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소설 '나온의 숨어 있는 방'에 드러난 현대 사회의 문제점 [문학]

글 입력 2018.02.2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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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사전에 쓰여 있던 ‘나온’과 ‘라온’이라는 단어를 보고 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고 책의 머리말에서 말한다. 두 단어를 보고 작가는 쌍둥이를 생각해 냈고, 하나이면서 둘인 아이들, 여기 있으면서 다른 곳을 꿈꾸는 아이들, 평범하면서 특별한 아이들을 그렸다. 따라서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은 주인공 ‘나온’이 그의 반쪽인 ‘라온’을 만나면서 겪는 성장 이야기이다. 이때 이 소설에는 나온의 ‘성장통’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문제점도 여러 가지가 드러난다. 이야기가 어린이인 나온의 시점에서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판이 나타나 있지는 않지만, 나온의 묘사를 듣고 독자들은 눈살을 찌푸리거나 사회 현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된다. 필자는 '나온의 숨어 있는 방'에서 현대 사회에서 생태적 인식의 부재, 타인에 대한 무관심, 어른들의 아이에 대한 강요라는 문제점을 찾아냈다.

먼저,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자연을 인간의 도구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인다. 책 13쪽의 ‘엄마’와 ‘아빠’의 대화에 따르면, 그들의 집에 세 들어 살던 사람들은 ‘나무가 너무 커서 창문도 가리고, 볕도 안 들기 때문에’ 나무를 베었다. 이에 대해 ‘엄마’는 ‘약이 되는’ 나무를 벤 것에 대해 신경질을 낸다. 생태주의적 시각에서 볼 때, 인간의 필요에 맞추어 나무를 베는 행위는 그르다. 또한, 나무를 벤 행위를 경제적 이익을 근거로 비난하는 것 또한 그르다. 이 소설에서는 나무로 대표되는 우리의 생태계는 그 자체로 존엄하다. 인간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 수단화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인간들은 생태계에서 자연과 인간이 갖는 지위는 동등하고, 자연을 자신의 욕심에 맞출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이 소설 속에서 ‘넝쿨 집을 사려는 사람’은 집을 허물고 그 땅을 밀어서 주차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한다. 이는 오래된 나무와, 잔뜩 우거진 풀들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땅을 ‘자본’으로만 생각하는 행위이다.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존재인 만큼, 이러한 인식은 잘못되었다. 현대인들은 자신들의 이익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인, 그리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인 자연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이 소설에는 타인에게 무관심한 현대인들의 모습도 나타난다. 책 229쪽과 230쪽에 ‘너무 힘들어서 울음이 터지려는 걸 겨우 참았다. 사람들은 모두 바빠 보였다. 옆 사람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내가 쓰러져도 사람들은 그냥 지나칠 것 같아서 슬프고 두려웠다. … (중략) … 숨이 가빠서 칙칙이를 꺼냈지만 속이 비어 있었다. 버스 안의 누구도 나한테 관심을 갖지 않았다.’ 라는 구절이 있다. 나온은 심각한 천식을 앓고 있다. 그러나 나온이 곧 쓰러질 듯 혼자서 힘들어 할 때 주변 사람들은 나온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는 현대인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반영한 결과이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삶에 지나치게 치이며 타인에게까지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다. 게다가 스마트폰까지 발달한 현재의 경우, 인간들은 그나마 주위를 둘러 볼 수 있는 시간조차 뺏기고 말았다. 현대인들에게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을 살펴 볼 시간이 더욱 필요하다.

세 번째로, 이 소설에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원하는 틀 안에 맞추려는 모습이 자주 나타난다. 책 22쪽과 32쪽에 ‘싫다고 해도 엄마는 기어이 하게 만들 것이다. 어릴 때부터 죽 그랬다.’ 와 ‘남자 애처럼 굴면 안 된다면서 말이다. 덕분에 나는 태권도나 자전거도 못 배웠고, 운동회 때 달리기에서도 항상 빠졌다.’라는 구절이 있다. 나온의 엄마는 재능이 한 가지라도 있어야 한다며 나온이 싫어하는 바이올린을 억지로 배우게 만들고, 여자아이는 여자아이다워야 한다며 바지도 못 입게 하며 치마만 매일 입힌다. 나온은 엄마가 입혀주는 옷을 입고, 엄마가 계획해놓은 생활 계획에 따라서 움직인다. 하고 싶은 것과 좋아하는 것이 있지만, 엄마의 강요 때문에 주체성을 잃고 꼭두각시 같은 삶을 사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나온은 이러한 수동적인 삶에 반항하며 엄마의 말에 따르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일부러 버스 시간을 늦추면서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기도 하고, 엄마가 절대 가지 말라고 당부한 넝쿨 집에 가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나온의 반항을 성공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나온은 엄마에게 잡혀서 곧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 엄마에게 질타를 받는다.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 그 행동을 ‘일탈’로 규정하고 크게 꾸짖는다. 아이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자랄 수 있게 돕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라 하지만, 어른들이 원하는 방향이 과연 옳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어른들은 자신들의 욕심을 아이들에게 반영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단점은 고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소설에서는 행복한 결말로 끝내주지는 않는다. 생태적 인식의 부재 탓에 모과나무는 이미 베어졌다. 또, 나온이 넝쿨 집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이 아닌 자전거 대여점 아저씨가 제일 먼저 나온의 실종을 알게 된다. 나온이 빌린 자전거를 반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온이 자전거를 빌리지 않았다면, 부모님이 찾기 전까지는 아무도 나온을 찾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온은 죽은 존재인 라온을 따라 저승으로 함께 가고자 한다. 이는 엄마, 아빠의 강요대로만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의 삶이 없고, 따라서 즐거움이 없던 지금까지의 나온의 모습을 보여 준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없고, 주어진 대로만 살다 보니 나온은 삶에 싫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나온은 신비로운 자연의 모습을 좋아하지만, 물질만능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엄마는 그런 나온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않는다. 또한 나온은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인 강우와 친하게 지내다가도 엄마 때문에 강우와 멀어지게 된다. 나온의 인간관계 또한 엄마의 입맛에 맞춰서 이루어지고, 엄마는 강우를 못마땅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변 환경 속에서 나온이 과연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극복하면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어른들이 먼저 인식을 바꿔나가야만 세대가 교체되면서 이러한 문제점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어린이들을 주독자로 생각하고 쓰인 책이지만, 어른들이 읽으면서 느끼는 것이 많은 책이기도 하다.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제대로 반영한 이야기인 만큼,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삶을 반성해보기를 바란다.


[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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