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좋아하지 않는 연예인의, 실물을 만나는 일_ 'HI, POP' 전시를 보고

친절한 전시와, 그의 유명함
글 입력 2018.02.08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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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좋아하지 않던 연예인의,
실물을 영접하는 일



 사실 좋게 보고 온 전시나 공연의 리뷰를 쓴다는 것은 꽤 부담스러운 일이다. 일단 필자는 대단한 평론가도 아닐뿐더러, 전시의 오밀조밀한 부분에 대해 세세히 평할만큼의 다양한 전시 향유 경혐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꽤 좋은 기분으로 남은 '전시'에 대한 리뷰글을 쓰는 일은 참 어렵다. '감히 내가?'의 차원이기도 하고, 그 좋음을 글로 잘 풀어낼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주절 주절 가타 부타 시작했지만, 이번 필자가 다녀온 'HI, POP'전시에 대한 감상은 결국 아주 좋았다는 것이다. 마치, 평소 좋아하지 않던 연예인의, 실물 영접과도 같았다.



전시의 시작 : 팝아트에 관한 통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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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문 우답
 

 사실 팝아트는 가장 대중적이지만, 가장 대중적이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앤디워홀의 '캠벨 수프 캔'과 미켈란젤로의 '천지 창조'를 보는 것 중, 후자의 감동이 조금 더 강렬함을 알고 있다. 천지창조가 성스러운 내용을 다루어서가 아니라, 좀 더 공들여진, 그리고 '아우라'가 있는 무언가이기 때문이다.

 팝아트는 필자에게,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여왔다. 다들 많이 듣고 접해본 예술이지만 '천지 창조'와 같은 고전 미술 작품과 비교하였을때, 거의 대부분은 '천지 창조'를 고른다. 같은 'ART'지만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팝아트는 우리 대중에게, '별로 안 좋아하는 연예인'과도 같았다. 유명하긴하지만, 다른 연예인과 비교하였을 때, 그는 우리에게 그리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전시의 관람 : 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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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의 전시는 대부분 그렇다. 열려있고, 친근하다. 이는 보다 많은 전시 관람객을 유치하기 위함이리라. 하지만, 그 전시의 '개방성'이 이만큼이나 잘 어울리는 예술장르가 있을까? 전시의 관람내내 느낀 것은, 전시 방식과 전시 대상의 성질이 너무나도 잘 들어맞는다는 것이었다. 보다 많은 대중이 예술을 향유하게 하려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팝아트'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게 꾸며지고 준비된 '열린 전시', 둘의 궁합은 찰떡과도 같았다.

 이 전시가 친근한 전시인 이유는 이렇다. 모든 작품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는 전시라는 것이다. 미술 교과서에서 자주 보던 작품의 실물을 영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데, 내 핸드폰으로 내 시선으로 그 작품을 찍어갈 수 있다니. 또 이번 전시가 친근하게 느껴진 것은 수많은 포토존 때문이기도 했다. 사진을 찍을 곳이 너무나도 많았다. 아기자기한, 하지만 팝아트의 비비드한 감성과 결을 같이하는 사진을 찍을 장소들에, 괜히 전시장을 찾은 눈과 손이 설레이는 것이었다.

 아마 그것은, 필자와 필자의 동행만이 겪은 감정은 아니었나보다. 꽤 자주, 사진 찍기 좋은 전시회 추천의 모음의 컨텐츠에 이 전시회가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을 보면은 말이다. 이런 연유에서, 커플과 친구에게 이 장소를 추천드리고 싶다. 인생 사진을, 남겨서 올 수 있다는 메리트에서다. 또한 유명한 것을, 보고 왔다고 증명할 수 있고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좋은 것이다. 인스타그램 업데이트도 할 수 있고 말이다.



전시의 종료 : 위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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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가 이렇게 열려있다는 것은, 또 친근하다는 것은 약이지만 독이기도 한 것이다. 작품과 전시의 가치를 무자비하게 낮추고 '가벼움'이라는 성질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 하지만, 이 전시를 보고 난 후의 감정은 꽤 묵직한 것이었다. 위대한 것을 보고 온 그런 감정과 비슷했다.

 그 위엄을 어디에서 느낀건 지 모르겠다. 그런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작품들의 집합들이 대체 어떤 의미를 품어있었기에 이리도 향유 후에 만족감을 느꼈는지. 짐작해보자면, 그것이 가진 '대중성'과 그것이 받은 '애정'들에 의한 감정에 의한 것이라는 추측이다. 곁들여서 그들이 해낸 '예술의 해방'이라는 과제에 의해.

 '유명함'이란 참 이상한 것이다. 그것이 공장에서 찍어낸 듯 똑같은 작품이 수십개 존재한다고 해도, 그림도 정교하지 않고, 그냥 만화책 보는 것처럼 단순하다고 해도, 그것이 어렸을 때부터 귀에 딱지 앉게 들었던 '팝아트'의 실물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묵직한 무언가가 느껴지니 말이다. 수많은 가짜작품이 있고, 인터넷에서 본 그런 사진들과도 다를바가 없는데 그 아래 쓰여진 작품번호와 작가의 사인을 보면 괜히 울컥하고 감동이 있는 것이다. 팝아트가 딱 그짝이었다. 위대하지 않은데 위대했다. 아우라 따윈 없음에도 아우라가 있었다. 특히 필자에겐 앤디워홀의 마릴린 먼로 그림이 그랬다.

 

전시의 회상 :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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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모자를 쓰고, 다녀온 그곳을 회상하자면 아주 좋았다는 것이다. 그 무게가 너무 가볍다 여기고 싫어했던 팝아트는 실은 괜찮은 것들이었고, 실제로 보면 어느정도의 묵직한 감정이 있는 작품들이었다. 또 사진을 마구 찍어도 되고, 아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던 그 것들은 사실 가벼운 예술이 아니라, 팝아티스트들의 말대로 예술의 엄숙성을 어느정도 파괴한 것들이었다. 괜히 지금까지, 소위 꼰대라고 불리우는 그 마음가짐으로 팝아트라는 현대미술의 장르를 '현대'의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꼬아서 보지는 않았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는 경험이었다.

 사실 지금도, 팝아트가 너무 좋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아직까지 필자는, 미켈란젤로와 앤디워홀의 대결이라고 하면, 미켈란젤로의 손을 들 생각이다. 하지만 이 전시를 본 것은, 꽤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것은 싫어하던 연예인의 실물을 영접한 기분이었다. 내가 싫어해도, 그들은 유명하고 또 유명한 것을 직접 보는 것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오히려 좋다.

 이전까지 별로 좋아하지 않던, 긍정적으로 보지 않던 작품을 보다 긍정적으로 느끼게 된 데에는 분명히 '전시 방식'의 한 몫이 있다. 키스 해링의 전시관에서, nwa의 'fuck the police'가 흘러나오던 것은 아주 기가막힌 선곡이었다. 그 노래가 나오던 순간에, 키스 해링의 전시장에 있어 좋았다. 이런 좋은 순간을 선물해 준 전시 기획에 감사하다.

 글을 마치며, 어느 정도 변화한 필자의 '팝아트'에 관한 인식에 놀라며, 앤디 워홀의 말 한마디를 소개하려 한다. 우리의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 연예인 말이다. 기분은 나쁘지만, 이번 전시에서 만큼은 그의 말이 맞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겠다.

"유명해져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도
사람들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
(Be famous, and they will give you tremendous applause even when you are actually pooping.)

 일단 유명해져야겠다.
 

[손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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