니.
인간이 살아 숨을 쉬고 볼 수 있는 눈이 있는 한
이 시는 살게 되어 그대에게 생명을 주리라.

[피천득 옮김, 셰익스피어 소네트] 


 여기서 '그대' 셰익스피어의 예술을 이야기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필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단순하게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소네트 18은 시구들은 사랑의 불멸을 노래하는 가장 탁월한 표현이다. 사실 이렇게 '그대'를 예술이니, 사랑하는 사람이니 나누는 것도 우습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최소한 필자한테 예술은 다양한 사랑의 동의어다. 최소한 필자가 흰 종이에 남기는 모든 것들은, 언젠가 잊힐지도 모르는 모든 감정을 어디엔가 조금이라도 살아남길 바란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사랑은 내 마음의 일부를 타인과 나누는 것이다. 친구건, 가족이건, 사랑하는 사람이건, 우리가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는 것도 그에게 나누어 준 마음이 가장 부드럽고 연약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 안에 들어와 나의 일부분을 들고 있는 사람은 소중하고 두렵다. 그가 든 부분이 나의 가장 아름답고 섬세한 부분이다. 그 부분을 건네고 돌려받는 과정은 '나'에게 특별할 수밖에 없다. '모태솔로'나 '연애 고수'라는 말로 우리는 늘 능숙함을 추구하지만, 사실 우리는 결코 그 연약한 부분을 건네는 것도, 건네받는 것도 익숙해질 수 없다. 굵직한 흉터투성이에 굳은살이 잔뜩 배겨도 칼을 찌르면 늘 그렇듯 피가 흘러나오지 않는가. 능숙한 척 철갑을 둘러도 그 안에 기대와 두려움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심장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누군가에게 그것을 건넨다. 이것이 인간의 가장 바보 같은 일면 중 하나다. 사랑하는 사람을 우리는 안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한다. 그는 가장 찬란한 여름보다 더 찬란하고, 가끔은 그 얼굴이 흐려질지언정 아름다움은 변하지 않을 것 같이 느껴진다. 우리는 겁도 없이 그런 그에게 마음을 맡긴다. 여름이 언젠가는 끝인지도 알면서, 그것이 단순히 빌려온 것임을 인식하면서. 우리는 또 마음을 나눈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예술이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사랑이 가져두는 환상과 불안은 거대하다. 사랑을 끝없이 지속하길 기대하지만, 사랑을 시작한 사람 중 끝을 상상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필자가 정의한 예술이 개인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예술이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사랑이 영원히 존재하는 것과 같다. 유한한 삶의 종합체인 인류의 역사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당신과 나의 사랑이 잊히지 않았으면 해서 노래를 부르고,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렸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도 지금 남아서 오늘의 우리를 울리고 있지 않은가? 그의 사랑은 말 그대로 '불멸'에 이른 것이다. 예술 작품이 아니어도, 추억은 수많은 기억 속에 묻힐지언정 쉽게 죽지 않는다. 당신은 떠올린 추억에 가슴이 아린 적이 있는가, 거대한 구조와 망각의 늪 속에서 우리는 늘 잊히지만, 사랑은 기억으로 남아 불멸한다. 추억이건, 예술이건, 그것을 양분 삼아 당신은 영원히 살아있다.

 사랑은 두 사람이 마음을 건네받는 과정이다. 우리는 크고 작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삼킨 전례가 있는 셈이다. 그 사랑의 주체인 내가 숨을 쉬고, 무언가를 바라보는 이상, 내가 살아있는 이상, 기억은 불멸한다. 죽음과 망각만이 확실한 인간의 삶에서 사랑은 삶 그 자체다. 그래서 매일 매일 잊힐 것을 두려워하는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살아있기 위해 노력한다. 우정이건, 사랑이건, 가족애건, 가치건, 우리는 순간순간 불멸을 위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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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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