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oject 당신 ] 11. 작은 시간으로 모인 하루를 돌아보면 나라는 사람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이정숙

글 입력 2018.02.07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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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當身)


1. 듣는 이를 가리키는 이인칭 대명사
2. 문어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



작은 시간으로 모인 하루를 돌아보면 나라는 사람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밀하고 사적인 얘기를 많이 꺼내 보이지 않아도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도 다르고 그에 대한 열정도 다르게 표출되고. 그러다보니 사용하는 단어나 몸짓에서 느껴지는 고유한 분위기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대화가 어떻게 흘러가도 즐겁고 사람의 에너지 자체가 흥미롭기 때문에, 굳이 내 얘기를 많이 꺼내지 않아도 ‘다양하고 깊은’ 얘기를 나눈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좋은 기운을 받았다, 라고 말을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까?

  우리의 열한 번째 ‘당신’, 정숙씨. 아트인사이트 신년회에서 스치듯 짧게 만났지만 사람들과 ‘하고 싶은 말’도 ‘나누고 싶은 정보’도 굉장히 많아 보이던 분. 대부분이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었는데 ‘당신’은 낯을 가리기보다는 또렷하고 둥근 눈을 힘 있게 뜨고 상대방 얘기를 경청했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이것저것 질문하고 자신의 얘기를 꺼내는 당찬 사람이었다. 세상에 없는 캐릭터, 라고 설명하면 과장이겠지만 ‘신선한 사람’이라는 수식어는 충분했다. 개인사로 일찍 자리를 떠나야할 때 내게 주었던 포스트잇이 생생하다. 귀엽고 반듯한 글씨체로 이메일 주소와 연락처를 남겨놓고 내 핸드폰 뒤편에 붙여주던 모습. 연락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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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별명인 오리. 친구의 그림이란다. )


Q. 아트인사이트 구독자분들이 알 수 있게 간략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일상 속에서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을 사랑하며, 공유할 수 있는 소소한 행복들을 찾아다니는 사람입니다. 현재는 예술경영에 대해 조금 더 깊게 공부하고 싶어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트인사이트 내에서도 공연과 갤러리 리뷰, 나름의 정성을 들인 연재 ‘작고 위대한 기록’으로 독자 분들과 소통하려 노력했습니다.

Q. 아트인사이트 페이지에서 즐겨보는 글이나 작품이 있을까요?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게시물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는 ‘우.사.인’을 가장 관심 있게 읽고 있었는데요. 그 이유는 제가 독립출판이라는 출판계의 인디를 다루면서 다른 장르의 인디는 어떤 글로 표현되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도 ‘우.사.인’ 연재물을 읽으며 제가 글 쓰는데도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Q. 정숙씨 자신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무슨 색일까요?

회색입니다. 다소 무난하여 어디에서든 쉽게 눈에 띄진 않습니다. 하지만 흑백 논리가 가득한 요즘 사회에서 가장 많은 서민들의 목소리가 몰려있는 중간 회색지대를 항상 대변하고 싶고, 다른 독특한 색들과도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게 어울리게 지내려 노력합니다. 빛의 양에 따라 흰색과 검정색에 가까워지는 점도 조금은 예민한 저와 닮았네요!

Q. 오늘 인터뷰하러 오는 길에서 정숙씨가 인상 깊게 본 풍경이나 사람이 있을까요?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무엇을 할 예정인가요?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맞은편 작은 언덕의 마른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미 낙엽까지 다 털어낸 앙상한 나무를 바람이 흔드는 모습이 상당히 얄미웠습니다. 또 바람에 눕는 잔풀들을 보며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은 남긴 자취들의 걸음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하기도 했고요. 인터뷰가 끝나면 주말동안 친구들과 스키장에 다녀올 예정입니다. 오랜만의 휴식이라 기대도 되지만 날씨 탓에 사우나만 하다 오는 건 아닐지 걱정도 되네요.

Q. 정숙씨에게 13월이라는 비현실적인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살아보고 싶은가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바쁘신 부모님 때문에 늘 친가와 외가 할머니 손에서 컸어요. 13월이라는 질문을 받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할머니들께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릴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더 늦기 전에 함께 여행을 가도 좋고 손녀를 잘 키웠다는 생각이 드시게 호강시켜드리며 살아보고 싶어요.






  답변 중에서 가장 놀란 부분이었다. 그다지 충격적이거나 특별한 답변이 아닌데도 말이다. 13월에 하고 싶은 것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디론가 훌쩍 떠나서 낯선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거나, 그냥 쉬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참신한 것을 넘어서서 ‘왜 나는 그 생각을 못했지?’라고 스스로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었던 것 같다. 가족.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점점 함께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절대 모르는 것이 아닌데. 13월이라는 엄청난 시간을 선사 받았을 때, ‘가족’을 먼저 떠올리지 못했다는 게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당신’이 평소에 어떤 사랑을 품고 지내는 사람인지 문득 느껴졌던 순간이기도 했고.





Q. (릴레이질문) 이전 인터뷰이님이 주신 질문입니다. ‘혼술을 잘하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요? 그리고 정숙님도 다음 인터뷰이에게 질문 하나 해주세요!

술을 마실 때 항상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마시는 것을 좋아해서 ‘혼술’을 많이 해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나 제가 종종 하는 혼술은 좋아하는 영화를 틀어놓고 소맥을 진하게 타서 영화가 주는 분위기에 취해 보는 거예요. 아무런 강요도 없이 저만의 페이스에 맞춰서 마실 수 있는 것이 ‘혼술’의 매력 아닐까요? 저에게 술이란 ‘분위기 메이커’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제가 드리는 질문은) “봄이 되면 꼭 방문하는 나만의 장소가 있을까요?”

너무나도 추운 요즘 다가올 봄만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봄이 오면 어디를 갈지, 올해 벚꽃은 어디서 봐야할지, 이런 저런 상상을 하다보면 조금이나마 따스해지는 것 같아서요! 다른 분들은 봄을 어떻게 추억하시는지 궁금해요~

Q. 독립출판문화와 관련된 <작고 위대한 기록> 시리즈 정말 인상 깊었어요. 저도 글쓰기에 대한 애정과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 관심 있게 잘 읽었습니다. 혹시 정숙씨도 독립출판물 계획이 있으신가요? 막연한 꿈이어도 좋으니 구상 중인 아이디어가 있다면 구독자분들과 함께 나눠봤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부족하지만 나름의 정성으로 써내려간 연재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흥미로 시작해 글을 쓰며 독립출판에 대해 많은 애정이 생겼습니다. 물론 출판을 해보고 싶고요. 아이디어라기엔 거창하지만, 최근 대학원을 준비로 하루를 분단위로 쪼개며 상당히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하루 1,440분 중 각기 다른 1분씩을 매일 기록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 순간 나는 무엇을 하고 있고, 또 그로 인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그렇게 작은 시간으로 모인 하루를 돌아보면 나라는 사람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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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가장 애정 하는 동네 책방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는 연희동 산책을 하다가 만났던 <밤의 서점>을 좋아하는데요. 점장님의 도서 큐레이션도 좋구 어둑어둑한 느낌도 좋아서요! 정숙씨의 애정공간도 궁금하네요 :)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가는 곳은 상동역사 안에 있는 칙칙폭폭 도서관입니다. 사실 특별할 것 없는, 시민 복지 차원에서 운영되는 공간인데요. 무엇보다 좋은 점은 약속시간을 기다리거나 예상치 못한 짬이 생겼을 때 잠시 앉아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겁니다. 어쩌면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공간 한 가운데에서 작은 여유를 부리며 독서를 했던 그 시간들이, 그 평범한 공간을 특별한 장소로 만들어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최근 기억에 남는 곳이라면 부천에 있는 ‘5KM'가 떠오르네요. 아늑한 분위기와 더불어 각 책 표지에 이전에 읽었던 독자의 간략한 생각과 느낀 점이 붙어있습니다. 동네 책방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무언가 함께 나눌 수 있는 공통점이 있기에 책을 고르는 데에 편안한 도움을 주더라고요. 외국에는 종종 서점 직원이 책에 자신의 독후감을 간략이 적고, 고객은 해당 직원과 이야기를 통해 책을 파악 후 구매할 수 있는 곳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인상 깊은 곳이었습니다.

Q. 정숙님 글을 읽다 보니 함께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편안함과 공감이 생겨나네요. 대화 나누는 것을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요즘에 주로 나누는 이야기 주제나 관심거리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친구들과의 수다는 참 좋아라 합니다. 하지만 성격 탓인지, 대화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인지, 보통 제 이야기 보다는 상대방의 주제에 더 집중하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그때그때 일어나는 사회적인 이슈나 연애사 등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얘기들을 나눕니다. 최근에는 역시 비트코인에 대한 얘기가 많더라고요. 혼자만의 특별한 이야기 보다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주제 속에서 공감대를 찾는 것이 대화의 즐거움이라 생각합니다.

Q.  '모두에게 아름다운 책이 우연처럼 다가오길 바라며'... 작고 위대한 기록 연재를 마무리하시면서 남긴 말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정숙님께서는 그동안 읽어 보셨던 책 중에서 '인생 도서'라고 부를만한 책을 만나셨나요?

안타깝게도 제 삶을 흔들어 놓을 정도의 인생 도서는 아직 만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매 시기마다 나의 상황을 돌아볼 수 있게 하고,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나를 만들어 주는 책들이라면 쌓이고 쌓여 큰 인생도서록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점에서 최근 힘이 되는 책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입니다. 사랑의 근본은 받는 것이 아닌 주는 것이라 말하는 이 책은, 언뜻 평범한 연애기술서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사랑을 주기 위한 스스로의 자세에 대해 돌아보게 합니다. 또 이 책에서의 사랑이란 이성간의 연애 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기에, 수많은 인연 사이에서 보이지 않게 힘들던 제게 관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스스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주더라고요. 현재의 제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책입니다.

Q. 새로운 연재 기획물이 궁금해요! 아트인사이트 구독자분들에게 아주 살짝 예고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의 새로운 연재 기획물은 저에 관한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답니다. 프롤로그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글을 연재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글의 소재를 찾는 것이 늘 고민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가장 자신 있는 글을 써보자.’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바로 ‘내 자신’에 대한 글이 되었죠. 하루 빨리 연재 기획물을 아트인사이트 독자분들과 나누면서 우리의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대해주세요!





  ‘당신’과의 대화는 재미있다. 글도 마찬가지다. 진솔하고, 깨끗한 말투다. 자신을 과장되게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독자는 필자를 둘러싼 포장을 벗기려고 하거나 의심할 필요가 없다. 새로 준비 중이라는 연재 기획물이 더 기대가 되는 이유다. 다른 것도 아닌 ‘당신 자신’을 위한 글이라고 하니까. 최근, 나 역시 <쓰다>라는 새로운 칼럼을 연재 중인데 기존의 형식을 버리고 ‘글 쓰고 마음 쓰는 나’에 집중하는 컨셉이라 그런지 부담감이 있으면서도 즐거운 작업이 되고 있다. ‘당신’ 역시 새로운 글을 만나 ‘가장 자신 있는 글’을 얼른 써내려가길 바란다. 지금까지도 그래왔듯 누구와도 잘 눈을 맞추고 대화하길 좋아하는 모습을 어서 글 속에서 확인하고 싶다!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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