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의 사계절을 보여주는 '소네트' [공연]

글 입력 2018.02.0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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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네트를 보고 난 이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렇게 상투적인 표현의 작품이지만 그렇지 않게 느껴지는 연극은 처음이다’라는 것이었다. 또 소네트는 사랑의 사계절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실상은 인생의 사계절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누구나 곁에 자신만의 요정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 때문인지는 몰라도 극 초반의 소네트는 유쾌하고 사랑스러웠다. 그것은 인생을 계절에 비유했을 때에 봄이라고 흔히 비유되는 젊음의 나날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우리가 ‘사랑’이라고 생각했을 때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애인에의 사랑’이 여기서 보여진다. 하지만 소네트는 결코 애인에 국한된 사랑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면서 주인공 미숙은 종교, 자식에 대한 사랑의 삶을 걷게 된다. 내가 이처럼 다양한 사랑의 양상을 보면서 사실은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것은 결국 사람이란 무언가를 사랑하고 갈구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숙이 사랑하는 것은 결국 미숙의 삶을 이루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소네트가 상투적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바로 사랑을 (어쩌면 인생을) 사계절로 나눈 점에 있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커다란 특성을 ‘봄이니까 청춘의 모습, 겨울이니까 힘들어하는 모습, 그러면서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의 식으로 단순히 풀어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이것이 셰익스피어의 소네트가 본래 가지고 있는 특성인지 책도 함께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마냥 상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이유는 그 속에서도 다양한 감정이 혼재하기 때문이다. 마냥 기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불안불안함 속에서도 설렘을 느끼게 된다. 마냥 실망스럽고 청천벽력같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보인다. 그 다양하고도 복잡한 마음을 바쁘게 따라갔던 것 같다. 사실 이렇듯 복합적인 감정 자체가 극 중에서 여러 번, 그것도 매번 다르게 등장한다면 관람객은 그 감정을 따라가기가 벅찰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어쩌면 자신의 경험이었기 때문에 감정의 이입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읽으면서 상당히 호불호가 갈린다고 생각했던 점은 극의 마지막 부분에 대한 것이었다. 자신이 믿는 종교에서 금기시되는 동성간의 사랑을 하고 있는 아들을, 미숙은 ‘이미 이해하고 있었으나 용기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받아들이게 되는데 사실 나는 이 과정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부모자식이란 그런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더욱이 나 또한 엄마한테서 ‘이해는 되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순간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래서 ‘부모에게는 한 번씩 이런 순간이 있는 걸까?’하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특히, 많은 부분에서 인식의 과도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되는 현재 동성애와 관련해 ‘결국엔 다 이해하게 되었다’는 부모자식 관계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때문에 나에게 이런 결말은 조금 당황스러웠고 실제 어려움을 겪었던, 혹은 겪고 있는 동성애자가 이를 바라본다면 조금은 씁쓸하게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미숙의 내면은 어려움과 망설임의 연속이었겠지마는,.. 그 과정을 충분히 보여주지 않은 탓에 ‘이렇게 갑자기? 이렇게 쉬이?’하고 여겨질 수도 있음 때문이다.

 단순히 로맨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소네트는 한 사람의 다양한 시간과 관계에 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작품의 모든 사람의 삶을 담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를 통해서 삶을 멀리서 길게 바라보게 하며, 그로 인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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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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