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어쨌든 이 책은 진짜 대박이다

책 <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 >
글 입력 2018.03.0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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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미술은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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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 올컬러!!!


 어떤 분야에 대해 공부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한다면, 보통은 그 분야에 대해 시대순으로 공부하거나 특별히 관심있는 세부 분야부터 접해볼 것을 추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역사나 미학에 대한 입문서는 크게 두 가지 형식으로 나뉘는 것 같다. 시대순으로 그 흐름을 전개하거나 사람들이 관심가질만한 특정 이슈를 중심으로 접근하거나. 보통은 후자의 경우가 특정 주제를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더 인기가 많다. 하지만 아무리 관심있는 주제여도 처음부터 너무 깊이 파고드는 대부분의 입문서들은 독자로 하여금 부담감을 느끼게 만들곤 한다.

 부담스럽더라도 의무감에 꾸역꾸역 책을 여러 권 읽고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보단, 수많은 책을 흡수한 전문가의 축약된 강연 하나를 감명 깊게 든는 것이 우리에게 전달되는 바가 확실히 많다. 이 때문에 독서량이 적은 우리 나라에서 강연문화가 흥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축약된 지식으로 흥미를 자극하고 대중을 몰입하게 하는 그런 강연의 역할을 한다. 특정한 작품이나 기법, 역사의 흐름에 대해서만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단, 그림과 관련된 시대의 문화를 두루 다루면서도 핵심만 짚어주기 때문이다.

 특히, 작품에 대한 당시의 반응들을 다룬 점이 정말 흥미로웠다. 여러 매체를 통해 이미 수많은 명화를 눈에 익힌 우리는 지식이 없어도 작품에 대해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곤 하는데, 시대상과 결부시켜 그림을 접하니 당시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개인이었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들도 당시의 문화와 사회상에 기반해 작품과 사람을 판단했다고 생각하면, 시대마다 새롭게 등장한 미술양식이 자리잡기까지 얼마나 큰 작가의 용기가 필요했을 것인가를 짐작하게 된다. 그 배경을 알게 될수록 작가들의 그림이 마음 아픈 자서전처럼 느껴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아는 만큼 감명 받는다'의 의미 역시 포함하는 듯 하다.

 이 글을 쓴 박혜성 작가는 예술의 전당, 인사이트센터 등에서 100회가 넘는 전시회를 연 화가로, 네이버에서 < 화줌마의 ART STORTY >라는 블로그에 하루 5분 미술 상식, 세계 미술 여행, 국내 미술관 산책 등의 이야기를 올리며 온라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작가의 블로그는 누적 방문자수 140만명을 돌파하는 인기 블로그인데, 이 책 역시 그 호응을 얻어 '5분 교양 미술'의 콘셉트로 재탄생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술을 제대로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론과 비평이 주를 이루는 미술 전문서는 너무 진지하고 미술 에세이는 개인의 감흥에 비중을 두니 자칫 미술 지식은 놓칠 수 있지요. 이 책은 미술 교양을 쌓고 싶은 사람, 그림이 좋긴 한데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 미술관에 혼자 가기 두려운 사람, 그림 한 점 구입해 볼까 싶은 사람 등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구분 없이 모두 읽을 수 있는 미술 이야기입니다."

- 서론에서 발췌


 예전부터 미술사 공부를 하고 싶었었는데, 그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이유를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너무 한 주제에 대해 깊이 논한 책이라 엄두가 안났거나, 수능 역사 과목처럼 시간순 나열로 미술을 다루어 지루해서였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5분 교양 미술'이라는 컨셉은 매우 참신하다. 주제가 빨리 빨리 바뀌니까 읽는 데 지루할 틈이 없고, 겹치는 주제가 나오더라도 지루하기는 커녕 지식이 중첩되어 쌓이는 느낌이 든다.

 <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 >는 책을 읽으면서도 주변의 친구에게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밀레의 '이삭줍기'가 농부를 모델로 쓴 게 당시에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대"라든지, "라파엘로의 '아테나 학당'에 나오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제 모델이 다 빈치랑 미켈란젤로였대"라는 식으로 토막 상식 같이 새로 얻게 된 단편적인 지식들을 공유하는 맛이 있었다. 이 외에도 책은 작품들에 대한 단편적인 이해를 돕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각 에피소드를 짜임새 있게 엮어서 미술사 전체를 더듬어 조망할 수 있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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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에버렛 밀레이< 오필리아 >(1851년경)


 눈에 익은 작품들에도 상상도 못한 충격적인 일화가 많았다. 하지만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밀레이의 '오필리아' 그림에 대한 일화였다. 세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을 소재로 그려진 이 작품은 엘리자베스 시덜이라는 사람을 모델로 한 것이었는데, 이 모델은 강물에 빠진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물이 담긴 욕조에 한 달 이상을 누워있어야 했고, 이 때문에 급성 폐렴에 걸려 고생했다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시덜은 밀레이를 비롯한 라파엘 전파 화가들의 단골 모델로, 같은 화풍의 1세대 화가인 로세티의 뮤즈이자 부인이기도 했다. 여기에서 더 충격적인 건, 로세티가 바람을 피며 엘리자베스 시덜을 소홀히 대하게 되면서 시덜은 아편을 하게 됐고, 아편 과용으로 자살 같은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한동안 내 SNS의 프로필 사진으로도 등록되어있었던 '오필리아'의 모델이 그런 비극적인 운명을 살아낸 사람이었다는 게 너무나 충격이었다.

 '책이 참 재밌다', '이 책이 좋다'라는 식의 리뷰는 너무나도 쉽게 남발되어 이미 그 설득력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 책은 진짜 '대박'이다. 특정 분야의 지식들을 외워야 한다는 입문서적의 강박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즐기며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책이다. 주변에 미술에 관심 있는 친구들에게 추천을 할 생각이다. 빠른 전개로 지루할 새가 없으니 책을 읽어보고서 나에게 책이 어렵다며 핀잔을 주는 친구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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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정보 ]


지은이 : 박혜성

발행일
2018년 1월 25일

쪽수: 320쪽

가격: 15,000원

분류: 예술 일반

출판사: 글담출판

ISBN: 979-11-86650-44-8 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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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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