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신여성 도착하다展 [시각예술]

글 입력 2018.02.0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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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 페미니스트가 꾸준히 화두에 오르는 지금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전시가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신여성 도착하다展’ 이다. 전시를 총괄한 강승완 학예연구실장은 “근대화된 도시의 ‘거리에 출몰한 신여성’은 자유와 해방, 욕망과 꿈, 무엇보다도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신의 힘으로 땅에 굳건히 발을 딛고 있는 자립적 존재라는 상징적인 은유”라고 설명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담론이 활발하게 오가는 현시점에서 과거 여성인권을 위해 힘썼던 근대 여성들의 행보를 보며 다시 한 번 ‘페미니즘’ 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재고해 볼 수 있는 전시 이길 바라며 전시장 입구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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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1부는 신여성 언파레드, 2부는 근대여성 미술가들, 그리고 3부는 5인의 신여성에 대해 이루어져 있었다. 1부 신여성 언파레드에서는 근대에 여성의 이미지가 어떻게 소비되어 왔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고, 2부에서는 기생 출신의 서화가들부터 미술학교 출신의 화가들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3부 5인의 신여성에서는 화가 나혜석, 무용가 최승희, 음악가 이난영, 문학가 김영순, 여성운동가 주세죽의 활동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Rb2신여성3.jpg
 
   
 근대기 잡지는 대중을 교육하고 계몽하는 미디어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여성잡지는 낮은 취학율과 높은 문맹율의 현실을 타개하고 여성의 계몽을 실현한다는 기치 아래에서 발행했다고 한다. 근대에 들어 여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어갔음을 알 수 있는 예이다. 수동적인 삶의 구여성의 이미지를 버리고 신식교육을 받고 신문명을 받아들인 신여성은 선망의 대상임과 동시에 편견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신여성이란, 여성에 대한 사회 정치적, 제도적 불평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자유와 해방을 추구한 근대기 새로운 여성상을 의미했다. 그러나 현실 속 근대 여성들은 신여성을 추구하기 이전에 현모양처라는 전통적인 이미지를 강요받았고 구여성으로서의 삶을 온전히 버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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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이 무엇인고.
시속 양금(바이올린)이라든가.
아따 그 계집애 건방지다.
저것을 누가 데려가나.“
 
"그것 참 예쁘다.
장가나 안 들었다면…
맵시가 동동 뜨는구나.
쳐다나 보아야
인사 좀 해보지."
 
-나혜석, 「저것이 무엇인고」,
『신여자』 2호, 1920.4.

 
 당시 근대 여성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었는지 확연히 볼 수 있는 그림이다. 그림 속 남성들은 바이올린을 들고 지나가는 신여성을 보며 건방지다고 조롱한다. 당시 신여성들에게는 조선의 문명화를 위해 독서와 더불어 음악 감상, 미술, 스포츠 등의 취미를 갖는 것이 요구되었다. 남자들의 말을 고분고분하게 따르는 현모양처에서 벗어나 그들 존재자체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경계했던 남성들은 신여성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들은 조롱했다. 신여성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이중잣대를 느낄 수 있는 그림이었다. 그림을 보며 당시 여성들이 삶을 살며 느꼈을 억울함과 분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었다. 또한 여성인권이 많이 신장된 지금의 현실도 과거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기 이전에 여자였고, 여자이기 이전에 남편을 보필하고 아이를 낳기 위한 존재였으며 현모양처의 이미지를 강요받아 살아왔던 여성들. 그리고 그런 사회 상황 속에서 그런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 각 분야에서 고군분투해온 많은 여성 예술가들. 이런 미안하고도 고마운 분들이 있기에 지금 우리 여성들이 조금 더 나은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여성으로서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진정으로 나아가야할 길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미지출처: 구글 이미지


[박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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