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비비드한 감각을 온 몸으로 느낀 팝아트전 - Hi, POP!

글 입력 2018.02.0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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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논현역에 내리자 쌀쌀한 겨울 바람이 우릴 맞이했다. 생각해보니 이 곳까지 온 건 참 오랜만이다. 왜 여기까지 왔는고 하니, '거리로 나온 미술, 팝아트전'이 이 곳에서 열리기 때문. 르메르디앙 호텔 앞 전시관 'M컨템포러리'에서 전시중이다. 길가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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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동행인 만두가 평소 팝아트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터라 더욱 기대만발이었다.

기대감을 가득 안고 포토존에서 사진 찰칵. 아직 입장 전임에도 카운터 앞 공간이 쭉 발랄한 컬러와 다채로운 패턴으로 꾸며져 있어 포토존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로버트 라우센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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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 시작되고 처음 만난 작가는 로버트 라우센버그.

초기작부터 시대별로 그의 작품 세계를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실제 사물을 임의로 선택하고 드로잉을 더해 현실과 예술의 경계를 지운다. 특유의 이미지 콜라주 작업이 감각적이다. 실내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작품도 보고 사진도 찍고 걸음마다 계속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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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위를 무의식으로 가득 채운 듯 보이지만, 조심스레 들여다보면 시대적 메세지가 강하게 담겨있다. 텍스트, 이미지, 컬러를 과감하게 섞은 상징의 이미지 속에 의미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로이 리히텐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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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작가는 로이 리히텐슈타인.

그의 공간이 나타나자마자 내부 데코레이션이 확 달라졌다. 그의 스타일을 잘 드러내는 바닥과 벽의 패턴이 인상적이다. 신문 제작에 쓰이는 벤데이 인쇄 방식을 작품으로 가져온 그는 만화에 쓰이는 망점과 말풍선을 작품의 중요한 요소로 활용했다.
   
팝아트의 특성상 포스터 작업과 맥락이 잘 맞아떨어진다. 선명하고 직관적인 구성의 포스터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하나씩 잡아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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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작가들과 콜라보레이션한 작품이 있었는데, 당대를 아우른 유명 팝아트 작가들의 그림이 한 화면에 담겨 있어 숨바꼭질 하듯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스쳐지나다가 본 88 올림픽 포스터. 경쟁이라는 글자에 쓰이는 競(다툴 경)자를 이미지화 해 포스터에 담았다. 흘러넘치 듯 역동적인 느낌이 인상깊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우리 나라와의 접점을 발견했기 때문일까. 정말 신기했다. 갑자기 리히텐슈타인이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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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표작인 헤어 리본을 한 소녀. 리히텐슈타인의 개성이 아주 집약적으로 담겼다. 선명하게 전시된 작품도 작품인데, 완성하기까지 작가의 고민이 엿보이는 스케치 작품도 함께 전시돼 더욱 흥미로웠다.
 

 
키스 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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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키스 해링의 전시실은 앞서 본 다른 전시실에 비해 독특한 공간감을 지녀 더욱 몰입도가 높았다.

'거리로 나온 미술, 팝아트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전 전시실에서도 마치 길거리 같은 러프한 느낌이 있었지만, 키스 해링의 전시실은 마치 미국 지하철 플랫폼에 들어간 듯한 구성이 인상깊었다. 들어가자 마자 귀를 빵빵하게 울리는 음악 소리는 스트릿 스타일의 현장감을 드높혔다. 키스 해링의 작품이라 하면 유쾌한 만화 포스터 같은 이미지만 떠올랐는데, 그는 의외로 무척 넓은 스펙트럼의 작업을 펼쳤다. 동성애, 종교, 정치 등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며 마치 자유롭게 낙서하듯 캔버스를 채웠다.

나는 가능한 많은 사람을 위해 가능한 많이 그릴 것이다. 라는 말을 남긴 그. 그는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그림으로 풀어내 세상 속으로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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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전하는 그림, 유쾌함과 즐거움을 담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기에 생의 후반부에 다룬 종말, 고통 등을 다룬 기괴한 이미지들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어쩌면 그는 세상의 어두운 면을 통감하고 있었기에 더욱 희망과 웃음을 갈구했던 것이 아닐까.
 


로버트 인디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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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막바지에 이르러 로버트 인디애나를 만날 수 있었다. 컴팩트한 크기의 전시관에 집약된 그의 작품들은 감각적으로 디자인한 텍스트와 컬러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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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표작 Love를 비롯해 이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그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접할 수 있어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전시장 한 편에는 실제로 그가 살던 집을 재현해 흥미로움을 높였다.

은근슬쩍 자리잡고 사진도 찰칵.



앤디 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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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전시는 팝아트의 스타, 황제로 불리는 앤디 워홀의 작품이 장식했다.

들어서자마자 맞은편에 그의 작품을 활용한 바나나 부스가 눈에 확 들어왔다. 큰 바나나, 작은 바나나, 손에 하나씩 들고 사진을 찍었다. 작품을 온 몸으로 느끼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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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엔 15분 동안은 누구나 유명해질 것이다."


앤디 워홀은 그의 작품을 통해 마릴린 먼로, 재클린 케네디와 같은 유명 인사와 켐벨 수프와 같은 생활 용품을 동일한 선상 위에 올려놓았다. 똑같이 캔버스에 전시된 모든 것은 그저 제 나름의 기호와 상징을 가질 뿐이다.

한 벽을 가득 채운 마릴린 먼로는 비비드한 색감의 변주로 관람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미술 책에서, 방송 매체 속에서 수없이 보았던 작품이 눈 앞에 있는게 참 신기할 따름이다. 국내 최대 팝아트 전시라는 수식이 정말 당연하다는 생각만 든다.
 

 
프린트 팩토리 - 실크 스크린으로 에코백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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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트 팩토리에서 유명 팝아트 작품을 담은 에코백을 만들 수 있는데, 프린트될 에코백 재질도 튼실하고 도안도 유니크해서 13000원이라는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다.

할지 말지 고민하는 시간은 매우 짧았다. 실크 스크린도 체험하고, 나만의 에코백도 만들고! 이런 알찬 기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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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들이 이미 실크 스크린 에코백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었다. 예제로 보여지는 도안 중 두 가지를 선택하면, 도우미 분이 바로 실크 스크린 체험을 상냥하게 도와주신다. 우리는 로버트 인디애나와 키스 해링의 작품을 콜라보레이션 하기로 했다.

특수 물감을 에코백에 눌러 칠하고, 오븐 같은 기계에 넣으면 바싹 마르면서 고무같은 재질로 변한다고 한다. 그러면 세탁 시에도 손상되지 않는 선명한 로고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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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에 돌리기만 했더니 표면이 바싹 마르면서 아무리 문질러도 손에 묻어나지 않는다.

복잡한 공정이 아니라 만들기 쉽고, 그러면서도 임팩트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물감을 넓고 납작한 붓으로 스윽 문대는 느낌도 재밌다. 완성된 에코백을 보고 너무 맘에 들어서 계속 실실 웃었다. 팝아트 특유의 컬러감과 형태가 직관적으로 유쾌한 감각을 전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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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트는 모두를 위한 것이다.


앤디 워홀의 한마디를 끝으로 전시가 마무리된다.

정말 그의 말대로 팝아트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 팝아트전에 온 모든 관람객을 설레게 만들었나보다. 전시장을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팝아트마냥 비비드하다. 독특한 전시 구성, 규모 있는 팝아트 작품들, 알찬 굿즈까지. 여러모로 한껏 즐기고 온 전시였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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