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그 사이에 우리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리 스스로에게
글 입력 2018.03.0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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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저는 어릴 적부터 자기소개를 할 때, 취미와 특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유년기 시절부터 청소년 시절까지 저는 뭔가 애타게 하고 싶어서 한다기보다는 주변에서 해야하는 것이라고 하기에,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당연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뭘 좋아하는 아이인가?', '나는 뭘 잘하는 아이일까?'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비단 저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어릴 적부터 영어 유치원과 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하는 것이 우리의 자발적인 의사로 결정된 것은 아니니까요. 물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나'에 대한 정체성을 내가 잘 모른다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까요?



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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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나에 대해 알아보고자' 결심한 것은 대학교에 입학한 뒤입니다.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도 저는 저에 대해 잘 알아보고자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냥 성적 맞춰 대학에 입학하고 그냥 열심히 하면 편안한 노후가 보장된다는 공무원 시험을 봐야겠다며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뭔가를 열정적으로 하는 것에 대한 동경과 '나는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거야!'라는 다짐은 있었지만 정작 무엇에 내 열정을 다해야 할 지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교양수업으로 들었던 패션과목을 통해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꼈고, 복수전공을 통해 패션에 대해 더 알아가고자 했습니다. 지금은 모든 과정을 이수하고 패션 회사에 인턴으로서 입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별 것 아닌 계기로 저는 '내가 정말 뭘 하고 싶은지, 뭘 잘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제가 뭘 잘할 수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여 그 일에 몰두할 수 있는지 완벽하게 알고 있다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막연하게 열심히 하는 것과 나의 길을 찾기 위해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것은 그 목적에서부터 분명히 다릅니다. 저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시간 중 가장 빠른 시간인 '지금'부터 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며 많은 것을 경험하고 주어진 모든 일에 열심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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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의 길'을 찾는 여정 속에서 몇 가지 찾은 바가 있다면, 저는 '사진'과 '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빛이 변하고, 변하는 빛에 따라 사진에 담기는 느낌과 감정은 천차만별입니다. 매일 걷던 골목길이 계절의 냄새와 빛의 변화에 영향을 받아 새로운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 모든 찰나의 순간들을 서투른 실력으로나마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남는 건 사진 뿐이다'라는 말에 매우 공감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 순간의 감정과 느낌을 눈과 마음에 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기억은 쇠퇴하기 마련입니다. 아름다운 장면과 감정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잊게되고 그 색이 바래지는 것은 너무나도 아쉬운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 순간을 눈과 마음에도, 그리고 사진에도 담는 것을 좋아합니다.

색을 좋아하는 것도 이와 상통합니다. 정확하게는 '색감'이 달라짐에 따라 모든 사물이 내게 주는 영감도 달라지는 것이 즐겁습니다. 모든 색은 색 마다의 느낌이 있고 그 색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도 다릅니다. 다양한 색을 보고 다양한 색으로 영감을 받는 일련의 과정들이 저에게는 매우 즐거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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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생각을 기반으로 졸업작품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색을 위빙(Weaving)기법을 사용해 '관계'라는 주제를 표현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며 그 관계 속에서 이렇게 저렇게 얽히는 모습을 옷으로 표현한 것이지요.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다양한 색과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주제를 위빙기법과 다양한 색의 원단으로 표현한 것이지요.

졸업작품을 제작하는 기간은 3개월 남짓이었는데, 저는 이 기간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옷을 만드는 기술과 디자인을 하는 모든 과정, 팀워크에 중요성 등 유익한 것들을 배운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의외로 그 외의 일들에서 배운 것도 많습니다.

배운 것 중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은 바로 '하고 싶은 것이라도 매 순간 즐거울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매일같이 저는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거야!'라며 큰소리 치고 호언장담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한 것이 당연하다는 전제로 말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좋아하는 색과 좋아하는 전공 과목의 졸업작품을 제작하는데도, 저는 그 3개월이 행복하기만 하진 않았습니다. 분명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왜 저는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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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 이유는 어느 순간, 좋아하는 일이 해야만 하는 일로 퇴색되고 말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간혹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직업으로 삼으면 좋아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말을 어느정도 공감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해서 선택한 일이지만, 직업이 된다면 이전처럼 그 일을 좋아할 수는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어떤 일을 직업으로 삼더라도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도,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해도 결국 직업으로서, 생계를 위한 일로서 인식한다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것이죠.

일은 고되고, 하고 싶을 때만 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일로서 급여를 받고 그 급여를 받는 댓가로 그에 맞는 노동을 제공해야 합니다. 생계와 직결된 '직업'은 그만두고 싶다고 그만두거나 고되지 않을 정도만 하고 싶다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심적 부담감을 주고 그 부담감이 내가 좋아하던 일마저 퇴색시키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인지 좋아하는 일은 좋아하는 일, 즉 취미로만 남기라는 조언을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아하는 일은 좋아하는 대로 오롯이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더욱 행복한 선택일 수 있겠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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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고 했던가요? 우리는 살아감에 있어서 생계활동을 해야만 합니다. 피할 수 없는 것이죠. 이왕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내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직업'으로서 어떤 일을 하는 것 자체도 마뜩잖은데 심지어 그 일이 좋아하지도 않는 일이라면 하루하루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누구에게나 일은 힘이 들고 즐거웁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해 내가 좋아하는 일 자체가 싫어지고 미워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될 수 있지만, 저는 졸업작품을 하면서 그 과정이 '힘든' 것이었지 디자인을 하고 색을 다루는 일이 '싫지'않았습니다. 일이 힘들어서 하루하루가 고되다고 내가 그 일을 좋아하는 본연의 의미가 달라지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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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제게 너무 이상적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고작 3개월 동안의 경험으로 3년 간 겪을 지루함을 넘겨짚어선 안된다고 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고, 제가 너무 이상만을 꿈 꾸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조금쯤은 이상적이어도 괜찮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루할 3년이 두려워 좋아하는 일을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것은 많은 선택지를 한 순간에 잃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선택으로 앞으로의 몇년이 지루하고 힘들 수 있겠지만 우리는 미래를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지금 당장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적어도 지금만큼은 저의 오늘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일'이라고 할지언정 '해야하는 일'이 된다면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겠지요. 그래서 저는 가끔 갖는 '갭(Gap)'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갭이어(Gap Year)'라는 말도 있죠. 이는 물론 직장인이 아니라 대학생들에게 쓰이는 말입니다. 1년 간 휴학하며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직장인들은 1년 동안 쉬며 리프레쉬(Refresh)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만 며칠이라도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며 재충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후배들에게 강력하게 휴학을 추천하곤 합니다. "휴학 꼭 해! 할 거면 1년정도 길게 하고! 영어 공부해야지, 공무원시험 봐야지 이런거 말고, 그냥 너 하고 싶은거 하면서 1년정도 쉬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 제가 늘상 하는 말입니다. 취업 준비의 연장선으로 휴학을 한다면 그 휴학기간은 즐거운 기간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놀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냥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휴학기간을 보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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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게도, 학생들에게도 추천하는 것은 '여행'입니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문화와 음식을 접하며 낯선 사람과 새롭게 교류하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줍니다. 굳이 누군가와 만나지 않고서라도, 좋은 풍경을 바라보며 편안한 숙소에서 쉬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은 누구나가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리프레쉬로 여행만큼 적당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된 몇 달을 보냈다면 일주일이라도, 3-4일이라도 나를 위해 평소 자주 먹지 못하는 비싼 음식도 먹어보고 가보고 싶던 장소도 가보면 그 며칠의 시간으로 또 다시 힘을 낼 원동력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일이나 학업에 열중하게 되는 것이죠.

저는 그래서 모든 일들의 시작과 끝을 여행으로 장식하곤 합니다. 대학교를 다니며 매 방학마다 짧게나마 친구들과 여행을 갔고, 함께 할 친구가 없었을 땐 혼자서라도 국내를 여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나면 더 긍정적이고 힘찬 마음으로 내일을 살아갈 용기가 생깁니다. 그래서인지 취미생활로 여행을 꼽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일로서 즐길 수만은 없을 때, 내가 좋아 선택한 전공이지만 매일 공부하고 과제하는 삶이 때로 지겹다 느껴질 땐 여행을 하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다시금 우리의 일상을 신선하게 느낄 수 있게 합니다.



마치며


우리는 모두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그 사이에 있습니다. 해야 하는 것은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 싫지만 피할 수 없죠.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고 싶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그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적당한 조율을 해야만 합니다. 해야 하는 것을 하며 살지만 그 사이의 갭을 하고 싶은 것들로 채우는 것입니다.

해야 하는 것을 하는 무채색의 일상들 사이에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시간을 채우면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로운 색으로 가득 찰 수 있을 것입니다. 정말 나의 취미가 무엇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생각해보고 그런 일들을 재미없는 일상에 끼워 넣는다면 우리의 오늘과 내일이 더욱 행복한 기운으로 물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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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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