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블, 변화를 시도하다 [영화]

글 입력 2018.02.2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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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연휴, 일찍 귀경길에 오른 덕에 꿀연휴라는 것을 즐겨볼 수 있었다. 쉬는 것도 질릴 때쯤, 영화나 보자!하고 오랜만에 영화관을 향했다. 어렸을 땐, 참으로 좋아했던 마블이었는데 나이가 들면서는 매번 똑같은 영웅 서사, 그리고 스토리에 녹아있는 기득권층으로 기울어진 권력 구조 등으로 인해 마블 영화를 멀리했었다. 영화관에 갔으니 영화는 봐야겠는데 볼 게 없어 기대 없이 본 영화가 바로 마블의 블랙 팬서였다. 그런데 이게 웬 걸? 마블이 반성을 좀 했나 보다. 오랜만에 본 블랙 팬서는 마블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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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아성찰이 담긴 차별을 향한 마블의 정면돌파

 그동안의 마블 히어로들을 살펴보면,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끈 아이언맨, 미국의 애국심 자극에 한몫했다는 캡틴 아메리카, 그리고 천둥의 신 토르 등이 존재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공교롭게도 모두 백인 남자라는 것. 이 외에도 헐크, 울버린, 닥터 스트레인지 등 내가 기억하는 마블 히어로의 다수가 백인 남자이다. 이런 이유로, 마블은 그동안 차별과 편견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물론, 마블만 그런 것은 아니다. 많은 미디어 산물들이 이러한 차별과 편견을 내포하고 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아왔다. 그러나, 악당을 무찌르고 세상을 구하는 중요한 인물이 항상 백인 남자로 설정된다는 것. 이러한 점에서 마블은 사람들의 인식과 차별 강화에 분명하고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블랙 팬서는 좀 달랐다.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번 영화의 주인공이자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통해 처음 등장한 히어로인 블랙 팬서는 백인 남성이 아닌 흑인 남성 캐릭터이다. 마블의 세계관에 드디어 인종의 다양성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한 우연이나 신선함을 위한 변화라고 치부하기엔, 내용도 직접적이다. 영화의 내용은 와칸다라는 나라의 안정과 번영을 지키기 위한 와칸다의 왕, 블랙 팬서와 와칸다의 기술과 부로 전 세계에서 고통받는 흑인들을 돕겠다며 블랙 팬서에게 도전하는 킬 몽고의 갈등이 주가 된다. 와칸다의 안녕을 위해 세계 전역에서 고통받고 있는 흑인들을 외면한 점을 꾸짖는 킬몽거의 대사는, 이후 흑인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블랙 팬서의 변화는 어쩌면 자아성찰을 한 마블의 목소리가 아니었을까.



2. 신선한 배경, 그리고 주인공보다 매력 넘치는 주변 인물들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가진 채 나름의 위기를 겪지만 결국 자신의 능력으로 승리를 거두는 뻔하디 뻔한 스토리. 이것이 내가 마블의 영화를 한동안 보지 않았던 이유였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 나의 잘못이겠지만 너무 현실성 없게 느껴졌달까. 물론, 지루함을 줬던 뻔한 스토리의 요소들은 블랙 팬서도 매한가지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스토리도 뻔하지 않고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었던 것은 기존과 다른 독특한 설정과 주인공보다 매력 넘치는 주변 인물들 덕이었다고 생각한다.

 항상 제1세계 국가의 도시로 설정되었던 이전 작품들의 배경과는 달리, 블랙 팬서의 배경은 발전한 과학 기술을 지녔지만 알려지지 않은 가상의 제3세계 국가, 와칸다이다. 이러한 설정에 기반을 두어, 영화의 삽입 음악, 언어, 의복, 문화 등 모든 것들이 아프리카 전통문화와 흑인 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신선함을 준다.

 신선한 배경도 좋지만 사실 이 영화가 매력적인 가장 큰 이유는 주변 인물들일 것이다. 영화를 보며, 주인공인 블랙 팬서보다도 나의 관심을 끈 건 그 주변 인물들이었다. 악역으로 등장한 킬몽거. 블랙 팬서의 조력자였던 오코예와 나키아. 그들은 주변 인물로만 머물기엔 아까울 정도의 매력을 가진 캐릭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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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팬서의 여자친구, 나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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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칸다 최고의 전사, 오코예


 남자 주인공에게 의존적이고 악당에게 잡혀 히어로를 곤란한 상황에 빠트리는 것. 과거 히어로 영화들에 나오는 주인공의 여자친구가 주로 하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나키아는 달랐다. 자신이 가진 신념을 위해 와칸다를 떠나 위험에 처한 이들을 구하기도 하고, 남자 주인공이 위기를 겪어 죽은 줄로만 알았을 때, 그의 가족들을 보호하고 대피시키는 역할도 해낸다. 이후에도, 나키아는 위기 상황을 초래하거나 위기 상황에서 남자 주인공의 도움을 기다리는 수동적 여성이 아닌, 위기 상황을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고 더 나아가 위기에 빠진 남자 주인공을 돕는 능동적이고 강인한 여성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오코예. 와칸다 최고의 전사이며 항시 블랙 팬서의 옆에서 그를 보좌하던 오코예는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확고한 신념을 지니고 있으며 그에 따라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위기 상황들을 헤쳐나가는 오코예의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었기에 한편으로는 오코예가 히어로였어도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3. 마블의 변화, 앞으로의 마블

 블랙 팬서는 마블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항상 백인 남성으로 한정되었던 마블의 히어로들 사이에 인종의 다양성을 부과하는 블랙 팬서가 등장하였다. 그리고, 블랙 팬서의 계속된 흥행으로 보아 이 변화는 긍정적으로 비추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마블은 어떠한 행보를 이어가야 할까? 큰 변화를 보여준 블랙 팬서였지만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아무래도 더 매력적임에도 주변 인물로 머물고 있는 여성 캐릭터들의 존재였다. 백인 남성이 다수인 마블의 히어로 사이에서 새로운 매력을 가진 블랙 팬서가 등장하였듯, 오코예처럼 매력적인 여성 히어로 캐릭터의 단독 영화도 개봉되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가지고 앞으로의 마블을 지켜보고 싶다.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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