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쉼표] 겨울 그리고 위로

겨울에 전하는 위로의 4분쉼표
글 입력 2018.02.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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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전하는 위로의 4분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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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내게 가장 어려운 계절은 겨울이다. 한때 겨울을 앓는다고도 표현할 정도로 겨울을 보내는 것은 내게 참 버거운 일이다. 나에게 겨울은 빈곤의 계절, 우울의 계절, 상실의 계절이었고 그로 인해 겨울 직전에 몹시 움츠러드는 습관이 생길 정도다.

 그저 무탈하게만 보내기를 바라는 계절, 누군가를 만나지도, 무언가를 행하지도, 생각하려 하지도 않는 움츠러드는 계절. 도태되는 것을 그 무엇보다도 싫어하는 나는 겨울이 나를 도태시킨다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내 웅크리고 있다가 불현듯 봄을 기대하고 맞이하면서 지독한 겨울을 나곤 한다.

 다 놓아버리고만 싶고, 그 어떠한 변화와 만남 없이 겨울을 보내고 싶은 마음은 올해에도 여전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를 움직이게 해주는 일들이 생겨나 웅크리고 있던 몸이 움직이고, 고여있던 생각의 샘은 시나브로 흐른다. 간신히 해야 할 일만 하며 하루를 살아내는데, 그 일들 가운데 내 몸을 깨운 일을 만난 것이다.

 의욕도 끈기도 없어서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던 일인데, 누군가는 그 일에 감동을 받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다. 이젠 대수롭지 않은 일, 별거 아닌 일이 되어버린 일에 감사하다고 마음을 표현한 사람, 그 한 사람을 통해 앓고 있던 겨울을 다 녹일 수 있을 만큼의 힘을 얻는다. 세상의 득과 실, 그 무엇도 따지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길 잘했다 싶은 생각이 쌓인 눈을 뚫고 피어나는 것을 보고 일어나서 곧 오게 될 봄을 맞이하려 나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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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나의 유년시절에 많은 영향을 끼친 책 중에 '주는 것이 많아 행복한 세상'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이 있다. 제목만큼 따뜻한 내용으로 가득한 이 책이 내게 의미가 있는 이유는 한창 책을 읽을 당시 넉넉지 못한 형편이었지만, 어린 나이에 기가 죽기보다는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의 부자가 되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마음의 부자가 되기 위한 노력의 끝에는 감사함이 있다. 감사한 마음은 나를 더 커지게도 하고, 작아지게도 한다. 그것은 나에게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와도 그것이 나의 존재를 압도하지 않을 만큼 나를 커지게 하고, 때로는 다른 이들 앞에서 군림하려 하지 않고 나를 작아지게 하며 겸손하게 한다.

 한파가 기승을 부린 어느 주말, 내 손에는 지인들의 선물들로 가득했다. 크리스마스는 한참 지났지만 마치 내가 산타가 된 것 같았다. 카페에서 몸을 녹이며 흐뭇한 마음으로 이 선물들을 바라보다 문득 감사한 마음이 선물로 다가왔다. 내가 받을 선물도 아니고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도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선물을 줄 만큼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쌓아온 신뢰의 관계에 대해,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에 대해, 선물을 받고 뿌듯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음에 대해 생각할수록 감사한 것이 넘쳐났다. 받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고, 주는 것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했다. 많은 이가 춥다고 몸서리치는 겨울에 감사함이라는 선물이 마음속에 가득해 따뜻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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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영상으로 만들어진 것은 웬만하면 두 번 이상 보지 않는 내가 처음으로 극장에서 두 번 본 애니메이션 코코. 두 번씩 볼 만큼 영상, 스토리, 음악 뭐 하나 빠짐없이 신선하고 따뜻했던 영화였다. 나에게 두 번째 코코 관람은 약속하고 계획된 것이었지만, 코코에 대한 감상은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주일 사이에 두 번의 장례식과 한 번의 집안 제사가 있었고, 몸은 괜찮은데 마음은 아직 회복이 안 되었다고 사인을 보낼 때 코코를 본 것이다.

 죽은 자들의 세상에 가게 된 소년 미구엘의 모험을 그린 영화 코코는 죽은 자들에 대한 생각으로 덮여 어두워진 나를 위로해주었다. 영화가 표현한 죽인 자들의 세상은 한없이 밝고, 산 이들의 세상과 다를 것이 없었다. 다만, 산 이들이 그들을 '기억'하는 것이 그들의 운명을 좌우했다. 영화의 대표곡이자 엔딩곡인 노래의 제목이 '기억해 줘'인 것도 이와 연관된 듯했다.

 이 세상을 떠난 이를 기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보통 나와 공유된 경험을 바탕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못내 아쉽고, 미안하고, 사무치는 과정이 반복된다. 영화 코코는 이 아픈 방법에서 살짝 벗어나게 한다.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 세상을 달리한 이들을 바라보는 것, 각도를 달리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 상상력은 살아 있는 이들을 위로하고 죽은 이들을 기억하게 한다.

 위로 혹은 위안을 뜻하는 'comfort'는 함께라는 어원인 'com-'과 힘을 보탠다는 어원인 'fort'가 합쳐진 말로, 누구와 함께 힘을 보태어 기운을 북돋운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말이다. 결국, 위로는 누군가가 있어야 가능한 것, 스스로 하기엔 힘들다는 말이다. 위로가 필요할 때 손을 내밀고, 위로가 필요한 이에게 기꺼이 손을 내어주고 힘을 내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힘에 부치는 일이라면, '수고했다.', '정말 고생했다.', '그대는 나의 자랑이다.'라는 말이라도 따스하게 전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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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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