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 그림 그리기는 즐겁죠

글 입력 2018.03.1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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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쉽죠?

 사실 밥 로스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간혹 그를 패러디하는 연예인들을 봐왔을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남긴 ‘참 쉽죠?’라는 말이, 약을 올리는 듯한 기분이 들어 언짢게 느껴졌다. 내 기억 속 밥 로스 아저씨는 커다란 아프로 머리를 하고, 아름다운 정경을 순식간에 슥슥 그려낸 후 ‘참 쉽죠?’라는 말을 남기는, 그냥 그러한 사람이었다. 따라 그릴 수도 없는 그림을 저렇게 빨리 그려놓고 참 쉽다니. 그저 이유 모를 박탈감을 느끼면서도 어처구니없는 감정이 들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밥 로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할 때의 일이었다.

 그의 영상을 제대로 본 기억이 없다. 그렇기에 참 쉽죠, 라는 세 글자에 그렇게도 반항심을 가져왔나보다. 사실 그의 세 글자 속에는 격려와 위안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지금껏 오해해왔던 그 말은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한 말이었다. 영상 속의 그는 약을 올리기는커녕 따뜻하고 느긋한 목소리로 천천히 우리를 격려하며, 인도해주고 있었다.


“괜찮아요, 모두 다 잘될 거예요”

“캔버스 위에서라면,
여러분은 그 무엇이라도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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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로스는 53세에 림프종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사후에 인기가 더욱 치솟기 시작했다. 2015년 10월 29일 트위치에서 전편 스트리밍이 시작되었고, 2018년 1월 기준 80만 명의 사람들이 그의 채널을 구독하고 있다고 하니 그의 포근함에서 위안을 얻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느낄 수 있다.

 그의 말 속에는 대단한 철학이나, 거창한 표현이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느긋하고 잔잔하게 우리를 위로해 준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껏 영상 속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그의 잔잔하고 따뜻한 위안을, 도서 ‘그림그리기는 즐겁죠’에서 다시금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림그리기는 즐겁죠 : THE JOY OF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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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그리기는 즐겁죠’는 밥 로스가 인정한 공식도서로, 밥 로스가 11년간 31시즌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그려왔던 포근한 그림들이 300편 이상 수록되어 있으며 독자들이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15편의 단계별 지침까지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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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책을 펼쳐보았을 때는 당황스러웠다. 미술을 그만둔 후로, 물감과 붓은 손에도 댄 적이 없는데. 책 속에는 밥 로스의 그림을 따라 그릴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지침들이 꽤 많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굳이 그림을 붓으로, 물감으로 그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나가며, 그의 위안을 느끼는 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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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의 밥 로스는 어느새 곁으로 다가와 위안의 말을 건네주고 있었다. 그가 남긴 말들을 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단순히 ‘그림 그리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닌, 삶의 지혜를 알려주며 지친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주고 있었다.  많은 소음들이 난무하는 현대 사회에서, 남에게 소리 지르는 것이 싫어 군인을 그만두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밥 로스. 많은 사람들에게 밥 로스가 계속해서 사랑받아 오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책 속에는 따뜻한 말과 함께, 보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의 그림들도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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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그리기가 즐겁다니, 사실 나에겐 썩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3년간 미술을 전공했으나, 대학 입시에서 좌절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미술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였는데, 입시에서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하고 나니 그림을 그리기가 싫어졌다. 그렇게 미술 입시와는 관련이 없는 예술경영과에 진학하게 되었고, 그림 그리는 것을 그만두게 되었다. 앞으로 영영 그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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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가 아니에요,
그냥 즐거운 우연인 거죠.”


 밥 로스가 건넨 이 말에 어찌나 크게 위안을 얻었는지 모른다. 그림을 그리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생겼을 때는, 조그마한 예쁜 나무를 그려 덮어버리면 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갖가지의 슬픔과 좌절도 그렇게 견뎌내고 이겨낼 방법이 있기 마련이다.

 정말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그림그리기에 성공하면 다른 모든 것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은 공감할 수가 없었다. (물론 지금은 이해가 간다.) 이는 필자가 한 차례 그림그리기에 실패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보다, 지나치게 틀에 박힌 ‘대학 입시’에 실패한 것뿐일 텐데. 그 명백한 사실을 알면서도, 그 실패에 사로잡혀 그림 그리는 것에 부담을 느끼게 되었다. 가장 하고 싶던 일에 부담을 느끼게 되다니,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꽤 절망적인 삶을 살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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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로스의 책은 삶의 위안을 전해주는 동시에 언젠가 나에게 가장 큰 의미였던 ‘그림 그리는 행위’자체를 다시금 돌아보게 해주었다. 또한 언젠가부터 ‘부담’으로 자리 잡았던 미술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만들어 주었다. 캔버스 위에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다독여주는 밥 로스. 그의 말에 오랜만에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말처럼 '그림'과 '인생'은, 빛을 드러내기 위해 어둠이 필요한 것이다. 그의 따뜻한 위안에 힘입어 다시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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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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