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르 그랜드 힙합 페스티벌 리뷰(1) [공연예술]

글 입력 2018.03.08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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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24일,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고척 스카이돔에서 르 그랜드 힙합 페스티벌(Le Grand Hip-hop Festival)이 열렸다. ‘건국 이래 최고의 라인업’이라는 수식어답게 수많은 월드클래스 힙합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올랐다. 지코, 씨잼 등 실력파 국내 래퍼들부터 투체인즈(2Chainz), 미고스(Migos) 등 본토에서 온 정상급 래퍼들의 무대에 관객들의 환호는 멈출 줄을 몰랐다. 이 글에서는 르 그랜드 힙합 페스티벌(이하 르 그랜드)의 티켓팅, 공연 홍보부터 공연 당일 스탠딩 구역에서 바라본 모습까지, 개인적으로 느낀 점들을 두 차례에 걸쳐 풀어놓으려 한다.



티켓팅 전 – 기대와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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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그랜드 힙합 페스티벌의 1차 라인업


 공연을 한 달 정도 앞둔 지난 1월 20일, 르 그랜드의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1차 라인업이 공개되었다. 1차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아티스트는 미고스, 투체인즈, 빅샥(Big Shaq), 오티 제나시스(O.T Genasis), 그리고 프렌치 몬타나(French Montana)였다. 지금껏 국내에서 열린 그 어느 뮤직 페스티벌보다 화려한 라인업이었기에 엄청난 관심을 모았지만, 한편으론 불신의 시선들도 존재했다. 우선 라인업 발표가 지금껏 다른 해외 아티스트들이 내한공연 때보다 많이 늦었다. 일반적으로 해외 아티스트가 내한공연을 할 때 길게는 6개월에서 1년, 짧게는 2~3개월 전 공지를 한다. 예시로 올해 10월로 예정된 샘 스미스(Sam Smith)의 내한공연은 7개월이 넘게 남았지만, 이미 홍보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반면 르 그랜드는 세계 최정상의 아티스트를 무려 다섯 팀이나 초청하는데 한 달 전에 라인업을 공개하고, 3주 전에 티켓팅을 시작한 것이다. 그렇기에 팬들의 불신은 어찌 보면 당연하였다.

 지금까지 유독 힙합 아티스트들의 내한 취소가 잦았던 ‘역사’도 팬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2016년 개최됐던 ‘서울 소울 페스티벌’은 헤드라이너로 내세운 타이가(Tyga)의 공연이 이틀 전에 취소되고, 또 다른 헤드라이너 타이 달라 사인(Ty Dolla $ign)은 딸의 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여해야 한다는 이유로 당일에 공연 시간을 마음대로 앞당기며 논란이 됐었다. 서울 소울 페스티벌은 2017년에 디자이너(Desiigner)와 트레이 송즈(Trey Songz)를 헤드라이너로 내세웠으나 이번엔 페스티벌을 3주 앞두고 주최 측 사정으로 인해 행사 자체가 취소되고 말았다. 지난 1월 27일로 예정됐던 릴 웨인 내한 공연의 경우는 아티스트의 비자 발급에 문제가 생겨 5일 전 취소됐다.

 르 그랜드는 이러한 우려들을 불식시키기 위해 다분히 노력했다. 참여 아티스트들의 공식 SNS 계정을 통해 공연을 홍보해, 대국민 사기극(?)이 아니라는 점을 어필했고,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댓글로 달린 팬들의 문의 사항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답변을 내놓으며 신뢰도를 쌓았다. 그 결과 예매 시작 당일, 무난하게 인터파크 예매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렇게 별 탈 없이 페스티벌이 개최되는 듯했으나.......



공연 전 – 대혼란

 사건은 티켓팅이 한창 진행 중이던 2월 9일(한국시각)에 터졌다. 사실상 르 그랜드의 주인공인 미고스의 멤버 퀘이보(Quavo)가 폭행과 절도 혐의로 뉴욕 경찰에 입건된 것. 사건인즉슨, 그래미 시상식 이후 열린 뒤풀이 격의 파티에서 퀘이보가 일행 한 명과 함께 에릭이라는 보석상을 폭행하고 3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절도해 달아난 것이다. 이로 인해 미고스의 비자 발급이 정상적으로 가능한지, 또 재판 출석으로 인해 공연 일정에 차질이 생기진 않는지 걱정하는 팬들이 생겨났다. 르 그랜드 측에서는 미고스가 애틀랜타 영사관에서 비자 발급을 정상적으로 마쳤다는 사실을 공지하며 성난 팬심을 달래려 했다. 그러나 한국 공연 이틀 뒤로 예정됐던 미고스의 도쿄 공연이 취소되며 팬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르 그랜드가 미고스의 비행기 편명과 입국 시간까지 공지했으나 이미 커져 버린 불씨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기름을 부은 것은 의외로(?) 프렌치 몬타나였다. 공연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새 앨범 작업을 위해 모든 투어 일정을 취소한다는 비보를 전한 것. 주최 측 및 아티스트 측에서 별다른 사과도 없었고, 이와 관련한 환불 조치 등에 대한 안내도 없었다. 그리고 프렌치 몬타나의 공연 취소는 곧 다른 아티스트들도 언제든지 공연을 취소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환불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지만 주최 측에서 내놓은 답변은 ‘다른 아티스트들은 무조건 온다’는 것이 다였다. 이렇게 미숙한 대처로 힙합 커뮤니티 등에서 르 그랜드는 ‘느그랜드’라는 부정적 별명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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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그랜드 공식 페이스북에서 공지한 미고스의 입국일정.
하지만 그들은 예정된 시간에 공항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공연 전날, 팬들의 누적된 불만과 불신이 폭발해버렸다. 미고스가 예정된 시간에 입국하지 않은 것이다. 미고스 멤버들이 비행기를 타고 있어야 할 시간에 멤버 오프셋(Offset)의 인스타그램엔 애틀랜타 모처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노는 영상이 올라왔다. 르 그랜드의 페이스북 댓글은 비난으로 가득 찼고, 중고 거래 사이트에선 정가 132,000원짜리 입장권의 거래가가 2만 원대로 곤두박질쳤다. 르 그랜드는 미고스가 현지 사정으로 비행기를 놓쳤고, 다음 항공편으로 내한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팬들의 의심을 신뢰로 되돌리긴 힘들었다. 게다가 빅샥도 입국하지 않고 러시아에 체류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페스티벌 개최 사실 자체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다행히 투체인즈와 오티 제나시스는 입국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미고스의 투어 스태프들도 국내에 들어와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이는 르 그랜드 측에서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자 팬들이 직접 SNS 등을 돌아다니며 찾아낸 것으로, 주최 측의 미숙한 대응은 아쉽게만 느껴졌다.

*

 이번 페스티벌의 정식 명칭은 “제1회” 르 그랜드 힙합 페스티벌이었다. 더 크라이, 힙합플레이야 등 수년간 공연을 개최해온 플랫폼들과 달리 르 그랜드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힙합 공연 사상 처음으로 고척 스카이돔이라는 국내 최대 공연장에서 진행됐고, 내한하는 아티스트들은 모두 한국 땅을 처음 밟아보는 이들이었다. 그래서일까? 공연 홍보 과정을 쭉 지켜봤을 땐 진행상 허술한 점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르 그랜드가 향후 국내에서 새로운 공연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초호화 라인업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적절한 시간 동안, 팬들을 공연장으로 불러낼 마케팅 방식을 생각해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공연 전 벌어졌던 일들에 대해 알아봤는데, 그렇다면 본 공연은 어땠을까? 소문난 잔치답게 먹을 게 많았을까 아니면 그저 허울뿐인 빈 껍데기였을까? 이어지는 공연 리뷰 2편에서 마저 알아보도록 하자.


[류형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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