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눈 덮인 종목 : 바이애슬론 [문화 전반]

- 동계 비인기종목에 대해서
글 입력 2018.03.07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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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애슬론 Biathlon
  
: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을 병행하는 이색적인 종목. 개인 종목에서 거리는 20km이며, 도중 네 곳에서 5발씩 모두 20발을 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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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런 식의 트랙. 사격장에서 사격하고 보통 4바퀴를 돈다.


1. 설원의 마라톤, 정교한 사격. 사냥꾼들의 투박한 사냥 문화가 예술, 경기, 올림픽으로 자리 잡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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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아반도의 사냥꾼들은 소총을 메고 설원을 누빈다. 끊임없이 스키를 타며 사냥감을 발견하면 호흡을 갈무리해 저격한다. 그들의 질주와 사격은 북유럽 전쟁에서 군인들의 훈련 교감이 되었으며, 이후 18세기 후반 노르웨이와 스웨덴 국경지대 수비대에 의해 국가 대항으로 겨루게 되었다. 바이애슬론의 시초며, 이후 스포츠로 발전했다.


2. 핫(Hot) 한 설원 위 종목

최근 바이애슬론이 인기다. 매년 열리는 월드컵과 대회. 나날이 증가하는 월드컵 시청률들, 다른 것 다 제치고 올림픽 종목 수와 메달 수가 인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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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서 바이애슬론의 세부종목은 11개, 메달 수는 무려 33개에 육박한다.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메달 수 1위 노르웨이의 금메달 개수는 14개를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인기다.


3. 북유럽 설산의 눈폭풍은 아직 한국에는 닿지 않았다.

인기는 서양에만 그쳤다. 우리나라에서 바이애슬론에 대한 인기는 거의 없다 싶을 정도다. 필자도 바이애슬론의 존재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야 겨우 알아차렸지만 멋진 경기는 찰나에 나를 사로잡았다. 비인기 종목, 아니 효자종목 쇼트트랙이나 김연아의 피겨 종목을 제외한 종목에 대한 지원은 없고, 관심도 없다. 사실 필자조차 메달이 나오지 않는 종목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이 없었으니 깨끗한 척은 못 하겠다.

근데 그건 개인 기호 문제다. 국가와 빙상연맹, 중계 프로그램은 별개다.
 

4. 잡아놓은 물고기? 아무나 하나 걸려라?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는 귀화 선수가 총 19명이다. 티모페이 랍신, 에카테리나 에바쿠모바, 안나 프롤리나, 에일린 프리쉐, 알렉산더 겜린, 민유라 선수 등. 온갖 감언이설로 설득한 귀화는 허울뿐이었다. 올림픽 개최국의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았던 걸까? 대표적으로 티모페이 랍신 선수를 살펴볼 수 있다. '푸른 태극전사 외전'(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있는데 랍신 선수는 러시아 파벌싸움에 밀려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로 귀화해 바이애슬론 종목 국가대표로 나설 생각이었지만 급하게 우리나라가 설득했다. 랍신선수는 결국 우리나라로 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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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제대로 된 통역사 하나도 붙여주지 않아 부상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신세다. 푸른 태극전사를 보고 경악할 수준. 더군다나 진료비를 지원하지 않아서 일단 감독이 사비로 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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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바이애슬론 불모지, 비인기 종목인 우리나라에서 무엇을 보고 귀화했을까? 통역 없이 타지로 귀화한 그는 아픈 것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제작팀 통역사를 보고 반색하던 랍신 선수, 주섬주섬 러시아어로 적힌 질문지를 꺼내 들어 통역을 부탁했다. 의사에게 정확한 답변을 듣고 나서야 환하게 웃는 랍신 선수. 덕분에 맘 놓고 훈련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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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매스컴은 메달권 선수를 조명할 수밖에 없다. 동의한다. 조회수와 시청률이 그들을 먹여 살리니까. 그래도 귀화선수를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아니 일단 우리나라 사람임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자국 나라 선수가 선두를 달리다가 메달권에서 뒤처진다고 다른 경기를 중계하는 모습은 내게 그 경기를 보다만 아쉬움보다, 귀화 선수가 이 중계를 제발 보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자국 선수보다 메달권인 한국계 미국인을 조명하는 작태가 우습다. 그들은 그저 부모가 한국인인 외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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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랍신 선수는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인스타그램에서 게시한 글은 하나하나 한글로 쓴 랍신 선수의 아쉬움을 담았다. 부상 덕에 성적이 아쉬웠다. 제2의 조국인 대한민국에서 바이애슬론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환경 탓을 하지 않고 정진하려는 모습에서 올림픽 정신을 봤다. 중계 프로그램은 바이애슬론 한국 역사상 최고 순위의 성적을 낸 선수를 조명하지 않았다. 티비 프로그램 대신, 적잖은 사람들이 댓글로 그를 응원했다.


5. 개천에서 용 난다? 비인기 종목 선수의 암울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김연아는 비인기 종목이었던 피겨를 인기 종목으로 단숨에 올려놓았고 평창 올림픽을 유치했으며, 개인적으로도 세계 다시없을 눈부신 업적을 세웠다. 그런데도 종종 떠도는 가슴 아픈 말은 그녀의 유일한 약점은 국가라는 말.

이 나라에서 비인기 종목 선수가 따뜻한 관심을 얻는 방법, 목숨 걸고 메달을 따는 것이다. 그것도 금으로. 여자컬링 은메달 팀의 나라에는 컬링장이 태릉과 의성, 두 곳이다. 슬레이팀 은메달 팀은 썰매도 없이 대회에 나갔다. 직접 썰매 비슷하게 용접한 거로 훈련하다가 외국팀이 준 중고 봅슬레이로 슬라이딩 센터 하나 없는 불모지에서 연습했다. 노보드 은메달 선수는 눈 쌓인 고랭지 밭에서 연습했다.

언제까지 개천에서 용 나기만을 바라야 할까? 개천을 바꿀 생각은 있을까? 적어도 그들의 노력은 비춰줘야 하지 않을까?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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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
 
티모페이 랍신 선수의 인스타그램
 
SBS 스포츠, '푸른 눈의 전사-외전'에서


 
 
 
 
 
 
[오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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