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열정적인 공연을 보여주었던 기대되는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의 공연

글 입력 2018.03.0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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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아트홀라이징스타 공연이 있던 날, 6시 정각 퇴근을 하고 서둘러 공연장으로 나섰다. 앞서가는 마음과 달리 퇴근길은 막히기 시작했고 혹여 공연 시간에 늦을까봐 짧은 두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공연장으로 향했다. 2015년 마지막 날, 친구와 함께 극장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금호아트홀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의 공연을 본 적이 있었는데 아티스트를 그렇게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연주를 듣는 것이 처음이라 꽤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그들은 악기와 함께 호흡을 맞춰가며 연주하고 있었고 관객이 몇 없었는데도 모두 열정적이었다. 그래서 금호아트홀라이징스타 공연이 열린다기에 망설임 없이 초대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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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문화재단은 음악영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데에 오랜 공을 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유망주 아티스트들의 무대가 자주 열리는데 이번에 보러 간 금호아트홀라이징스타도 역시 유망주를 위한 공연프로그램이었다. 사실 이런 공연을 가면 공연자의 지인들로 북적거리기 마련인데 공연장을 보니 외부인들도 꽤 있었다. 여기서부터 약간의 기대를 품기 시작했다.

 공연장은 1층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는데 저번에는 앞에서 두 번째 줄에서 봤다면 이번에는 무대와 꽤 거리가 있는 곳에서 보게 되었다. 첫곡은 폴 힌데미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E-flat장조'였는데 바이올린 독주회라 그런지 바이올린이 돋보이는 연주를 보여주었다. 처음 듣는 곡이었는데도 강렬한 도입부로 시작해서 곡에 집중할 수 있었다. 첫곡을 들으며 처음 들었던 생각은 '정말 연습을 많이 했구나'였다. 주인공인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 뿐만 아니라 반주자 분의 연주자 또한 바이올린의 선율에 따라 강약 조절과 박자를 깔끔하게 맞추었고 두 분의 호흡이 관객에게 제대로 전해졌다. 그리고 연주를 하며 힘이 들어갈 땐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는 모습이, 정확한 음정과 박자를 만들어가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초집중하며 바라봤다.

 두 번째 곡은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님이 좋아한다는 베토벤 곡이었다. 사실 이 곡은 많이 알려졌음에도 나는 역시 이번에도 처음 듣는 곡이었는데 의외로 선율이 좋아서 눈을 감으며 감상했다. 멜로디는 너무나 편하게 들렸지만 바이올리니스트의 손은 쉴새 없이 움직였다. 이 곡을 부드럽게 연주하기 위해 그녀가 얼마나 노력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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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깜짝할 사이 인터미션이 찾아왔다. 오랜만의 클래식 공연이어서 그런지 남아 있는 곡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세 번째 곡이 연주되었다. 세 번째 곡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1번 f단조, Op.80'였다. 1부에서 보여준 분위기와 달리 조금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의 곡으로 중간에 격렬한 피치카토 (손가락으로 현을 뜯으며 연주하는 방법) 와 난해한 멜로디가 등장했다. 클래식의 'ㅋ'도 잘 모르긴 하지만 에너지 넘치게 연주하는 모습이 오히려 공연에 더 집중하게 만들어주었다.

 마지막 곡은 생상스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a단조 Op.28’였다. 이 곡은 공연 셋리스트 중에 유일하게 들어본 곡이었다. 그리고 앞서 연주했던 곡보다 비교적 난이도가 쉬운 편이어서 악보 없이 연주를 시작했다. 우리는 말을 통해 우리의 성격과 성향을 드러내지만 음악가는 음악을 통해 그들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공연을 보는 내내 들었던 김계희님의 연주는 강렬했고 힘이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생상스의 곡을 연주했을 때 자신의 색깔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악보가 없어서 혹은 대중적인 곡이어서 쉽게 연주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곡에 감정이입을 한 채 좋은 음정과 비브라토를 보여줬다.

 마지막 곡이 끝날 때까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녀가 얼마나 연습을 많이 해왔는지, 자신뿐만 아니라 반주자와도 얼마나 호흡을 잘 맞추려고 했는지 볼 수 있었던 아주 열정적인 공연이었다. 공연장에서는 항상 공연자와 관객 사이에 밀당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음악공연이면 더더욱) 이번 공연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님이 완승한 것 같다. 피곤한 하루였지만 음악 덕분에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공연을 통해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분이기에 다음 공연에도 힘찬 에너지로 연주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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