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나는 행복할까, 그래도 괜찮아.

나의 동생에게, 나의 친구에게, 나의 언니에게
글 입력 2018.03.01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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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insight]
나는 행복할까, 그래도 괜찮아.


내년이면 서른과 마주 보네요. 마음이 이상합니다. 앞자리 하나 바뀌는 것뿐인데 왜 이리 싱숭생숭할까요? 내년이 되어도 여전히 젊은 청년인데 말이죠. 불안한 마음에 책 한 권 펼쳐봅니다. 책에 한없이 기대다 보면 제멋대로 요동쳤던 마음이 잠잠해지거든요.

내 것인데도 어찌 못하는 이 마음, 대체 왜 그럴까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물어보고 물어볼수록 오히려 ‘어떻게 살 것인지’에 집중하게 되더군요. 불안감이 무의식적으로 ‘과거’에 얽매여 반응하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나 봅니다. 그에 대한 방어기제로 앞으로의 대한 방안이 떠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노트 하나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적어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그러곤 잠시 넋 놓고 바라봅니다. 그 어떠한 생각이든 다 적었습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게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바로 저의 행복이었습니다. 두 글자 하나만 꺼내었을 뿐인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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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안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잘 사는 집안도 아니었습니다. 작은 구멍가게를 운영하셨던 어머니는 정신없는 일터에서 저를 봐줄 곳이 필요했었습니다. 방안으로는 바로 위층에 있던 피아노 학원으로 보내졌고 의도치 않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손에 잡게 되었습니다. 늘 불안정한 집안 때문에 시련과 아픔이 많았던 내성적인 저에게 위안이 되었던 음악은, 영혼이 되고 친구가 됩니다.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되었네요. 결국 ‘피아노 연주학’으로 진학했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즐겼습니다. 정말 좋아하니까요. 늦사춘기가 온 건지방황의 시기가 찾아와 휴학을 선택했지만 다시 돌아와 결국 졸업했습니다. 입학부터 졸업까지, 우수한 성적을 유지할 만큼푹 빠졌었습니다. 단, '학생'이란 보호막이 있을 때까지는요. 이상하게도 가장 좋아하는 것이 나의 직업이 되었는데 갈수록 힘들어만 갑니다. 더 아파만 갑니다.

책임감은 물론이요, 살아가려니 돈과 연관시켜야만 했고, 재능을 떠나 ‘보이지 않는 선’처럼 그 선들을 위해 더욱이 투자를 해야만 했습니다. 현실로선, 좋아하는 마음으로만 계속할 순 없었습니다. 차선의 선택으로 하는 활동도 즐겁지 않았습니다. 혼자 있던 시간이 유독 많았기에 가족과 친구들보다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음악이었는데 정말 싫었습니다. 점점 마음이 곪아갔고 오히려 부끄럽기까지 했습니다.

다시 현재로 넘어가 볼까요? 저는 여전히 피아노를 칩니다. 직업으로 삼고 있죠. 그리고 다른 일도 같이 합니다. 직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그런데 지금은 행복합니다. '욕심을 버리고 인정'했거든요. 애석하게도, 좋아하는 것이 직업이 되면 좋아하는 마음을 예전처럼 유지한다는 게 어렵다는 말은 사실입니다. 죽을 만큼 싫어하기도 했지만 욕심을 버리고 인정하니, 그건 잠시 오류였음을 이제 와서 깨닫습니다. 계속 좋아하지만 내가 처한 상황과 현실세계가 만나면 힘들어질 때가 반드시 있습니다. 저는 그때가 졸업 후 사회로 던져진 그 시점이었고, 모든 걸 인정하고 포용하기엔 그릇이 너무 작았던 거죠.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한 살 이라도 더 어린 20대에 '온전히 나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더라면 내 그릇은 조금이라도 커질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습니다. 나를 탐구한다는 것은 세상을 이해하고 나의 가치관을 찾는 것이죠. 가치관이 성립되었다면, 욕심을 겉어내고 차분하게 사회에 나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의 재점검이 가능했던 ‘휴학의 시기’에 기회가 주어졌던 것 같은데 놓쳐버렸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제는 행복하거든요.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이 저의 삶을 구성하는 귀한 경험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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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끝에 또 다른 삶이 펼쳐질 30대의 삶을 앞둔 저는, 어떻게 살 것인지 계속해서 고민할 것입니다. 더 많은 깨달음을 위해 평생 고민할 것입니다. 계속 고민하다 보면 자신이 하는 일과 추구하는 것들의 ‘본질’이 조금씩 보이지 않을까요?

나를 괴롭혔던 충돌들은 다시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져 제자리를 찾을 것이고, 조금은 튼튼해진 스스로를 보며 매일 흔들려도 행복할 수 있는 확신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그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고요. 아무렴 어떻습니까. 우리 모두는 그래도 괜찮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자신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시길 바랍니다. 부족한 글은 제가 좋아하는 시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
_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듯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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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윤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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