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드라마의 딜레마 [기타]

중간은 늘 어렵다
글 입력 2018.02.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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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드라마들은 100% 사전제작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재작년 여름 태양의 후예 이후 몇 번의 사전제작 도입의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한 드라마는 거의 없다. 사전제작이 주는 장단점은 명확하다. 사전제작 드라마는 소위 `말하는 '쪽대본'과 '시간에 쫓기는 게 덜 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가장 큰 단점 '실시간으로 시청자의 반응을 피드백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전제작이 아니라면 대부분 드라마는 어떻게 작업 될까? 정말 쫓기듯이 시작하는 드라마가 아니라면 대부분 6회~8회까지는 대본 탈고 완료, 배우들과 대본리딩을 마친 이후 첫 방송 전 4~5회분 혹은 여유 있는 드라마라면 8회까지 촬영이 완료된다. 이런 드라마는 초반엔 여유롭다가도 극이 진행될 수록 시청자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작가의 대본수정, 연출가나 배우의 문제 이외에도 여러 지체 상황으로 매일매일 밤샘촬영을 하는 환경에 놓여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전제작을 하는 드라마가 적음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시청자'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스마트폰, SNS가 활성화 되어있어 드라마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을 보지 않더라도 네이버 서비스 '톡톡' ,'특정 드라마 커뮤니티','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을 통해 쉽고 빠르게 반응을 전달받을 수 있다.

 만약, 당신이 한창 방영하는 수목드라마의 작가라면? 내 드라마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찾아보지않을까? 실제로 작년 후반기 즈음 SBS에서 방영했던 [사랑의 온도]에서는, 여자 주인공(현수)의 직업이 드라마 작가로 나온다. 당시 실제 드라마의 작가였던 '하명희' 작가를 현수에 투영했다고도 이슈가 되었는데, 보면 시청률을 분 단위로 분석해서 작가를 자르고 상의없이 다른 작가를 불러오기도 하며 배우와의 트러블과 같은 여러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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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작가든 연출이든 만약 자신의 드라마에서 주연 이외에 조연들의 반응이 좋다면 대본을 조연의 방향으로 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요즘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작게는 KBS [고백 부부] 에서 주연 손호준 보다 '정 선배' 장기용이 더 이슈를 끌며, 분량이 끝까지 적당량 이상 주어진 것. 크게는 SBS [리턴] 혹은 KBS [흑기사]같이 극의 방향까지 틀어져 버렸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드라마 들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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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가 끝이 나면 여러 신문사에서 드라마 관련 기사들을 쏟아낸다. 드라마를 본 우리도 드라마에 대해서 가족 이외에도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핸드폰을 켜고 가장 큰 소통공간인 NAVER로 들어간다. 연예란에서 메인에 내가 방금 본 드라마 기사가 있다. 댓글 창으로 들어간다. '어 나도 흑기사의 샤론(서지혜) 역할이 훨씬 매력적인데? 사람들도 똑같이 생각하네?'. 공감 버튼을 누른다. 직접 수다도 떨고 싶다. 톡톡 이라는 공간에 실시간으로 사람들의 댓글이 업데이트 된다. '나도 한번 껴볼까?' 내 닉네임으로 댓글을 단다. 혹은 커뮤니티에 들어가 사람들과 익명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나랑 마음에 맞는 사람이 많다. 아마도 기자들은 우리의 손가락 하나로 형성된 '댓글 여론'으로 파생기사를 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수많은 기사를 가장 먼저 접하는 곳은 어딜까? '방송국'이다.

 댓글 여론의 영향으로 극의 방향이 틀어진 드라마 [리턴]과 [흑기사]를 예시로 들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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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턴]은 방영 전 '고현정'의 복귀작으로 이슈를 끌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진욱'의 복귀작이라고 해서 나쁜 쪽으로 이슈를 많이 받았던 게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다른 배우에게 돌아가는 스포트라이트는 작았다. 하지만 까고 보니? 시청률을 지금까지 견인한 역할은 소위 '악벤져스'의 역할이었다. 1~4회가 지나고 시청률이 확 뛰었는데, 줄거리 상 봉태규-신성록의 역할이 컸었다. 그 뒤로 고현정의 분량은 점차 줄어들었고, '고현정은 8부 대본까지 다 보고 출연 결정을 했다'라고 공식입장을 표명했지만 분량 문제가 주요했다는 '썰'이 가장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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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기사]는 초반 김래원의 '돌직구 고백'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래원의 신세경을 향한 일편단심 사랑은 시청자를 매료시켰다. 하지만 회가 지나갈수록 샤론(서지혜)의 등장으로, 흑기사 관련 기사들의 베플에는 서지혜 이야기만 가득했다. 나도 [흑기사]의 시청자였고, 서지혜는 소위 말하는 '인생 캐'를 만난 듯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이해가 갔다. 시청률도 올랐다. 샤론의 분량은 늘어났지만, 줄거리가 이상하게 흘렀다. 주연 신세경-김래원은 한 회에 얼굴 비추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으니, 메인으로 이끌어갈 줄거리가 없었으리라. 사람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시청률은 떨어졌고, 결국 드라마는 종영했지만 [흑기사]는 '주인공은 서지혜였다'라는 평을 받았다.

 반대로 주연이 극을 이끌고 가서 성공적으로 된 드라마는 어떤 드라마가 있었을까? 현재 JTBC에서 '김남주의 7년 만의 복귀작'으로 이슈되고 있는 드라마 '미스티'이다. 이 전 드라마 중에서는 남궁민 주연의 KBS [김 과장], 최진혁 주연의 OCN의 [터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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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주의 역할로 주변 인물들이 더욱 매력적으로 부각된다. 예를 들어, 그녀의 남편 역할의 지진희는 아내를 향한 일편단심 적 사랑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어쩌면 처음 보는 얼굴인 케빈 리 역할의 '고준' 배우도 김남주와의 케미로 재조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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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궁민 배우는 주로 조연을 맡아오다가, [리멤버]에서 '인생캐'를 만난 이후 주연을 차지했다. [미녀 공심이]-[김 과장]-[조작]으로 3연타 흥행에 성공했다. 배우의 연기도 한몫했지만 가장 큰 이슈였던 [김 과장]은 직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스토리를 김성룡(남궁민)을 통해 탄탄한 스토리로 속 시원히 해결해줬던 '꿀잼' 드라마였다.

 최진혁 배우도 드라마 [터널]을 통해 주연으로의 입지를 다졌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터널]은 최진혁 배우에게 타임슬립, 부성애, 경찰로서의 사명감 등을 맡겼다. 치고 나가는 전개와 결말까지 완벽했던 드라마로 평 받았고 'OCN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던 명드라마로 남았다.

 나는 솔직히 시청자의 반응을 반영하는 쪽을 좋아한다. 하지만, 극의 완성도를 위해서는 주연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것이 맞다. 내가 본 대부분의 드라마는 중간에 작가가 대중들의 반응에 의해 한 번 흔들린다. 잠깐은 좋다.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다. 그 다음엔 작가조차 자신의 방향이 틀어지니 어디로 극을 끌고 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게 된다. 그렇게 산으로 간 드라마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심지 굳게 시청자 반응을 어느 정도 반영하지만, 극 방향을 틀지는 않는 작가들이 마지막 드라마의 반응도 좋고 처음의 화제성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연배우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도도 높아진다. 작품-배우 간의 상부상조가 되는 것이다.


[김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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