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초행 [영화]

새로운 시작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공감하다
글 입력 2018.02.23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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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를 하고 있는 7년차 커플 수현과 지영의 이야기인 초행은 매우 독특한 화면을 가지고 있다. 지영의 집을 갔다가 수현의 고향인 삼척을 가는 여정 중 차를 타고 움직이는데 차안의 둘을 보여주는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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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수없이 대화하는 둘의 모습을 보여줄 법도 한데 집요하게 뒷모습과 앞에 놓인 길만을 보여준다. 그들이 어떤 표정을 지으며 말을 하는지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앞에 있는 풍경이 멋진 것도 아니다. 그냥 길이다. 즉 그렇게 재미있다고 할 수는 없는 화면을 집요하도록 보여준다. 심지어 차에서 내릴 때 까지도. 이러한 표현 방식이 이 영화의 특성을 요약한다. 주인공들과 함께 앞에 놓인 길을 보며 느끼는 불안감을 공감한다는 점이다.
 
영화 속 수현은 미술강사이며 지영의 방송국 계약직 직원이다. 이것만으로도 둘은 경제적으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존재들이다. 그 점은 지영의 어머니가 저녁식사자리에서 꺼낸 말 한마디로 표현가능하다. “자랑할 거리가 없다.” 둘은 썩 자랑하고 싶지 않은 존재들이다.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장되지 않은 미래는 둘의 앞날을 불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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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지영은 어머니와의 갈등이 있다. 미술강사인 수현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하지만 딸인 지영의 결혼을 바란다. 그리고 독립적이려 하는 지영에게 계속해서 간섭하려한다. 많은 어머니들과 비슷하게. 하지만 지영은 그 모든 것을 거부한다.
 
수현 또한 부모님과 갈등을 겪고 있다. 가부장적이어 보이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다. 부모님은 별거중이며 더러운 아버지의 방은 어떤 인물인지 간접적으로 제시한다. 가족끼리만 모인 환갑잔치에서 대화도 하지 않다가 아버지의 폭발에 진절머리 난 듯 뛰쳐나간다. 아버지와 얘기하려 애쓰고 가족을 모으려 애쓰는 형의 모습과 대비되어 가족을 포기한 수현의 모습은 더욱 강조된다.
 
그런데 가족과의 갈둥은 수현과 지영이 인지하지 않는 불안함을 가중한다. 지영과 어머니의 갈등은 이제 막 독립하려는 자식과 간섭하려는 부모 사이의 갈등을 단적을 보여주는 예시이며 수현의 부모님의 갈등은 결혼생활의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지영과 수현의 어머니가 맥주와 오징어를 두고 나누는 대화는 그 회의감을 보여준다. 결국 각 갈등이 결혼 후 있을 독립의 과정에 있을 갈등과 결혼의 회의적인 모습 보여주면서 처음 그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불안함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임신 또한 큰 문제이다. 수현과 지영은 귀여운 고양이도 키우기 힘들다. 그런데 아이라니 엄청난 문제다. 미래의 불안함과 가족과의 갈등, 결혼생활의 어려움, 10개월 뒤의 아이까지 어렵고 머리 아프게 만드는 것들 투성이다. 그런데 이 문제들은 수현과 지영뿐 아니라 새롭게 삶을 시작하는 두 사람이라면 겪을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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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행이 그 문제들을 대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그냥 앞으로 간다. 차를 타고 삼척을 향해 가듯이. 어차피 앞으로 밖에 가지 못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영과 수현 서로가 각자를 많이 위한다는 것이다. 수현이 어머니와의 대화 후 우는 지영을 달래거나 지영이 수현의 가족 앞에서 노력하는 모습은 서로 자신의 갈등 앞에서와 다르게 상대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인다.
 
수현과 지영은 아마도 결혼을 하게 될 것이다. 큰 문제가 없는 한. 그리고 그 둘은 영화에서 겪었던 문제들을 계속 겪으며 불안한 미래를 앞둘 것이다. 그러나 서로를 위한다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마지막 촛불 행진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둘이 어떻게든 앞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초행의 결말은 수많은 수현과 지영을 위로한다. 우왕좌왕할 것이고 답답하고 힘들 때도 있겠지만 결국 앞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앞에 있을 많은 문제들을 공감한다.


[오동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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