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 도시 -지나간 생각 분포도 [기타]

글 입력 2018.02.2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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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생각 분포도'는
예전에 가졌던 개인적인 관심을 돌아보는
지극히 개인적인 글입니다.
 


 

 어린시절부터 지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집에는 큰 지도책이 있었고, 형이랑 둘이 지도를 넘겨보면서 어디에는 어떤 도시가 있는지, 그 도시의 도로망은 어떻게 생겼는지, 그곳은 어떻게 가는지 등등을 이야기했다. 위성사진과 도로 주변 모습까지 다 지원되는 지금은 의미없는 일이지만, 그땐 지도를 보면서 이곳은 실제로 어떻게 생겼을 지 상상하고는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지도상에는 허전하고 밋밋한 시골보다 더 다양한 도시를 좋아하게 되었다.

 이런 관심을 배가시켜 준것은 심시티 3000이라는 게임이었다.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버지가 사오신 도시 시뮬레이션 게임은 막연히 생각하던 도시를 시각적으로 만들 수 있게 해 주었다. 처음에는 너무 어렸기에 세계의 유명한 건축물들을 냅다 붙여넣기만 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만 20개지만 다 장식이었기에 정작 사는 사람은 한명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게임도 더 업그레이드 되면서 본격적으로 게임을 위해 도시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때가 대략 초등학교 3학년 즈음으로 기억하는데, 집에 있던 고등학교 지리부도를 찾아 도시 도로망, 구역의 배치에 대한 이론들을 찾아 게임에 적용해보기도 했고, 직접 살고있는 동네의 모습도 적용시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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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하는 것이 함정. 사진 속 게임은 심시티4이다 -
 
 
 그 즈음에 가장 궁금했던 두 도시가 바로 마산과 창원이다. 지금은 모두 창원시로 통합된, 어렸을 때는 나눠저 있었기에 여전히 나누어 부르는 것이 익숙한 두 도시를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서야 드디어 직접 찾았다. 학교를 옮기고, 이사를 하고, 명절을 보내고, 그렇게 바쁜 와중에 무작정 여행이 가고싶어 날짜는 잡았지만 어딜 가야할지 고민하다 문득 어린시절이 떠올랐고, 그렇게 출발하기 하루 전 밤에 목적지를 정했다. 계획같은건 없었다. 계획 이전에 무엇이 있는지, 어디를 가야 좋을지 찾아볼 시간도 없었다.

 첫날 일정은 내려가는 버스에서, 두번째 날 일정은 첫째날 일정이 끝나고 정했다. 정한 것도 막상 가서 뒤집어버렸다. 특별한 목적지도 없이, 간단한 큰그림만 그리고 간 여행에서 한 것은 걷기 뿐이었다. 마산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3시부터 그냥 걸었다. 가면서 동네를 구경하고, 재미있는 것이 있으면 멈춰서 사진을 찍는 것의 무한 반복이었다. 둘째날도 마찬가지였다. 새벽에 마산 수협 공판장을 구경한 다음 깜빡 잠들어버렸다가 버스를 타고 창원에 도착한 것이 10시였고, 진해로 이동한 것이 4시, 진해에서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탄 것이 7시였다. 걷다가 밥을 먹고, 목마르면 카페에서 잠깐 쉬다가 다시 걷고. 이틀동안 관광지는 한곳도 가지 않았다.

 이렇게 엉터리 여행을 하면서도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숙소에서 이 글을 적으면서 다음엔 어딜 가볼까 고민하는 것을 보면 도시라는 것은 아직 꽤 관심이 많은 부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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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로는 볼 수 있는 것이 매우 한정되어 있다 -
 

 하지만 참 신기하다. 도시는 뭘까? 왜 도시에 관심이 있을까? 도시란 것은 한번에 딱 감각되지도 않고, 그러기에 특별히 정해진 이미지도 없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나 타임스퀘어 같이 멘하탄의 모습들로 기억되는 뉴욕, 에펠탑,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 등의 관광지를 넘어 예술적인 이미지를 구축한 파리 같이 몇몇 도시들은 그 도시들을 대체하는 상징들이 있다. 하지만 이 상징들은 절대 그 도시들을 말하지 않다.

 도시는 절대 관광지로 정리될 수 없다. 서울에는 고궁부터 강남까지 한양과 서울을 연결시켜주는 다양한 관광지들이 있지만 이들은 서울 시민이 살아가는 '도시 서울'을 보여주지 않는다. 관광객들은 대학로를 찾아가도 뒤쪽으로 미아리 고개를 넘진 않는다. 올림픽공원이나 잠실을 찾아가도 그 이외 송파구 주거구역들과 강동구는 가지 않는다.

 같은 맥락으로 홍대나 상암 뒤의 은평구도, 여의도 저 아래 금천구 등도 가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은 그런곳들이다. 서울의 일상적인 삶들은 주로 그곳에서 펼쳐진다. 즉 '관광온 서울' 이 아닌 '시민이 살아가는 도시 서울'을 보고싶다면 저런 곳들을 찾아가야 한다.(하지만 서울은 너무 커서 모르는 곳이 잔뜩인 서울시민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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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글에 쓴 사진. 도시의 지극히 일부다. -
 

 그러다보니 도시는 진짜 느끼기 힘들다. 당장 살고있는 서울도 모르는 판에 어떻게 다 알 수 있을까? 이틀동안 계속 걸어다녔다고 해도 가본 곳보다 못가본 마산, 창원이 많은데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아무리 도시에 대해 많은 이론을 알고 지리적인 지식이 많다 해도 도시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직접 가서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도시이고, 직접 가봤다고 해도 살지 않으면 또 모르는 것이 도시이고, 그러다보니 알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처음 아트인사이트 에디터가 되기 위해 적은 글이 바로 도시에 대한 글이었다. 일상에서 아무생각 없이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다가 적은 그런 글이었지만 적은 것은 도시의 극히 일부분이라는 것이, 적으면서도 도시가 무엇인지 몰랐다는 것이 지금도 걸린다. 그래도 아직까지 계속 관심이 가고, 그냥 도시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스스로가 신기할 따름이다.
 
 





[김찬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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