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첫사랑은 블루 [문학]

글 입력 2018.02.20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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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은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그는 누나와 여동생이 있고, 오레오 샌드를 좋아한다. 그런 사이먼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사실은 자신이 '게이(동성애자)'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사이먼은 우연히 '블루'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같은 학교의 또 다른 게이 학생을 알게 되고, 그와 이메일을 주고받는다. 그들은 평범한 친구처럼, 평범한 연인처럼 메일을 나눈다. 시시콜콜한 일상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다.

하나 특별한 것이 있다면 서로가 누군지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사이먼은 블루에 대한 애정을 키워나가고, 블루를 직접 만나고자 한다.


"모든 사람이 커밍아웃을 해야 한다는 생각 안 들어? 왜 이성애를 기본으로 여겨야 하지? 누구나 자신이 이쪽 아니면 저쪽이라고 선언해야만 해. 이성애자, 동성애자, 양성애자, 아니면 다른 무엇이든 간에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거창하고 어색한 순간을 겪어봐야 해."

"이성애자가(그리고 백인이) 기본으로 여겨진다는 건 확실히 짜증 나는 일이야. 그 틀에 맞지 않는 사람들만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는 것도."


평소에도 하고 있던 고민이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되짚어 보게 되었다. 왜 '커밍아웃'은 동성애자들의 몫일까? 어쩌면 '커밍아웃' 자체가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취향을 갖고 살아간다. 취향은 선천적으로 지니고 태어난 것일 수도 있고, 후천적으로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오이의 향 때문에 오이를 싫어하지만, 누군가는 어떤 순간의 트라우마로 인해 오이를 싫어하는 것처럼. 그렇지만 자신이 오이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혹은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대뜸 선언할 필요는 없다.

나는 동성애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사안에 관해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어떤 말을 하는 것이 맞는지, 내 생각을 내가 가진 언어로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동성애자든 양성애자든 혹은 다른 종류의 성적취향이든 그것을 '커밍아웃'하는 사회의 분위기는 조금 이상하다. 그건 이성애자들은 하지 않는 행위이니까. 누군가는 커밍아웃을 해야 하고, 혹은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 자신의 성적 취향을 눈치채지 않을까 아웃팅 당할까 걱정해야 하고, 누군가는 그런 걱정 없이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서로의 위치를 달리하고 차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은 이런 생각이 실현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런 고민이 사회적으로 계속  것만으로도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런 생각을 터놓을 수 있는 것도 나는 그 심리적 압박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잠재적 의식에서 나온 행동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이 평범해졌으면 좋겠다. 이 책에 나온 사이먼은 정말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그렇지만 그가 '게이'라는 것이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사이먼이 자신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누군가에게 '커밍아웃'을 하는 순간부터 그 상대에게 사이먼은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 사이먼은 언제나 같은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다르다'와 '틀리다'의 의미가 같지 않듯, '다르다'는 것에 '특별하다'는 의미가 포함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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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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