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알 듯 말 듯한 팝아트와의 만남 : Hi, POP-거리로 나온 미술, 팝아트 展

글 입력 2018.02.05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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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POP
거리로 나온 미술, 팝아트 展



 나에게 있어 ‘팝 아트’란 6달러짜리 캠벨 수프 깡통과 같은 존재였다. 예술이 아닌 것이 예술이 되고, 일상이 예술이 되지만, 그 명확한 힘이 어디서 오는지는 알 수가 없는. 쉬우면서도 어렵게 느껴졌다. 이전의 고상하고 기품 있는 ‘예술’이, 캠벨수프나 바나나-따위의 물건으로 설명될 수 있게 만들어준 장르라고 해야 하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만화 속 한 장면 같은 그림들, 키스 해링의 낙서 같은 그림들을 좋아라했지만, ‘팝아트’라는 영역을 그저 쉽게만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한 도중 ‘Hi, POP :거리로 나온 예술, 팝아트 展’에 다녀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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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 POP :거리로 나온 예술, 팝아트 展’은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워홀, 키스해링, 로버트 라우센버그, 로버트 인디애나 등 대표 팝 아티스트의 다양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전에 자주 접한 작품들뿐만 아니라, 처음 접해보는 작품들도 꽤 많이 자리 잡고 있었다. 원색이 다채롭게 쓰이는 작품에 걸맞게 구성된 전시 공간 속에서,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전시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팝아트, 대중예술(Popular Art)이란 굳이 길고 긴 문장과 해석을 요하지 않는 영역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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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에 대한 경의(Hommage a Picasso), 1973, 로이 리히텐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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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해링의 '종말' 시리즈
 

 전시장 속에서 생각보다 처음 접하는 그림들이 많아 색다르게 느껴졌다. 주로 여성이 등장하는 그림을 그리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의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피카소에 대한 경의’라는 제목으로 피카소의 작품을 오마주하기도 했다. 키스해링의 경우 단순하고 익살스러운 형태의 사람들만 그려내는 줄 알았는데, 에이즈 판정 후 그린 ‘종말’ 연작을 통해 삶의 고뇌를 담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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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 현대 미술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한 영화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그 속에는 명확히 다른 태도로 미술을 대하는 두 명의 예술가가 등장했다.


“모든 것이 미쳐가고 있어요.
예술이 갑자기 돈이 되어 버렸어요.
 이건 돈에 관련된 게 아닌데 말이에요.”

-뱅크시(Banksy)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 입장이 나의 생각과 더 가깝다. (영화는 스트리트 아트(street art)를 하는, 즉 길거리에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리로 나온 미술-이라는 전시의 타이틀을 보니 영화가 다시금 떠올랐다.) 예술은 예술만의 고상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나름의 의도와 의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일상과는 조금 떨어진, 돈으로는 온전히 설명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마치 금광 같아요.
그냥 그림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이거 얼마예요?’라 물어오면
만 팔천달러, 만 오천달러라고
대답하면 되니까.”

-미스터 브레인워시(Mr. Brainwash)


 이는 그림을 의미 없이 대량 생산해내지만 이상하게도 현대 미술의 거장이라 칭송받는 미스터 브레인워시(Mr. Brainwash)의 의견이다. 필자가 글을 쓸 당시 예술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굳이 따지고 보자면 미스터 브레인 워시가 팝아트의 입장에 더 가깝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팝아트를 불편하게 여겨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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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워홀의 캠벨수프


“사업을 잘 한다는 것은
일종의 매혹적인 예술과 같다.
돈을 버는 것은 예술이며
일을 하는 것도 예술이다.
그리고 훌륭한 사업은 최고의 예술이다.”

-앤디 워홀 (Andy Warhol)


 예술은 사업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앤디워홀. 팝아트는 그러한 영역이라고만 생각되었기 때문에 필자에게 더욱 어렵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전시를 다녀 와보니 팝아트는 내가 생각하는 예술의 모습과도 닮은 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그 의도가 나쁠 것만은 없다는 것도.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저급문화로 여겨지던 만화를 회화에 도입해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었으며, 그 속에는 전쟁과 인권 문제 같은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았다. 단순히 낙서 같은 그림을 그리던 키스 해링도 마약과 원자력, 남아프리카 인종차별 정책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해내기도 했다. 그저 ‘만화’와 ‘낙서’로 대변되던 그들의 그림 속에서 우리에게 나름의 의미와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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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디워홀의 경우에는 예술가 스스로 자신만의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살바도르 달리로부터 배웠다고 한다. 그러한 그가 선택한 방식이 그림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것과 대중에게 익숙한 이미지로 20세기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 등이었다. 대량생산의 방식을 통해 대량생산 및 소비사회를 그만의 방법으로 풍자하고, 무명의 것을 유명의 것으로 만들어내며(실제로 마릴린 먼로의 경우 죽음 이후 앤디워홀의 작품을 통해 더 유명해졌다고 한다.), 그 속에 다양한 메시지를 담아냈다.

 상업과 결합하기는 했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앤디워홀이 자신만의 예술영역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일상 속으로 예술을 이끌어오면서 예술을 조금 더 '쉬운' 영역으로 만들어주었다는 것도 큰 의미를 갖는다. 상업과 결합되었다는 것만으로 비판받을 이유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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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과 예술, 예술이 아닌 것과 예술, 그 모호한 경계를 허물어 버린 것이 ‘팝아트’라 할 수 있다. 필자가 이 영역을 어렵게 느꼈던 이유는 ‘상업=미술’ 즉, 돈만을 위한 영역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입장이 전혀 틀린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전시에서 만나본 팝아트는 그렇게 의미 없고 단순하기만한 영역은 아니었다. 나름의 고뇌와 생각을 담아냈다고 해야 할까. 여전히 완전하게 이해를 할 수는 없겠지만 팝아트를 조금 더 ‘예술’의 한 가닥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색다른 예술 영역을 구축하며 대중 속으로 파고든 것 자체로 의미 있게 생각된다. 이전의 글에 등장했던, 미스터 브레인워시의 의견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쓰다 보니 전시회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개인적인 의견이 더욱 길어진 것 같아 아쉽다. ‘Hi, POP :거리로 나온 예술, 팝아트 展’는 팝아트의 거장 5명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고, 친숙하면서도 어려운 장르를 되돌아볼 수 있기에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눈을 사로잡는 그림들은 일상과 예술, 그 모호한 경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팝아트는 모두를 위한 예술이라 말하는 앤디워홀처럼, 조금 더 쉽게 미술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전시기간 및 장소
~2018. 04. 15까지
 
관람시간
평일 11:00am-8:00pm
(입장마감 7:00pm)
주말 10:00am-7:00pm
(입장마감 6:00pm)
매월 둘째주, 넷째주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일반 16,000원
학생(중/고/대학생) 12,000원
어린이(만 3세-12세) 8,000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120 르 메르디앙 서울 1층
(주차 3시간 무료 지원)
 
전시문의
02 3451 8187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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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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