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든 문제가, 그리고 셰익스피어가 담겨있는 _ 연극 '소네트'를 보고

연극 '소네트'가 이야기하고 간 것들
글 입력 2018.02.0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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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이야기를 하고 있잖아?"


 
시작
 
 소극장의 정의란 무엇인가. 만약 그것이, 아직 다듬어지기 이전의 '소작'을 담는다하여 그런 이름을 달고 있는 것이라면, 이번 필자가 다녀온 산울림 소극장의 이름은 '대극장'이 되어야 마땅했다. 그만큼 그 작은 극장이 담고 있는 작품의 크기는 큰 것이었다.

 사실 연극의 시작만 하더라도 알지 못했다. 우선 그대의 감정은 작품을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게 되어 신나는 마음뿐이었다. 소극장의 매력은 그런 것이 아닌가. 배우들의 성량만으로 극장 전체가 메워지는 그런 공간의 아늑함 말이다. 그 곳에 이렇게 큰 작품이 담길 줄 몰랐다.

 이번 리뷰글에서는, 연극을 먼저 보고 온 사람으로서 '소네트'의 핵심을 하나하나 짚는다. 이 연극에서 눈여겨 볼 만한 것들, 그리고 이 연극이 우리에게 던져주고 간 '생각할 만한 것들'. 만약 이 연극을 보지 못했으며, 앞으로 보러갈 용의가 있는 사람이라면,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이니 조심해주시길. 목차만 보고 가셔도 좋다.



<이 연극의 핵심, 그리고 생각해 볼 만한 것들>
 
4계절에 관하여
 
소네트 속의 한국 이야기
군사정권, 종교, LGBT, 페미니즘

미숙에 관하여



 
4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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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에는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있다. 봄, 여름은 밝음이다. 녹음이 우거지고, 모든 밝은 것들이 활개친다. 밝고 긍정적이다. 반면 가을과 겨울은 어떠한가. 앞선 계절들에 비해 어둡고, 춥고, 그리고 외롭다. 그 근거로 우리는 가을에 종종 우울함과 외로움을 겪어왔다. 날씨와 온도, 계절은 그 자체로도 또 우리에게도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갖는다. '계절 탄다'라는 말은, 꽤 근거가 있는 말인 것이다.

 이 연극이 재미있는 것은, 미숙의 인생은 4 계절을 갖는다는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다. 또 앞서 말한 진리대로, 그녀의 인생도 마찬가지로 계절에 따라 밝음과 어두움을 띄었다.

 그녀의 인생도 계절을 탔다지만, 사실상 그녀의 인생에는 언제나 어두움이 저변에 깔려 꿈틀댔던 것 같다. '가난'과 '맏딸의 책임'이라는 어두움이었다. 그녀는 그 어두움에 덮이지 않으려 발버둥치고, 덮이고 또 벗어났다. "가난해서", "동생들을 돌봐야해서" 안된다는 그녀의 말들이, 그녀 내면의 어두움의 근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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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봄과 여름은 밝았다. 사랑에 마음이 일렁이고, 요동치고 파도쳤다. 사실 이 부분까지만 해도 연극의 깊이는 그리 깊지 않았던 것 같다. TV만 켜도 채널마다 나오는게 사랑이야기고, 온갖 매스컴이 찬양하고 열광하는 것이 그 '사랑'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그리고 어디서나 하는 이야기는 재미가 없기 마련이다.

 이 연극이 급속도로 깊어진 것은 미숙의 가을부터였던 것 같다. 사랑했던 남자가 죽고, 자신의 아들의 비밀을 알게 된 순간부터다. 그 후로 미숙의 인생엔 어둠이 드리웠다. 계절의 흐름과 결을 같이하는 것이었다. 가을만큼, 하늘이 높아진 만큼 그녀의 인생은 우울하고 어두워졌다. 또 그만큼, 연극은 깊어졌던 것 같다. 세익스피어의 말대로,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 아닌가. 드디어 '소네트'가 인생을 가까이서 들여다 보고 있는 것과 같았다.

 이 연극을 관람하는데에 참고할만한 것은, 미숙의 '가을'과 '겨울'을 잘 지켜보라는 것이다. 인간이 성숙하는 시간인만큼, 연극의 진정한 시작이 미숙의 가을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꽤 깊고 저 저변의 것을 다루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다룬 사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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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연극을 보고, 필자의 동행이 뱉은 첫마디는 "진짜 다 이야기하는데?"였다. 그랬다, 이 작은 연극에는 요즘의 모든 이야기가 들어있는 것이었다. 이 연극이 무겁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것이다. 이번 절에서는, 이 작은 연극이 던지고 간, 생각해볼만한 '사회 문제들'에 대해 다룬다. 이 연극을 보고 오신 분이라면, 다시 한번 기억을 더듬어 회상하고 사유할만한 것이 되길 바란다.

 이 연극이 가장 먼저 제시한, 사회문제는 '군사 정권'이었다. 극중 경직은 "군인이나 되어야지, 뭐 그것밖에 먹고 살게 있나"라고 말한다. 군사정권, 그래 박정희의 시대를 살고 있던 미숙과 경직이었던 것이다. 주인공들이 80년대의 군사정권을 살다 간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근현대사에서, 가장 문제가 많았고 어두웠던 때가 바로 그 시절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연극은, 우리 '한국 사회'의 가장 어두운 시절을 건드리고 싶었던 것 같다. 설정에서부터 '소네트'는 우리에게 어두운, 그리고 무거운 이야기를 하겠다고 귀띔해주고 있었다.

 이 연극이 확실히 '사회 문제'를 다루려고 함을 느꼈던 것은, 미숙과 남편의 다툼에서 였다. 미숙은 남편에게 "나도 꿈이 있어"라고 외친다. 미숙은 꿈이 있었고, 하고 싶은게 있었다. 미숙이 대표하는 모든 '엄마'들과 '여자'들에게는 꿈이 있었다. 연극은, 미숙의 입을 빌려 짧게나마 페미니즘에 관해 말하고 있었다.

 미숙의 인생과 가장 관련이 깊은 무언가는 아마도 종교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크리스트교. 그녀는 독실한 신자였다. 어려울 때마다, 힘들때마다 그녀는 저 먼 곳의 하느님에게 기댔다. 이 연극이 그 '종교'에 취했던 입장은 '부정적'이었던 것 같다. 그 종교는 연극 내내, 미숙의 '필요 이상의 독실함'에 의해, '맹목적인 기도'에 의해 꽤 부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종교에 관한 연극의 입장은, 'LGBT'의 주제와 관련되며 더욱 극명히 드러난다.
 
 미숙의 아들은 '게이'였다. 게이는, 성소수자이며 확실히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까지 그들에 대해 부정적 눈초리가 남아있는 것 같다. 이 연극은 그 '눈초리'를 대놓고 드러낸다. 게이인 아들에게 '너 호모니? 난 게이 아들 둔 적 없어. 성경에서는 동성애를 죄라고 말했어'라며 비수를 꽂는 미숙의 말이 그 예시다. 연극은 제시를 하고, 그에 대한 반응은 다 제각각이기 마련이지만 필자는 일단, 미숙의 말에 눈살을 찌뿌린 사람 중 하나였던 것 같다. '하나님이 대체 뭐길래, 자기 아들을 그냥 받아줄 순 없는거야?'하는 반발심과도 같은 것이었다. 연극 또한, LGBT에 관해 다양성의 편을 들고 있었던 것같다. 포옹하라, 그냥 받아줘라 하는 미숙의 죽은 남편의 입을 통해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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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연극이 특이한 것은, 주인공이 밉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한 캐릭터라는 것이다. 보통 주인공에 대해 관객은, 하나의 감정을 갖기 마련이다. 호감 혹은 비호감. 하지만 이 연극의 주인공은 달랐다는 것이다.
 
 미숙은 불쌍했다. 본인의 의지가 배제된 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게 되었고, 또 그로 인해 많은 것을 포기해왔다. 또 사랑하던 남편을 잃었고, 말년에는 암에 걸렸다.
 
 그럼에도 미숙은 미운 것이다. 광적인 믿음으로 주변인을 힘들게 했고, 자식을 '나의 희망'이라는 말로 목을 졸라매고 숨을 막았다. 또, '호모'니 '하나님의 말씀'이니 하며, 그의 하나뿐인 자식을 상처냈다.
 
 왜 '소네트'는 관객이 주인공을 마냥 좋아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을까. 주인공이 더 호감형일수록 연극의 호감도 또한 높아질터였다. 영화 '레옹' 또한, 주인공 레옹과 마틸다의 매력으로 아직까지 회자되고 사랑받고 있지 않나.
 
 이에 관한 필자의 추측은, 아마도 연극이 '확실히 옳은 것은 없다'라는 말을 전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미숙이 믿었던 종교는 '언제나' 맞는 것이 아니었다. 틀릴 때도, 틀린점도 있었다. 또 군사정권은 시간이 지나고 보니 틀린 것이었다. 'LGBT'에 관해서도, 동성애는 죄악이라는 오래된 통념과 혐오는 옳지 못한 것이다. 여자에 관한 수많은 억압들도, 이전에는 맞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에 보면 그것은 모두 틀렸다. 이 연극이 미숙이라는 캐릭터의, 양면성을 통해 그리고 입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확실히 옳은 것은 없다. 확신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라. 예를 들면 게이인 아들과, 지금의 정권이 틀렸다고 말하는 누군가와, 혹은 자신의 권리를 말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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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극장에 담겨있는 큰 작품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대단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만나고 온 기분이다. 이제 좋았던 점은 됐으니 조금 아쉬웠던 점에 대해 말해보라고 한다면, 음,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구절들을 잘 알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분명, 지금 듣고있는 대사와 노래 어딘가에느느 소네트의 구절이 숨어있을텐데, 소네트의 구절을 다 알지 못하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기도 하니, 어디가 소네트의 구절이고 어디가 연극의 창작물인지 약간 알기가 어려웠다.
 
 이에 관해 조심스럽게 제안해보자면, 벽에 소네트의 구절들을 띄워 관객이 듣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디가 셰익스피어의 감미로운 글자들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것이다.
 
 소네트를 만나러 갔을 뿐인데, 사랑에 관한 시 구절들과 요정을 만나러 갔을 뿐인데, 이렇게 큰 이야기와 무게를 만나게 될 줄 몰랐다. 모든 이야기를 만났고, 생각할 거리를 받았고, 오랫동안 따뜻했다.
 
 마지막으로 소네트의 작은 구절을 이곳에 두며, 글을 마친다. 필자가 조심스레 감동으로 담아온 글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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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순간일뿐
인생은 연극 무대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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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tcsanwoollim의 사진과
티스토리 블로그 대한남의 사진,
 그리고 직접 찍은 것을 가져옵니다.
 

[손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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