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제시된 것의 해석, 그리고 부조리극 '수업' [공연]

글 입력 2018.02.1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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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부조리극에 무언가 환상을 가지고 있다. 막연하게 이야기하자면, 멋있을 거라는 환상이다. 설명만 듣고 나니 한 없이 복잡하고 어려워보이는 이 장르를 즐긴다는 것이 꽤나 '폼있어 보인다'는 어쩌면 웃기다고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아직까지도 나에게 부조리극이라는 것은 그 영역의 경계가 어디인지 관념이 확실치 않지만, 부조리극이라는 것을 처음 접했을 때의 설명이 너무나 새로웠기 때문이다. '부조리극이란 것은 아무 의미 없는 내용이 계속 반복되는 상황연출을 통해 인생의 근본적인 무의미함과 답답함, <자기 삶에 이방인이 된 듯한 느낌을 보여주는 연극이죠' (출처:지식in) 나의 삶에서 철저히 배제된 이방인이 된 듯한 느낌이 인간에게 왜 필요하기에 부조리극이라는 장르가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때문에 이는 내가 이번 작품에서 무언가 얻기를 바라는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극작가와 연출가가 '제시'한 무언가를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장르라는 큰 범위와 작품이라는 작은 범위에서 나만의 생각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생각이 무엇이 될지 너무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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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오네스코의 <수업>은 1951년 포쉬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세계 각국에서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는 부조리 연극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이다. 교수와 학생이 불합리한 의사소통에 의해 결국 살인에까지 이르는 언어의 폭력성을 부각시키고 있는 <수업>은 <대머리여가수>, <의자>와 함께 현대 연극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이오네스코의 반연극 삼부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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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지 제시할 뿐이다."_이윤택 (작/연출)


 내가 1972년 3월 서울 드라마센터 연극학교에 들어 섰을 때, 마당에서 교사로 들어서는 입구에 이런 문구가 붙여져 있었다. “나는 설명하거나 주장하지 않는다. 단지 제시할 뿐이다.-외젠 이오네스코” 이런 말을 하는 극작가의 작품을 연출하면서 무슨 말을 한다는 것이 쑥스러워서 그냥 두기로 한다. 해석은 관객의 몫으로 남긴다. 나는 90년대 초 프랑스 파리 체류 중에 이오네스코의 <수업>과 <대머리 여가수> 2편을 120프랑 내고 본 적이 있다. 파리 시내 한 중심을 가로지르는 다리 건너 왼편에 시장통이 있고, 닭고기를 내다 파는 가게 바로 옆에 소극장이 있었고, 그 소극장에서 어언 30년 넘게 <수업>과 <대머리 여가수>를 공연하고 있었다. 외젠 이오네스코의 <수업>과 <대머리여가수>가 초연된 극장이란 소개와 함께 이오네스코와 연출가가 함께 찍은 사진만 달랑 팻말처럼 서 있는 소극장은 연일 관객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30년 넘게 두 작품만 했는데, 공연팀이 세팀이나 된다고 했다.

 이제 한국의 소극장에서도 이런 세련된 레파토리를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본격적으로 중대극장 시대가 열린다는데, 한국의 소극장 연극 또한 밤낮 고생해서 한 두 번 막 올리고 기억 밖으로 사라져 버리는 연극이 아닌, 삼십년 이상 심심찮게 막이 오르는 고정 레파토리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런 기대를 은근히 하면서 <수업>을 선보인다. 장주네의 <하녀들>을 겨우 7년 만에 다시 막 올렸고, 이제 <수업>도 6년 만에 다시 막 올린다. 이런 식으로 내년 봄에는 베케트의 <아름다운 날들>이나 <마지막 게임>을 막 올리고 싶다. 그리하여 언젠가 한국의 서울 30스튜디오에 가면 한국의 연출가 이윤택의 부조리극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관객의 소박한 기대와 즐거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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