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아샤 파테예바 색소폰, 기대되는 세 가지 이유

글 입력 2018.03.1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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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그렇게 추웠냐는듯 봄이 오는 느낌이다. 참 얄팍하게도 금방 적응하고 있다. 매서운 바람이 불 때 꽁꽁 싸매던 나와 곧 피워낼 봉오리를 보며 가벼운 코트를 걸치고 다니는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일까, 다른 사람일까.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앞두고 있다. 정말 코앞이다. 내일이다. 이 글을 쓴 다음날이면 나는 마지막 리허설을 끝내고 이 시간쯤엔 또 한 번의 연주회를 끝냈다며 시끌벅적한 가게에 앉아있을 것이다. 악기를 연주한지 몇 년. 늘 부족한 느낌이다. 때가 되면 우리는 모여 정기적으로 합숙을 하고, 합주를 하고, 공연을 한다. 두근거리는 짧은 솔로가 있는 공연은 여전히 떨린다. 솔로가 없는 공연은 편안하다. 혼자가 아니니까, 그것만으로도 든든하다.

 그러나 사실은 연주회를 준비하는 게, 마치는 게 예전만큼 기쁘지만은 않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연주회가 쌓이고 있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엔 찔린다. 과연 이게 최선이었나? 그런 연주회의 끝에선 쉽게 웃을 수 없다. 후련하기보단 씁쓸하다. 각자 제 역할을 잘 해야 곡의 합이 맞는다. 숨어가는 것도 한계는 있다. 급급하게 넘기다보면 나는 늘 제자리에 머물거나 그대로 주저앉을지 모른다. 몇 달 악기와 함께 어디 한적한 곳으로 떠나있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다. 갑자기 바빠진 일은 매주 바람을 불어넣었던 악기를 꺼내지 못했다. 물론 그간의 시간이 있으니 아주 퇴보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히 낯설다. 겁이 난다. 계속 이런 상태 그대로일까봐.

 연습을 제대로 하지 않는 변명일 것이다. 아예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여태까지 이어온 시간으로 버티는 느낌이다. 하지만 변명이 아니기도 하다. 늦은 밤 퇴근을 할 땐, 많은 전화로 하루종일 정해진 말을 하고 나면, 지친 몸으로 큰 색소폰 소리를 한밤 중에 낼 수야 없는 일이다. 요즘 그 사이에 서 있다. 안됐기도 하면서 비겁한 것 같아서 복잡하다. 그러면서도 부담없이 색소폰을 드는 날에는 기분이 좋아진다. 달라지는 건 없지만 아마 오래 따라다닐 고민일테니 어쩔 수 없다.

 아주 오랜만에 보아도 색소폰은 분명 좋은 친구다. 이따금 다른 이의 색소폰을 들으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좋아하는 느낌의 소리는 귀로 기억하고 있다. 누구 곡인가 찾아보면 늘 비슷한 뮤지션이다. 포근하기도 하고 쏘아붙이기도 한다. 장난을 치는 듯하다가도 따뜻하다. 멋진 소리를 내기 위해선 입의 힘은 풀고 빈자리는 단단한 숨이 채워야 한다. 흔하지 않은 악기를 한다고 자랑하고 다닐 때는 지났다. 몇 년 하셨어요, 라는 말처럼 부끄러워지는 순간은 없다. 나는 그 시간을 정말 온전히 쓰지 못했다. 벽에 부딪혔다고 생각한지는 꽤 됐다. 연습 부족이라, 호흡 등 기본기 부족이라, 좀 더 표현하는 걸 어려워해서. 누군가는 나에게 간절하지 않아서라고도 했다. 애매한 벽을 넘기면 더 내 마음에 드는 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목소리를 닮은 이 악기 색소폰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면. 의무나 습관에서 비롯된 것 말고, 어려워도 더 마주하고 즐길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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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두가 무척이나 길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다. 색소폰 연주회가 기대된다. 아샤 파테예바의 색소폰 공연. 연주회를 본지 무척 오래되었다. 좋은 소리를 한 공간에서 관객으로 들은 지 오래되었다. 오케스트라에서는 서로의 소리가 어우러져 숨어갈 수도 있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혼자만의 공연이라면 숨어갈 곳이 없다. 듣는 이가 누구건 아주 적나라하게 음악은 마음 속에서 인상을 남기고 말게 될 것이다. 수많은 수상보다도 그녀의 공연을 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빨간 드레스를 입고 클래식색소폰을 연주한다는 그녀의 모습이, 검색해본 영상 속 색소폰 소리가 강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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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이다. 우선 그녀가 여성 색소폰 뮤지션이라는 점때문이다. 생각보다 널리 알려진 여성 색소폰 주자가 아주 많지는 않다. 스탄 게츠, 스캇 해밀턴 등등 떠올려보면 알고 있을 연주자들은 남자들이 많고, 주변 사람들도 색소폰을 배운다고 하면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남녀 성별로 색소폰에 유불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현실이 그렇다보니 반갑기도 했다. 닮고 싶기도 하다.
 
 다음은 프로그램 곡 대부분이 '색소폰을 위한' '클래식' 곡들이기 때문이다. 색소폰은 비교적 늦게 만들어진 악기라 색소폰을 위한 곡이 많지 않다. 대부분 편곡을 해서 다른 악기의 악보를 빌려쓰는 경우가 많다. 공연도 클래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인데 색소폰이라고 하면 관객들에겐 새로울지도 모르겠다. 색소폰이라 하면 흔히 트로트, 재즈를 떠올리며 느끼한 이미지를 상상할지도 모르지만 클래식 색소폰은 다르다. 색소폰인지 모르고 들을 수도 있을 만큼 담백하고 청량하기도 하고 따뜻한 현의 느낌이 나기도 한다. 느끼한 듯 능글능글한 매력을 뿜는 게 거북했다면 클래식 색소폰이 좋은 답이 될 것이다. 궁금하다. 색소폰의 어떤 면을 끌어내려고 할 지를 알아차릴 수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게 색소폰의 매력이라 전달될 수 있는 곡들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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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론 개인적인 이유다. 그녀가 알토색소폰(사진을 보니 소프라노 색소폰도 하는 듯하다)을 연주하고 있고, 처음 만나는 연주자이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닮은 악기라는 말처럼 색소폰은 합창단을 나누듯 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 색소폰 등으로 나뉜다. 알토를 잠시하다가 테너가 좋아 오래하고 있어서 알토 색소폰 소리가 오랜만이다. 가끔 궁금해져서 알토색소폰을 빌려 연주해보면 부드럽고 나즈막한 테너색소폰도 좋지만 분명 알토색소폰의 소리는 아름답고 깨끗하고 화려하다. 쨍한 색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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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연주회를 할 만큼의 사람이라면 소리가 좋지 않겠냐만은 낯설기 때문에 기대가 된다. 의미를 부여하자면 처음 보는 사람의 처음 듣는 음악이니까. 누군가의 음악을 듣는다는 건 말하지 않고 누군가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내가 혼자 연주곡을 선보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이제는 단단하고 우직하고,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럿이 하더라도 혼자서 하는 것처럼 해야할 필요가 있다. 공연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 여담이지만 연배가 상대적으로 오래되지 않다보니 색소폰은 각종 오해에 시달리고 있다. 크게는 이름표기법. '섹소폰'이라고 쓸 때 보면 '색소폰이에요!'라는 말을 하고 싶어질 때가 많다. 이름표기법 때문에도 많이 애를 먹고 있는 악기다. 아돌프 삭소(Saxo)가 만들어 색소폰이 된 것이니 기억해주시길!

* 빛나는 색깔로 금관악기라고 오해를 사며 트럼펫 등으로 헷갈리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나무를 깎은 리드를 통해 불어넣기 때문에 클라리넷과 비슷한 형태처럼 목관악기다. 목관이지만 금관같은 비주얼에 현혹되지 마시길! 아샤 파테예바의 '목관악기', '색소폰' 공연으로 꼭 기억해주시라.



클래식 나우: 아샤 파테예바 Saxophone

3.15.(목) 20:00 금호아트홀 

-P R O G R A M -

페르낭드 드크뤽 색소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샤를 쾨클랭 색소폰과 피아노를 위한 15개의 에튀드, Op.188 중 
윌리엄 올브라이트 알토 색소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I N T E R M I S S I O N

조지 거슈윈 3개의 전주곡 (색소폰과 피아노 연주)
로버트 무친스키 알토 색소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Op.29 
프랑수아 본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비제의 카르멘 판타지 주제에 의한 화려한 환상곡 (색소폰과 피아노 연주)



[장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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