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대책소] Episode3. 백만엔걸 스즈코(百万円と苦虫女)

취향대책소의 세 번째 에피소드
글 입력 2018.02.19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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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대책소] Episode3.
백만엔걸 스즈코
(百万円と苦虫女)
 
취향대책소
(취향 ; 상을 임지고 개함)

 
오늘 추천할 영화는 <백만엔걸 스즈코>라는 영화다. 이 영화의 원 제목은 <百万円と苦虫女(One Million Yen And The Nigamushi Woman)>인데, 우리나라에서 <백만엔걸 스즈코>로 개봉했다. 어딘가에 정착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백만엔이 모이면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스즈코의 이야기다. 다음의 대화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한다.
 
 
N 이번 주제는 ‘여행’이잖아. 이 영화를 떠올린 이유는 뭐야?
 
H 사실 이 영화를 떠올린 이유는 딱 정하지 않았어. 여행이라는 주제를 떠나서 이 영화를 소개하려 했던 건 약속한 주제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내 취향을 소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거든. 더구나 주제가 여행이 아니더라도 스즈코의 모습이 여행과 상당히 닮아있다는 생각을 내심 하기도 했고. 그런데 N이 그런 말을 했잖아. ‘삶은 여행이니까, 이 영화 속의 만남과 헤어짐, 도망 같은 것들은 모두 삶이라는 여행 속 사건이야. 그러니 여행과 관련된 영화로 연관 지을 수 있지 않을까.’ N의 말을 듣고 그래서 내가 스즈코의 모습이 여행과 닮아있다고 생각했구나, 하고 이유를 찾을 수 있었어. 넌 정말 멋진 친구야!(원래 담화에서는 ‘N 친구 뽕에 취한다’라는 말을 썼답니다.)
 
N <백만엔걸 스즈코>는 여행 영화를 떠올렸을 때 단번에 떠오르는 영화는 아니지만, 관련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삶은 여행이기 때문이지.
 
H N이 ‘삶은 여행이니까’로 시작하는 노래도 있다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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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그렇다면, H의 말은 이 영화가 여행과도 관련이 있지만, H의 취향이기 때문에 소개하고 싶었다는 건데, 어떤 면에서 H의 취향을 담아낸 거야?
 
H 나는 일본 영화를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어. 조용하고 담담한 정서의 영화를 좋아했거든. 눈물 콧물 빼는 신파나 액션이 없는 그런 영화. 특히 이 영화는 바다, 산, 근교 등 일본의 소박하고 예쁜 풍경을 잘 담고 있는 영화라 더 좋았어. 또 일본영화 특유의 담담하게 따뜻한 무언가를 건네고 있는 영화여서, 내 취향과 매우 가까웠어. 덧붙이자면, 스즈코 역을 맡은 아오이 유우가 너무 예쁘기 때문이기도 하지.
 
N 나는 마지막 이유, ‘아오이 유우가 너무 예쁘기 때문’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해.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다면 눈물 콧물 빼는 액션도 볼 수 있어.
 
H 다시 보니까 몇몇 쇼트가 그냥 아오이 유우가 너무 예뻐서 넣은 게 있는 거 같아.
 
N 맞아 화보처럼. 화보지 뭐.
 
H 너무 예뻐.
 
그들은 잠깐 이야기가 아오이 유우를 찬양하는 것으로 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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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이제 그렇다면 취향과 더불어서 추천 사유도 구체적으로 얘기해줘. 특히 아까 일본 특유의 담담하고 따뜻한 걸 건넨다고 했잖아. 그게 뭔지 말해줘. 그 특유의 담담하고 따뜻한 거.
 
H 이 영화에서는 백만엔걸 스즈코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 주인공은 두 명이라고 봐도 무방하거든. 스즈코와 스즈코의 동생 타쿠야. 타쿠야도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해. 스즈코는 관계에 실증이나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을 가게 되잖아. 말은 도망이라고 얘기하지만 스즈코의 도망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어떤 용기와 대담함이 필요한 거잖아. 도망갈 용기. 스즈코의 모습을 통해서 도망가는 용기를 보여준다고 한다면, 타쿠야의 모습을 통해서는 도망가지 않는 용기를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을 해. 그리고 이것을 매우 담담하게 전달하고 있어.
 
N 그럼 너는 삶을 사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가져오고 싶었던 거야?
 
H 맞아. 그리고 그 방식이 N이 말했던 ‘삶은 여행’이라는 키워드와 어느 정도 연결이 되어있지 않을까 싶어. N은 이 영화를 보면서 어떤 메시지를 느꼈어? ‘아오이 유우는 예쁘다’는 안 돼.
 
N 사실 그게 제일 크고. 그녀를 다시 한 번 사랑하게 됐고. 나는 대사 중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지 않냐'는 말에 되게 공감을 했어. 나는 이 영화가 살다보면 누구나 느끼는 지겨움이나, 내가 말하기도 전에 내 치부가 다 들통 나곤 하는 무례함이나, 아니면 함부로 단정 짓는 폭력들 때문에 괴로울 때, 선택할 수 있는 방식들을 어떤 방식이든 간에 비판하지 않고, 그냥 차분하고 씩씩하게 말하는 영화였다고 생각해.
 
H 너 정말 좋은 말 잘한다. 맞아, 난 사실 여기서 나오는 스즈코나 타쿠야의 용기나 행동에 대해서 짐작도 하기 어려웠어. 저건 얼마나 큰 용기와 대담함이 필요할까. 라고 생각했어. 대단하지 않아? 아무리 삶이 힘들다고 해도 모르는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게 말은 쉽지 상상하기 어렵잖아. 좋은 것들도 버리고 가야하니까. 가령 내 친구 N이라거나..
 
N 같이 가면 되지.
 
H 맞는 말이네.
 
N 나는 네가 도망가는 용기에 대해 말해서 생각해봤는데, 스즈코라는 인물이 어떻게 보면 나를 괴롭히는 것들에서 벗어나려고 떠난 거지만, 또 어떻게 보면 나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버려둘 수 있는 사람들이나 상황을 찾아서 간 거라고도 생각했어. 그러니까. 도망가는 용기이지만 동시에 도전하는 용기랄까? 그리고 타쿠야는 반대로 머물면서 싸우는 사람을 대조적으로 나타낸 거 같고. 그래서 둘은 정말 다른 대처법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둘 다 그저 응원해주고 싶더라고.
 
N 또 영화 중에 자아 찾기 여행을 하는 중이냐는 말에, ‘아니 오히려 찾고 싶지 않아요. 아무리 해도 내가 한 행동에 따라 살 수밖에 없으니까요. 찾지 않아도 아무리 싫어도 여기 있으니까요. 도망치는 거예요.’ 라고 대답을 하는 부분이 있잖아. 나는 이 부분을 보고는 그녀의 도망이 단순히 사람, 상황으로부터가 아니라 자아라고 ‘불리는’ 것들에 대해서, 혹은 자기로부터 도망간다고도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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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나 이 영화에서 ‘역설’(적확한 단어일지는 모르겠다) 비스무리한 것이 있다고 생각했어. 타쿠야가 도망가지 않기로 한 이유는 누나가 괴롭힘에 맞서 싸우는 걸 보고 다짐을 하게 된 거잖아. 그런데 반대로 스즈코는 항상 도망쳐왔다고, 타쿠야에게서 용기를 얻어서 앞으로는 자신의 힘으로 떳떳하게 살아가겠다고 하잖아. 그래서 이 두 사람의 용기(도망칠 용기와 도망치지 않을 용기)는 동일선상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스즈코가 도망쳤던 이유는 도망가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하고 연결되더라고. 이런 결론에 도달하고 나니까, 아까 N이 얘기했던 ‘나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고 내버려 두는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갔다’는 말에 깊게 공감했어. 음, 그렇다면 자아로부터 도망가는 것에서 어떻게 도망가지 않는 용기로 연결될 수 있는 걸까?
 
N 나는 자아라고 ‘불리는' 것에서 도망을 간다고 생각했는데. 예를 들어 스즈코의 자아는 전과자, 흉악범 이런 게 아니잖아. 근데 그녀의 자아는 그렇게 정의 되곤 하잖아. 그걸 스즈코가 두려워하기도 하고. 결국에는 이미 단정 지어진 것들과, 함부로 판단된 나의 자아들이 진짜 내 자아처럼 설치는 곳에서 도망가는 거지. 다르게 말하면 진짜 내 자아가 아닌 것들이 더 이상 내 자아인 거처럼 설치고 다니지 못하게 하는 거지.
 
H 낙인이 없는 곳을 찾아간 것이구나.
 
N 그래서 도망가는 것이긴 하지만…….
 
H 도망보다는 찾아간다는 말이 더 어울릴 거 같네.
 
N 맞아. 나는 도망가는 용기랑 도망가지 않는 용기랑 둘이 서로 크게 다르지 않은 거 같았거든.
 
H 맞아. 생각하고 보니 둘이 다르다고 말할 수 없는 거 같아.
 
N 그리고 나는 둘 다 매우 중요한 삶의 대처법이고, 둘 다 결국은 용기라는 점에서도 같다고 생각해. 나는 도망가는 거 되게 잘하고, 또 너무 잘하다보니 이제는 내가 조용히 도망가면 사람들이 도망간 줄도 잘 모르는 거야. 그럴 때면 때때로 머물렀어야 했나 후회하곤 하는데, 사실 둘 다 너무 어려운 일이었거든. 도망간다고 하면 흔히 문제를 직면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은 문제를 정확히 진단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처방으로 도망을 선택한 걸 때도 있어. 그래서 나는 스즈코의 삶의 방식은 결코 비겁하다거나, 겁쟁이의 것이라거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어. 아주 아주 공감했어.
 
H N의 말에 공감해. 결국 스즈코는 자아라고 불리는 것으로부터 가장 적합한 처방을 내려 도망이라는 용기를 낸 거구나. 조금 새는 얘기인데, 도망칠 줄 아는 것, 도망가지 않을 줄 아는 것, 그런 스즈코와 타쿠야의 용기와 대담함이 크게 와닿았어. 나는 마음속으로는 몇 번씩이나 도망갔으면서 해결되지 않는 걸 붙잡고 있는 사람이거든. 도망 혹은 회피라는 처방이 필요한 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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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게, 도망가는 시점이 언제나 스즈코를 누군가 개인적으로 알기 시작했을 때더라고. 근데 개인적인 만남과 교류, 그런 건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아주 중요한 거지만, 한편으로는 제일 어렵고 까다로워서 나를 갉아먹는 거기도 하잖아.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개인과 개인이 진짜 개인성을 공유해야 될 때. 그런 때들이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했어.
 
H 맞아 스즈코가 편지에 “얌전하게 적당히 웃다보면 문제없이 지낼 수 있을 거라고 말이야. 어느 사이엔가 아무 말도 못하는 관계가 되는 건 불행한 일이야.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임 있기 마련인데 그 헤어짐이 두려워 누나는 무리를 했던 거 같아.” 라고 하잖아. 사실 나는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개인성을 공유해야 했던 지점들을 놓치고 봤어. 이 대사가 나오고 나서야 이 영화는 관계에 대한 지점이 들어가 있구나, 하고 뒤늦게 캐치한거야. 그래서 이번에 다시 볼 때는 그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하며 보게 되었어. N은 이 지점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어?
 
N 스즈코 말 대로 만나고 헤어지는 건 되게 당연한 건데, 헤어짐은 무섭기 때문에 개인성을 공유해야 할 때 그냥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식으로 나중에 찾아올 두려운 이별의 순간을 회피할 수 있지. 가끔 친구 M에게 농담을 하는데, M은 한 번도 연애를 안 해봤잖아? 근데 그 친구에게 넌 잘한 거라고, 너가 제일 현명하다고 한 적 있거든. 왜냐하면 만나는 일과 헤어지는 일 둘 다 너무 어려운 일이니까. 그냥 그걸 안 해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나는 되게 많이 들어. 그래서 도망을 가는 거나 아니면 만남 자체를 좀 유예시키는 거나. 그런 것들과 그런 관계의 어려움에 대해 많이 공감했어.
 
H 내가 아까도 얘기했지만 도망이나 회피하는 것에 대해서 충분히 그럴 상황도 필요하다고 얘기했잖아. 그렇다면 스즈코가 ‘말을 안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어? ‘오래 함께 있기 위해서 말은 안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스즈코의 행동들.
 
N 그건 나와는 다른 방식이고, 내가 추구하는 방식은 아니야. 난 솔직하게 말하는 일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또 솔직하지만 현명하게,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 나는 어떤 관계에서나 시작하고 싶은 마음과 끝내고 싶은 마음은 동시에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런 때 마다 그 관계를 유지시키는 어떤 마음들이 있잖아. 그럼 난 그 마음이 작든 크든 아무튼 ‘있는’ 거라면 그걸 말이나 행동으로 잘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러지 않을 때면, 스즈코의 말대로 무리하게 되는 거지.
   
H 옛날에 <백만엔걸 스즈코>를 처음 보고 남긴 글이 있더라고. 그 때의 그 글이 스즈코에 대한 내 마음을 잘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아. 참고를 해서 마무리를 짓자면, 본인은 ‘강하지 않다’, ‘도망쳐 왔다’고 하지만 스즈코는 무리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강했고 충분히 대단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해. 어디선가 자신의 커튼을 걸고 백만엔을 모으고 있을 스즈코의 삶을 응원하며 마치고 싶어.
 
N 스즈코는 이사한 곳에 직접 만든 커튼을 달면서 그곳의 삶을 시작하잖아. 나는 그 일이 마치 손수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떻게, 어디에서 존재하고 있는지, 그런 것들을 선언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계속해서 스즈코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어디로 도망을 가도 좋고, 머물러도 좋지만, 다만 그 모든 시작에는 손수 자기가 만든 것을 내어거는 일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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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엔걸 스즈코>를 보기 앞서 H는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H는 여성의 노동에 대해 생각했다. 글에 다 담기지 않았던 생각들과,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이 남아있다. 앞으로의 우리의 담화에서 차근차근 되풀이하고, 새롭게 매듭지으며 정리하려고 한다. 특히 여성의 삶에 대해, 다가올 담화들을 통해 보다 깊이 다루려고 한다.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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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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