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특별하고도 위대한 연인_은희경 [문학]

특별하고도 위대한 우리의 사랑?
글 입력 2018.03.1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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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고도 위대한 우리의 사랑?
'특별하고도 위대한 연인_은희경'

 
나는 가장 좋아하는 웹툰 중 하나로 ‘유미의 세포들’을 꼽는다. 이 웹툰은 ‘유미’라는 주인공의 머릿속에 살고 있는 세포들의 이야기다. 유미에게는 이성세포, 감성세포, 자존심세포, 사랑세포 등 수많은 세포들이 존재한다. 유미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첫인상세포가 나와 점수를 매기며, 첫 데이트 날에는 사랑세포가 이른 아침부터 세수세포를 깨워 준비하게 한다. 유미가 스트레스를 받은 날엔 히스테리 세포가 유미의 마음에 불을 지르고 다니기도 한다. 말로는 못 할 미묘한 감정들을 표현하는 방식이 유쾌하며 공감이 된다. (혹시 안 보고 있다면 꼭 보기를 추천한다!)

'유미의 세포들'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부분은 유미가 남자친구인 구웅과 헤어지는 과정이다. 남녀가 이별하게 되는 과정을 아주 솔직하게 그려냈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어떤 소설이 떠올른다. 은희경 작가의 '특별하고도 위대한 연인'이 그것이다. 이 소설 또한 헤어짐의 과정에서 쿨하지 못한, 어떻게 보면 찌질하기까지 한 우리의 진짜 속마음들을 캐치해내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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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고도 위대한 연인의 만남과 이별의 과정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남자와 여자는 서로에게 흥미와 호감을 느낀다. 그러다가 어쩔 수 없이 상대가 치명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는 단계를 맞는다. 남자와 여자는 술에 취한 후 관계를 가진다. 그리고 그 사건이 서로를 특별하고도 위대한 연인으로 여기는 계기가 된다. '운명적 끌림을 느낀다'거나, '그를 보는 순간 세상이 멈추는 것 같았다'는 사건은 없었다. 대단히 사소하고도 솔직한 이유다.

이후 몇 달 동안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절대적으로 사랑한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조차 어려운 깊은 사랑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피곤이, 현실의 고단함이 불쑥 끼어들게 되는 날이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그 묘한 짜증 속에서 남자는 여자의 발랄함의 정체가 경솔함이며, 여자는 남자의 섬세함이 소심함임을 깨닫는다. 이전까지는 말로 설명할 수 없었던 그 사람의 매력이 단박에 객관적인 특징이 되며, 단점으로 곤두박질친다.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어리둥절하게 끝나버린다. 이별은 아프지만, 현실을 받아들이려 노력해본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재즈 카페에서의 남자와 여자의 대면 장면이었다. 공교롭게도 오늘 전공 강의시간에서 들은 이야기와 맞닿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수님께서 들뢰즈라는 철학자의 이론을 설명하다가 사랑을 한다는 것은 상형문자를 읽어내는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상대가 보내는 기의를 알 수 없는 기표를 읽어내기 위해 나도 모르게 온갖 상상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남자가 머리를 자르고 온 여자를 보고 심경의 변화를 의심했던 것처럼 말이다.

‘위대하고도 특별한 연인’은 한 커플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과 오고 가는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우리는 두 남녀의 작은 오해에서 시작된 치열한 분석이 이별을 가져오는 상황을 지켜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이 소설이 모든 것을 차치하고 ‘재미있다’라는 느낌을 주는 이유는 공감이 되는 감정묘사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별하고도 위대한 사랑’이 ‘흔하고 별 볼 일 없는 사랑’이 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관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상한 기분이 든다. 왜인지 나의 경험을 사찰당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묘한 느낌이다.




[김새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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