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지우고 싶지만 넘어야 하는 것, 연극 ‘선을 넘는 자들’
글 입력 2018.02.0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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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연극 '선을 넘는 자들'극단 놀땅 作2018년 2월 3일(토)-2월 11일(일)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월요일 쉼《 시놉시스 》
“선을 넘어야 합니다”“자네에게 선은 뭔가?”“지우고 싶지만 넘어야 하는 것.”북측 비무장 지대에 숨어든 김군. 그는 얼마나 더 가야 남한인지를 가늠하며 한겨울 매서운 추위와 싸우고 있다. 남측에서는 병장과 이병이 경계를 서고 있고 이들은 귀순병사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귀순 벨이 울린다. 한 때 괜찮았던 삶에서 밀려 현재는 채무에 쫓기는 신세인 정씨는 내연녀에게 대출방법을 알아봐주길 부탁한다. 북에서 탈출한 송영수는 학교와 아르바이트를 오가며 한국사회에 적응하고자 부단히 노력하지만 현실은 너무 어렵기만 하다.무엇이든지 적당선이 있다. 이때의 선은 실처럼 얇디얇은 것이 아닌 벽처럼 두껍고 단단한 그래서 쉽게 넘볼 수 없는 견고함 그 자체로 다가온다. 저마다 생을 이어오면서 나름의 규칙과 원칙을 지키고 만든다. 그것은 적당함이란 위태로운 단어로 포장되어 일상이라 불리는 부동의 나날들을 탄생시킨다. 하지만 내 일상이 외부에 의해서, 혹은 스스로에 의해서 무너지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면 나름의 것들은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만다. 애당초 적당한 ‘선’이라는 존재하기나 했을까 하는 회의감과 함께 일상의 붕괴를 알리는 것이다.‘선을 넘는’ 행위는 도전 혹은 도발의 사이에 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씩씩하게 걸어 나간다면 도전일테고, 현실의 벽을 깨부수고자 하면 대담한 도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여기 저마다의 삶 앞에 들이닥친 거세 풍랑을 이겨내고자 하는 자들이 있다. 연극 ‘선을 넘는 자들’ 속 인물들이 그러하다. 지극히 깨어지기 쉽고 연약한 사회 속 소시민들은 저마다의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위태롭기 그지없는 ‘선’을 넘는다. 각자의 현실과 이상이 부딪히는 순간, 울타리처럼 자신을 보호해주고 있다고 믿어왔던 ‘선’은 단단한 ‘벽’이 되어 막다른 길로 이들을 몰아 넣는다.그렇기에 작품에서의 ‘선’은 곧 ‘경계’로 치환된다. 각자의 삶 속에서 어떤 끝으로 내몰린 자들이 선을 넘는다. 작품은 현재 자신이 처한 환경을 벗어나려고 발악하는 이들을 다각도로 바라보면서 개개인의 삶 속에서 사회적 문제를 조망하고자 한다. 남한 사회를 꿈꾸며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 남한에서 벼랑 끝에 몰려 북한으로 월북하려는 사람, 부푼 기대를 안고 탈북했지만 남한 사회에 적응할 수 없어 또 다시 다른 나라로 가려는 사람. ‘선을 넘는 자들’은 중심이 되는 세 인물의 삶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내적 고민을 통해서 개개인은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마주하고 있으며, 동시에 지금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고 또 해결해야 할 문제를 고민해 본다.눈으로는 절대 볼 수 없지만, 견고하기 그지없는 선이다. 주류라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비주류, 소외된 자들의 선은 절대 보이지 않으며, 그의 역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때의 선은 대개 편협한 인식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알게 모르게 부여하는 차이로 인하여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놓고 있는 셈이다. 우리 사회에는 선 밖의 존재들이 참 많다. 외국인 노동자, 탈북자, 장애인 등.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제도의 문제 이전에 인식의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오늘도 사회 곳곳에서는 무수히 많은 선들이 그어지고, 그 선에 의해서 저마다 각기 다른 색깔로 살아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선을 긋고, 그 속에 갇혀 살아가는 이들로부터 시작하는 연극 ‘선을 넘는 자들’이다. 작품은 온갖 선들이 난무하는 현재 한국사회의 모습을 대변하고 또 그에 대한 문제의식을 야기하며 관객 앞에 선다.
[이다선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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