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타샤의 말 : 자연, 삶, 태도에 관하여

글 입력 2018.02.05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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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네 살 무렵이었을까. 명절을 맞아 시골에 있는 할머니 댁에 방문했을 때였다. 늦은 저녁에 도착해 하룻밤을 보내고, 이른 새벽, 제사 준비를 하느라 소란스러운 탓에 일찍 잠에서 깼다. 그 날은 일찍부터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잠에서 깨기 위해 문밖을 나서던 순간, 나는 아직도 그때의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잠을 깨우는 차가운 새벽바람과 함께, 피부를 타고 느껴지는 축축한 공기, 비에 젖은 풀잎들이 내뿜는 정겨운 풀냄새, 귓가에는 빗소리가 타닥타닥, 유난히도 크게 들려오던 날이었다. 마당에는 머루 나무가 자라고 있었는데, 할머니 댁을 방문할 때마다 몇 알씩 따먹곤 했던 것이었다. 그 열매 위로 톡톡, 소리 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을 바라보며 평소와는 다른 묘한 기분에 한참을 문밖에서 서성이던 기억이 난다. 내게는 ‘자연’의 존재를 몸소 깨닫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삶이 힘겹게 느껴질 때면, 문득문득 그때의 기억이 눈 앞에 펼쳐진다. 왠지 모를 따뜻함을 느꼈기 때문일까. 실제로 삶에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면 자연과 함께였던 기억이 많다. 수학여행으로 제주도에 처음 가서 보았던 푸른 바다와 언덕, 머리칼을 쉴 새 없이 넘기던 바람, 속초에서 들었던 밤바다의 파도 소리, 더운 여름날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갔던 때. 이런 기억들을 더듬고 나면,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자연과 함께 살고 싶어진다.
 
 나의 바람처럼, 실제로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한 사람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 타샤 튜더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마치 다른 세계에 와있는 것만 같다. 매일 아침 출근 시간에 꽉 막힌 지하철에 오르고, 컴퓨터 앞에 앉아 기계처럼 일하는 사람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세상이 먼 얘기처럼 느껴진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억지로 무언가를 바꾸려고도 하지 않는다. 자연과 함께, 그것이 지닌 아름다움을 충분히 만끽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햇빛 아래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어루만지고, 눈 위에 찍힌 동물들의 발자국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책을 읽고 있으면 그 모습들이 머릿속에 자연스레 그려지고, 마음에 평온함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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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짓눌릴 게 아니라 즐겨야 한다.'


 책을 읽다가 문득 가슴에 와 닿는 말이었다. 나는 내 인생을 즐기고 있을까? 섣불리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웠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 같았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좋은 직장에 다니기 위해, 더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사람들은 밤낮없이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무언가를 한다. 꿈을 위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아름답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중에는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모르고, 무엇을 잃고 있는 줄도 모른 채 그저 의무감에 나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이 책은 자기 계발서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다. 그저 한 사람의 삶에 대한 태도와 일상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무엇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감정을 느끼게 했다. 지금 나의 삶이 어떤지 돌아보게 됐고, 삶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고 싶어졌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책의 겉표지가 예뻐서 기분이 좋았고, 책 중간중간 등장하는 그림과 사진들이 예뻐서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요즘은 곁에 있음을 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멀어져버린, 자연이 그립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마치 그녀와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것처럼 생생했고, 마음이 따뜻했다. 책의 부제처럼 그녀의 이야기는 지친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었다.





<도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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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말 : 마음에 주는 선물
원제 : The Private World of Tasha Tudor
글,그림 : 타샤 튜더 / 옮긴이 : 공경희
발행일 : 2017년 12월 15일
펴낸곳 : 윌북 / 구매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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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송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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