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의 여러 형태에 대하여, 소네트

글 입력 2018.02.11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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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소네트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에 이르는 미숙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어린시절 미숙은 어느 날 요정을 볼 수 있게 되고 요정과 함께 사랑찾기에 들어간다. 어설프고 강렬했던 봄, 여름을 지나 기나 긴 가을과 겨울을 지내며 “너를 만나고 모든 게 엉망이 되었다”고 말하는 미숙은 그러나 이내 곧 그녀의 방식으로 또 다른 봄을 맞이한다.

 연극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여러가지 사랑의 형태가 등장하는 점이었다. 풋풋한 짝사랑이나 열렬히 구애하는 사랑, 밀어내다 이내 받아주는 사랑, 자식에 대한 사랑, 동성간의 사랑 등 하나의 모습이 아닌 여러모습의 사랑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사랑 이야기들 속에서 작은 소재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가 등장한다.

 아마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사랑으로 착각하고 살고 있는 듯하다. 상대를 위한 걱정, 나의 죄책감, 또는 어떤 바램같은 것들이 어느 것 하나 또렷하지 못하고 한 데 뒤엉켜서는 사랑이라는 가면을 쓰고있다. 이 가면은 사랑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용기를 취하지 못 하게 한다. 극 중 미숙도 그녀의 아들 재근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정작 아들을 제대로 바라 볼 용기는 부족했던 인물이다. 바라는 아들의 모습이 있고, 늘 자신의 희망이라고 소리치는 그녀는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고는 그를 있는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망설이며 고통스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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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오용되는 사랑의 모습에서 어렴풋이 나를 볼 수 있었는데, 나는 나를 위한 사랑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어느 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의 어머니가 독감으로 매우 아프셨던 와중에 이것저것 집안일과 개인 작업을 꾸역꾸역 하시는 모습에 벌컥 소리를 쳤던 날이다. 왜 소리를 치냐는 어머니의 말에 내가 했던 말은 엄마가 걱정되서 그런다는, 다 엄마 사랑하니까 그런다는 무책임한 말이었다. 내가 쳤던 소리에 담긴 감정은 걱정과 죄책감이 뒤섞인 못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저 그렇게 하면 나의 어떤 죄책감을 아픈데 일하는 엄마에게 떠맡길 수 있고, 엄마가 지금 힘들고 나는 해드릴 수 있는 게 별로 없는데 너무나 고생하시고 계시다는 걸 인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리고 나서 나는 참 나 편한 사랑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숙도 나도 이런 사랑의 시행차오를 겪는 과정에 있는 듯하다. 대상이 부모님이건 자식이건 동성, 이성이건 내가 바라는 모습에 상대를 끼워맞추는 건 사랑의 반댓말인 걸 모르는 게 아닌데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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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갑작스러운 전개나 어른미숙의 다소 과잉된 감정 등이 조금 아쉬웠지만 이 연극을 응원하고 싶은 이유는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고, 보고 나면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는 연극이기 때문이다. 그 떠오른 누군가로 인해 이 연극은 더욱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음악극다운 요정의 노랫소리는 미숙과 우리들을 모두 위로해준다. 부디 미숙이 극 속에서 영원히 행복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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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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